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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7일 수요일
Krystian Zimerman Recital at Lotte Concert Hall in Seoul Day 2 (23 March 2019)
16년만의 내한!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열여덟 살의 나이로 쇼팽 콩쿠르 우승을 거머쥐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고 살아있는 거장, 완벽함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클래식 애호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피아니스트들의 롤 모델이기도 한 그는, 곡에 대한 완벽한 이해,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해석으로 이 시대 거장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별 다섯 개밖에 주지 못하는 아쉬움’(그라모폰), ‘그로 인해 느끼는 클래식의 영원함’(뉴욕 타임스) 등 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쇼팽 해석의 대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선택한 프로그램
그는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어느 누구도 이견을 제기할 수 없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시그니처 레퍼토리인 쇼팽의 4개의 스케르초와 마주르카, 같은 낭만시대에서 상반된 음악적 지향을 두고 있는 낭만 소나타의 정수 브람스의 소나타 2, 3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무결점에 가까운 연주를 선사할 것이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 Krystian Zimerman
열여덟 살의 나이로 쇼팽 콩쿠르에서 1등상을 수상하면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명성을 얻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세계에서 가장 명망 높은 오케스트라들과 함께 작업하고 최고의 국제적인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하며 월드클래스의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뛰어난 음악인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그중에는 기돈 크레머, 정경화, 예후디 메뉴인과 같은 실내악 파트너들도 있으며,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세이지 오자와, 리카르도 무티, 로린 마젤, 앙드레 프레빈, 피에즈 불레즈, 주빈 메타, 스타니스와프 스크로바체프스키, 사이먼 래틀 경과 같은 지휘자들도 있다.
지메르만은 모든 리사이틀을 위해 자기 자신의 피아노를 직접 실어 나른다. 이는 청중들로 하여금 악기의 복합성과 역량을 좀 더 알아차리게 하기 위한 지메르만의 습관이라 하겠다. 그의 피아노 제작에 관한 전문 지식과 익숙한 본인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결합되어 음악적인 문제들 외에 그의 집중을 방해하는 그 어떤 요소도 최소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그는 아내와 함께 그의 삶을 대부분을 보낸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다. 자신의 시간을 가족, 콘서트 라이프, 실내악 사이에서 나눔으로써 그는 한 시즌 단 50회의 콘서트 무대에만 오르고 있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음악과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 그리고 홀 음향학과 최신 음향 기술 및 악기 제작 공부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접근한다. 또한 심리학 및 컴퓨터 공학 공부에도 몰두하고 있다.
지메르만의 음반들은 도이치 그라모폰과의 오랜 작업 기간 동안 수많은 최고의 상들을 수상했다. 1999년 그는 음반을 위해 특별 구성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쇼팽의 콘체르토 작품들을 레코딩했으며, 쇼팽 서거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 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럽과 미국 전역을 돌며 그의 콘체르토 작품들을 연주했다. 또한 그는 폴란드의 작곡가 그라지나 바체비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녀의 실내악 음반을 레코딩하기도 했다.
Program
Chopin 4 Mazurkas, Op. 24 / 쇼팽 4개의 마주르카 작품 24
No. 1 in g: Lento
No. 2 in C: Allegro non troppo
No. 3 in Ab: Moderato con anima
No. 4 in b flat: Moderato
Brahms Sonata No. 2 in f#, Op. 2 / 브람스 소나타 2번
I. Allegro non troppo, ma energico
II. Andante con espressione
III. Scherzo. Allegro - Trio. Poco più moderato
IV. Finale. Sostenuto – Allegro non troppo e rubato
Intermission
Chopin 4 Scherzi / 쇼팽 스케르초 전곡
No. 1 in b, Op. 20
No. 2 in b flat, Op. 31
No. 3 in c#, Op. 39
No. 4 in E, Op. 54
Chopin Mazurka in Ab, Op. 59 No. 2 / 쇼팽 마주르카 작품 59-2
Encores
Brahms 4 Ballades, Op. 10 No. 1 in d: Andante [after the Scottish ballad "Edward"] / 브람스 4개의 발라드 작품 10-1
Brahms 4 Ballades, Op. 10 No. 2 in D: Andante / 브람스 4개의 발라드 작품 10-2
Brahms 4 Ballades, Op. 10 No. 4 in B: Andante con moto / 브람스 4개의 발라드 작품 10-4
이튿날인 3월 23일에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잠실역에 도착하여 여유가 있었으므로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서 음반을 두 장 샀다. 지메르만의 성질이 어떤지 익히 알기 때문에 전날에 이어서 휴대폰을 다른 공연보다도 특히나 조심 또 조심했다.
이날 공연은 쇼팽 마주르카로 시작해서 뜻밖이었다. 피아노 소리가 전날과 다르게 들렸는데 내가 이번에도 꼭대기라지만 다른 자리에 앉아서 소리가 다른 건가? 아니면 지메르만이 피아노 조율을 전날과 다르게 했나? 전날 못 본 사람들을 위해서 앙코르곡들을 들려주는 것 같았다. 마주르카의 템포 루바토가 루바토인 듯 아닌 듯 절묘하게 들렸다.
네 번째 마주르카는 오른손만 나오는 오프닝 몇 마디에 애착이 있는데 눈물이 핑그르르~~~ 나한테는 해가 저무는 광경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 슬프면서도 서정적이고... 뭔가 슬픈 아름다움. 전날보다 지메르만의 콧노래가 덜 들린다. 자리 탓인 듯.
“쇼팽을 연주할 때면 나는 듣는 이의 가슴에 직접 말하고 있음을 느낀다.” -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루빈스타인이 말한 쇼팽 음악의 특징이 결정적으로 와 닿게 느끼게 해준 연주자는 나한테 지메르만이 유일하다. 결정적으로 나는 지메르만의 연주를 실제로 들으면서 루빈스타인의 말을 다시 한 번 느껴보려고 했는데 내 마음을 비우지 않고 들어서인지 그런 느낌에 닿을 듯 말 듯했다. 가장 접근한 곡은 마주르카. 쇼팽 콩쿠르를 볼 때 느끼는 거지만 폴란드 참가자들의 마주르카를 특히나 즐기게 된다. (다만 마주르카 특별상을 꼭 폴란드 참가자가 받는 건 아니다.)
이어서 연주한 브람스 소나타 2번은 1악장 말고 익숙하지 않다. 대학교 입시에서 어쩌다 보이는 곡이긴 한데 1악장이 워낙 강렬해서인지 나머지 악장들이 심심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연주에서 이런 내 생각을 뒤엎었다.
2악장을 들으면서 소나타 2번의 무게중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2악장은 느릿하게 흘러간다.
3악장 오프닝은 2악장과 비슷한데 빠른 템포. 남자가 저음에서 부르면 여자가 고음에서 대답하는 느낌? (낮은 성부는 지상의 인간, 높은 성부는 천상의 신으로 볼 수도 있겠다. - 연주가 끝나고 지하철에서 후기를 메모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 뭐랄까 임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그러다가 파도가 덮치는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트리오로 넘어간다.
4악장 오프닝은 쇼팽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폴란드 민요에 의한 환상곡> 도입부와 뭔가 비슷했다. 계이름 자체가 그랬다.
브람스는 악보 보기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가장 어렵다고 하는 작곡가. 지메르만의 연주를 들으면서 브람스에 대해 전보다 더 진지해졌다. 감상문 쓸 때 악보 캡처하기 귀찮았는데 뭔가 느낌을 그런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여태껏 감상문 쓰면서 가장 힘들게 했다. 악보 캡처해서 글이랑 곁들여야 했으니까. 악보를 한두 군데만 발췌해도 될 정도면 굳이 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브람스는 나를 자꾸만 심연으로 내몰았다. 브람스에서 환희의 순간은 짧게 느껴졌으며 그저 잠깐의 위안으로 들렸다. 환희의 순간은 쉽게 말하면 장조인 부분들인데 뭔가 밝게 들리지 않았다.
프로그램북을 아껴뒀다가 마저 읽었는데 지메르만이 공연을 매번 녹음해서 듣는다고 했다. 지메르만이 스케르초에 대해서 반성이라도 했나? 스케르초 3, 4번이 전날보다 나았다. 스케르초를 마무리할 때는 템포를 당기면서 휘몰아쳤다. 그러면서 절묘한 루바토도 느꼈다.
스케르초 4번에서는 중간에 눈물이 맴돌았다. 옛날에 있잖아~ 이러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평소에 들을 때는 그저 서정적이고 평온한 부분이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어떤 작곡가를 앙코르로 연주할 것인지 알려줬다. 첫째 날은 브람스로 시작해서 쇼팽으로 마무리하고 둘째 날은 쇼팽으로 시작해서 브람스로 마무리했다. 지메르만은 쇼팽보다 브람스에서 나를 더 움직였는데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내 머릿속을 내내 지배했다. 쇼팽이든 브람스든 지메르만이 왼손의 낮은 음을 무거운 터치로 찍을 때마다 내 가슴을 내리쳤다. 브람스 발라드 1번 중간부에서도 운명의 소리가 서서히 다가왔다.
발라드 1번과 마찬가지로 2번도 뭔가 어둡지만 평온하게 시작했는데, 발라드 2번 중간부에서도 운명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내 가슴을 찍어 눌렀다. 중간부의 어두운 소리는 환희의 소리로 바뀌기도 한다.
발라드 4번도 서정적이고 평화롭게 시작한다. 마치 맑게 갠 하늘처럼. 그러다가 중간부에서 먹구름이 끼는 것 같았다. (지메르만의 리스트 음반을 보면 <먹구름>이란 곡이 있기는 하다.) 이날 낮에 일할 때 비오고 천둥치다가 이어서 함박눈까지 쏟아지는 기상천외한 날씨를 경험했다.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마지막 앙코르는 슈만 환상소곡집에 나오는 곡의 제목을 빌려서 내 느낌을 말로 표현하자면 “어찌하여?” 단지 가볍게 즐기면서 듣는 앙코르가 아닌, 내게 진지하게 생각하게 했다. 나한테 많은 과제를 부여한 것 같은 느낌! 이틀 동안 지메르만이 옛날에 낸 브람스 음반에 수록된 곡들의 일부를 들려준 셈이었는데, 이날도 뚜껑 덮어서 확실히 마무리.
난 이분이 미스터치 하나도 안 내는 완벽주의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더러 보였다. (기사에는 완벽주의를 내려놓았다고 표현했다.) 브람스에서 연륜이 느껴졌는데 브람스를 연주하려면 나이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지메르만의 연주를 보고 나서 미련이 조금 생겨서 아트센터 인천 공연까지 알아봤는데 전날 프로그램이랑 같아서 다행이었다. 전날보다 늦게 끝났지만 막차를 놓치지 않고 귀가할 수 있었다.
외국 분이 나한테 지메르만의 연주가 어땠냐고 물어보셨는데 영어로 후기를 써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제목만 영어로 써주겠다고 했다. 블로그 자체에 번역해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으니 구글이든 네이버이든 번역기 버튼을 눌러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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