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1일 월요일

Snowman's Warsaw Diary Day 14 (11 October 2021)


XVIII Chopin Competition Stage II Day 3

감기약을 하루에 두 번씩 먹다 보니 7봉지가 남았다. 그래서 하루에 하나만 먹기로 했다. 결선까지 아껴야 한다. 2주일이 아니라 3주일을 지어야 맞는 거였다. 또 식당에서 카드가 안 되어 프런트에 문의하니 애초에 호텔 예약할 때 조식을 함께 하지 않았으므로 매일 일일이 하라고 했다. 그럼 여기 올 때부터 나한테 조식 신청하라고 하면서 사인한 건 뭐지? 내가 조식 신청 기간을 정확히 알려줬다. 첫 갈라 콘서트 예매 실패하면 21일 새벽에 나가야 하는 변수가 있으니까.



Session 1

10:00

24 Michelle Candotti (Italy) / 미쉘 칸도티 (이탈리아) - Steinway & Sons 479

Fantasy in F minor, Op. 49 / 환상곡

Nocturne No. 15 in F minor, Op. 55 No. 1 / 녹턴 15번

Waltz No. 1 in E flat major, Op. 18 "Grande Valse Brillante" / 왈츠 1번 <화려한 대왈츠>

Polonaise No. 5 in F sharp minor, Op. 44 / 폴로네즈 5번


1라운드에서는 무릎을 살짝 넘는, 다리가 보이는 치마였는데 2라운드에 진출하니 신나게 드레스 입고 등장! 연주가 2차인 게 딱 보이는데 몇몇이 폭망한 틈을 타서 3차에 올라갈 수도. 대구 쇼팽 콩쿠르 참가 경력에서 믿고 거른다. 녹턴 15번은 나한테 <눈사람 아저씨>를 떠오르게 한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옛날에 EBS 애니토피아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소개할 때 흘러나오던 음악.



10:40

25 Kai-Min Chang (Chinese Taipei) / 카이민 창 (대만) - Steinway & Sons 300

Fantasy in F minor, Op. 49 / 환상곡

Trois Nouvelles Études Dbop. 36 / 3개의 새로운 연습곡

No. 1 in F minor

No. 2 in A flat major

No. 3 in D flat major

Waltz No. 4 in F major, Op. 34 No. 3 / 왈츠 4번 <고양이 왈츠>

Rondo in C minor, Op. 1 / 론도 작품 1

Polonaise No. 6 in A flat major, Op. 53 "Heroic" / 영웅 폴로네즈


환상곡에서 미스터치가 많은 건 그렇다 치고 어설퍼지기도 하는 모습. 론도는 폴란드 시절의 작품인데, 내가 볼 때 다른 나라 심사위원들은 몰라도 폴란드 심사위원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 스타인웨이로 치는데도 야마하처럼 들린다. 에튀드 3개는 음반에서나 듣던 곡들. 영웅 폴로네즈도 그냥 그렇고, 사람들의 박수 소리도 그냥 그렇다. 예선과 1차에서는 그렇게 기교를 뽐내는 것 같더니만, 음악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연주. 마찬가지로 2차에서 귀신같이 저조해졌다. 2018 하마마쓰 콩쿠르 1차 탈락이라 어차피 안 될 거라 믿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2라운드 셋째 날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러면 입상 후보들한테는 보다 유리해지는 거나 마찬가지.



11:20

26 Xue Hong Chen (China) / 슈에홍 첸 (중국) - Steinway & Sons 479

Barcarolle in F sharp major, Op. 60 / 뱃노래

Sonata No. 2 in B flat minor, Op. 35 / 소나타 2번

I. Grave - Doppio moviment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Marche funèbre

IV. Finale

Waltz No. 4 in F major, Op. 34 No. 3 / 왈츠 4번 <고양이 왈츠>

Polonaise No. 6 in A flat major, Op. 53 "Heroic" / 영웅 폴로네즈


쇼팽 음대에서 표트르 팔레치니의 제자. 소나타를 연주할 때 3라운드를 보는 느낌도 있었다. 3차에서는 소나타 3번 연주. 하지만 3라운드에서 못 볼 사람이다. 어차피 지난 대회 예선 탈락이라 결선에 오를 수 없기도 하고. 속이 꽉 찬 소리가 아니다. 속 빈 강정? 영웅 폴로네즈도 처음에는 잘 나가나 싶었더니 뭔가 겉만 쓱 훑고 지나가는 느낌? 셋째 날도 이상하다. 뭐가 씌었나봐... 코로나19 때문에 1년 연기되어 준비 기간이 더 길어진 것임에도 자기가 가진 밑천이 바닥났나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무대에 많이 서보지 못해서 연주 감각이 떨어진 것도 2라운드에서 참가자들의 부진을 야기했을지도 모르겠다.



12:00 Intermission


소나타 때문에 시간을 잡아먹어서 쉬는 시간이 20분 늦어졌다.


12:30

27 Hyounglok Choi (South Korea) / 최형록 (대한민국) - Steinway & Sons 479

Prelude in C sharp minor, Op. 45 / 전주곡 작품 45

Scherzo No. 4 in E major, Op. 54 / 스케르초 4번

Waltz No. 4 in F major, Op. 34 No. 3 / 왈츠 4번 <고양이 왈츠>

Ballade No. 1 in G minor, Op. 23 / 발라드 1번

Polonaise No. 6 in A flat major, Op. 53 "Heroic" / 영웅 폴로네즈


다른 참가자들의 삽질 때문에 3차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1차보단 낫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어차피 대구 쇼팽 콩쿠르 입상자라 안심하고 거른다. 영웅 폴로네즈의 여운이 끝나고 박수.



13:10

28 Federico Gad Crema (Italy) / 페데리코 가드 크레마 (이탈리아) - Fazioli F278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 환상 폴로네즈

2 Polonaises, Op. 26 / 폴로네즈 1번 및 2번

No. 1 in C sharp minor

No. 2 in E flat minor

Waltz No. 5 in A flat major, Op. 42 / 왈츠 5번


또 마지막 곡에서 중간에 악보를 까먹었다. 폴로네즈 1번과 2번은 반드시 묶어서 쳐야 한다. 전에 폴리니의 음반을 듣고 폴로네즈 2번에 전율했던 기억이 있다. 프로그램을 보니 2라운드 필수 레퍼토리인 폴로네즈와 왈츠로 한정했다. 뭔가 빈약한 연주이고 입상 경력이 워낙 별로라 딱 여기까지!



13:50

29 Alberto Ferro (Italy) / 알베르토 페로 (이탈리아) - Steinway & Sons 300

Waltz No. 1 in E flat major, Op. 18 / 왈츠 1번

Ballade No. 4 in F minor, Op. 52 / 발라드 4번

Andante spianato et Grande Polonaise brillante in E flat major, Op. 22 /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


1차에서도 느꼈지만 음폭이 좁다. 발라드 4번에서 코다 들어가기 전에 불안하더니 코다에서 간신히 이어나간다. 발라드의 다이내믹이 약하다. 폴로네즈도 씩씩함이 부족하다. 스타인웨이 300 모델인 게 자꾸 걸리더니만 여기가 끝인 듯.



14:30 Intermission


오전 세션 끝나고 전날 마시지 않은 하나 남은 커피를 마셨다. 평소에 커피 잘 안 마시는데 이제 마셔야 하나보다. 어디로 가서 점심 겸 저녁을 먹을까 하다가 공연장에서 12분 걸려 야헤 코레아(Yache Korea) 식당으로 왔다. 폴란드인이 운영하는 한식당. 아리랑 레스토랑은 19분으로 멀어서 가까운 데를 찾았는데, 한식당을 찾으면서 내가 묵는 호텔과 가까워졌다. 진작 배고플 때 여기로 올 걸 그랬나? 보니깐 배달이 밀린 듯. 3시 넘어서 왔는데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4시 20분에는 떠나야 하니까. 4시 전후로 먹었는데, 폴란드는 서두르지 않고 느긋한 것 같다. 도로를 지나가면 차들이 알아서 잘 비켜주고. 여자들은 예쁘고 남자들은 훈훈하다.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있진 않았다. 폴란드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듯. 김치는 맛있는데 김치찌개는 내 입맛이 아니다. 35즈워티라 좀 아깝긴 했다.





Session 2

17:00

30 Yasuko Furumi (Japan) / 야스코 후루미 (일본) - Steinway & Sons 479

Polonaise No. 5 in F sharp minor, Op. 44 / 폴로네즈 5번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 환상 폴로네즈

Waltz No. 4 in F major, Op. 34 No. 3 / 왈츠 4번 <고양이 왈츠>

Barcarolle in F sharp major, Op. 60 / 뱃노래


여기가 딱 끝인 걸로 보이는데 워낙 2라운드에 폭망이 많아서... 딱히 특별한 맛이 없고 흔한 소리인 것 같다.



17:40

31 Alexander Gadjiev (Italy/Slovenia) / 알렉산더 가지예프 (이탈리아/슬로베니아) - Kawai Shigeru EX

Prelude in C sharp minor, Op. 45 / 전주곡 작품 45

Barcarolle in F sharp major, Op. 60 / 뱃노래

Polonaise No. 5 in F sharp minor, Op. 44 / 폴로네즈 5번

Waltz No. 5 in A flat major, Op. 42 / 왈츠 5번

Ballade No. 2 in F major, Op. 38 / 발라드 2번


프로그램 북에 있는 곡들까지 포함하면 가지예프는 쇼팽 레퍼토리가 대강 30개. 워낙 적어서 쇼팽에 대해서 가진 전 재산을 털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정도. 그래도 내가 입상 경력 투톱으로 생각해준 만큼 네링이랑 라이벌이란 느낌이 들게 연주. 좋게 흘러갔는데 발라드 2번에서 좀 약해졌다. 네링보다 미스터치는 적어도 쇼팽다움에서 네링한테 밀리는 것 같다. 솔직히 1라운드에서 가지예프가 가와이 피아노 선택하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시몬아~ 가지예프가 가와이로 비켜줬다... 짱 먹자! 히히히~ 처음에 후기를 쓸 때는 어떤 모델인지 정확하게 안 적고 회사 이름만 적었는데 네링 때문에 스타인웨이 중에서도 어떤 모델인지 정확히 다시 적어야만 했다.



18:20

32 Avery Gagliano (USA) / 에이버리 갈리아노 (미국) - Steinway & Sons 300

Ballade No. 3 in A flat major, Op. 47 / 발라드 3번

Nocturne No. 17 in B Major, Op. 62 No. 1 / 녹턴 17번

Waltz No. 4 in F major, Op. 34 No. 3 / 왈츠 4번 <고양이 왈츠>

Andante spianato et Grande Polonaise brillante in E flat major, Op. 22 /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


1차부터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폴로네즈 끝나고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큰 박수.



19:00 Intermission


연주가 잠시 끝나고 화장실을 가는데 줄이 길다. 나는 그나마 일찍 선 경우. 남자 화장실도 때로는 줄 서야 한다.


19:30

33 Martín García García (Spain) / 마르틴 가르시아 가르시아 (스페인) - Fazioli F278

Waltz No. 2 in A flat major, Op. 34 No. 1 / 왈츠 2번

Ballade No. 3 in A flat major, Op. 47 / 발라드 3번

Impromptu No. 3 in G flat major, Op. 51 / 즉흥곡 3번

Scherzo No. 2 in B flat minor, Op. 31 / 스케르초 2번

Polonaise No. 6 in A flat major, Op. 53 "Heroic" / 영웅 폴로네즈


흥미로워서 3라운드에서도 보고 싶다. 가장 생동감 넘치는 왈츠. 결과와 상관없이 프로 같은 연주였는데, 콩쿠르 생활을 마감하고 나서 우승자 투어를 가지는 느낌도 난다. 이번에는 조끼를 입고 등장. 입으로 노래하면서 연주하는 게 들린다. 사실 크게 볼 일은 없어보였는데 준수한 것 하나 물고 왔다. 클리블랜드 콩쿠르 우승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멈추기도 하는데 코로나19가 변수.



20:10

34 Eva Gevorgyan (Russia/Armenia) / 에바 게보르기안 (러시아/아르메니아) - Steinway & Sons 479

Ballade No. 3 in A flat major, Op. 47 / 발라드 3번

Waltz No. 2 in A flat major, Op. 34 No. 1 / 왈츠 2번

Waltz No. 3 in A minor, Op. 34 No. 2 / 왈츠 3번

Waltz No. 4 in F major, Op. 34 No. 3 / 왈츠 4번 <고양이 왈츠>

Polonaise No. 5 in F sharp minor, Op. 44 / 폴로네즈 5번


연주가 시원하고 파워풀하다. 왈츠를 선택한 이유는 본인의 나이와 성장 관계에 맞게 선정한 듯. 쇼팽에 입문할 때 먼저 배우는 장르 중 하나가 왈츠. 일본은 러시아처럼 시원하고 화끈하게 연주하는 게 필요하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에서 네링에 대해 가장 많이 챙기고 있었고 콩쿠르를 직관하면서 계속 생각해주고 있는데, 네링이 프로그램을 싹 바꾼 이유는 폴란드가 지시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 마지막 참가자의 연주가 끝나갈 때 깨달았다. 처음 나온 것처럼 새 출발하려는 의지?!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하지 못한다. 과거의 흔적이 한두 곡이라도 있더라고. 사실 다른 건 몰라도 협주곡 2번은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또 1번을 하려고 한다면 결선에 다시 오를 기회를 안 줄 것 같다. 이미 검증된 곡이기도 하고. 난 다른 사람은 놓쳐도 네링은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네링이 나오는 날은 지각하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네링이 참가하지 않았다면 정말 순수하게 축제처럼 즐겼을 거야... 하지만 네링이 나오니까 공부를 이것저것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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