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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4일 화요일
Melodiya / Igor Zhukov - Russian Piano School, Vol. 16
음악가들 중에는 그 끓어 넘치는 예술적 에너지를 여러 방향으로 발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휘자 카라얀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는 사실이나, 작곡가로서 활동하려고 했던 호로비츠가 전업 피아니스트로 다시 성공하게 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반면 천재적인 탤런트를 갖고 자기의 분야에 일가견을 이룬 사람이라도 여러 분야에 걸쳐서 성공하지는 못하는 사람도 있어서 흥미롭다. 요컨대 자신의 기질이 음악의 어떤 필드(장르)에 부합되는지를 찾는 것도 예술가로서의 완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하겠으며 특히 러시아에서 이런 멀티플한 예술가가 역사적으로 많이 배출되었고 음악계의 분위기 또한 이런 활동을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끝이 없지만, 이고르 주코프도 바로 그런 음악가 중 하나다. 피아니스트로 출발하여 편곡자, 심지어는 레코딩 엔지니어에 이르기까지 그의 활동은 매우 방대하다. 1955년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하여 처음에는 에밀 길렐스에게 배우다가 이듬해부터는 길렐스의 스승이었던 명교수 겐리흐 네이가우스를 사사했다. 1960년 음악원 졸업과 동시에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고 그 후 헝가리 등 유럽 각지에서 연주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주코프는 독일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피아니스트로, 지금까지 매년 방문하여 콘서트를 열고 있다.
주코프는 매우 냉철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음악가이다. 매년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여 음악 애호가들은 그의 프로그램만 매번 듣는다고 해도 새로운 음악적 정보와 함께 충분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작은 소품이라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의 분석과 실험을 통하여 확신을 가지고 연주에 임하며 그것이 자기 안에서 논리적인 절대성과 합리성을 띠는 곡만을 무대 위에 올릴 정도로 완벽주의자이다. 때로는 오만해보일 정도로 자신감에 찬 그의 작품 해석은 그래서 “지성 제일주의”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연주에서 유연하지 못하다든지 차갑다든지 하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네이가우스의 가르침을 받은 최후의 한 사람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네이가우스는 각자의 숨어있는 영감을 끌어내어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교육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제자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 무척 어려울 정도로 그 개성이 뚜렷한 피아니스트들을 배출해냈지만 그래도 그들의 “혈액형”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네이가우스의 “학생”들에게는 그들만의 “멋”이 있는데 그것은 너무나도 “절절한 리리시즘”이다. 주코프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또박또박한 억양과 함께, 이런 멋들어진 로맨틱한 표정들이 곳곳에서 완충작용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인 기질을 가진 스승과 제자가 만나서 가장 최대의 교육효과를 낳는, 합리적인 러시아 음악 교육의 승리라고 보겠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주코프는 지휘자로서, 또한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제일급이다. 모스크바 챔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최근에는 그의 이름을 지휘자의 자리에서 찾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되었다. 또 러시아의 음악 명문가 중 하나인 페이긴 형제와 함께 한 피아노 트리오는 17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모든 트리오 문헌을 망라하는 “히스토리컬 콘서트” 시리즈로 유명하다. 그리고 사운드 엔지니어로서의 활동은 그의 분석적이고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나름대로 일가견을 얻고 있다. 최근 주코프는 지휘 활동에서 손을 떼고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의 비중을 높이려는 것 같다. 자신은 휴식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는데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 말이 사실이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그는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것만이 의미가 있는 음악가가 아닌 전 방위적 예술가이며, 또 그런 점이 전체 음악계나 주코프 자신을 위해서도 옳은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파사칼리아는 원래 3박자 계통의 느린 춤곡의 이름인데, 여기서는 저음(베이스)으로 반복되는 오스티나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의 일종으로 풀이된다. 바흐의 파사칼리아 BWV 582는 이 기본 주제를 20회 반복한 뒤 4성 푸가가 뒤따르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파사칼리아와 푸가”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반복되는 동안 베이스 주제는 상성과 저성을 오가며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데 화성 진행은 엄격하여 바뀌지 않는다. 주코프의 피아노 편곡은 원곡이 오르간인 이 작품의 원형을 해치지 않고 훌륭한 음의 건축가로서의 바흐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이러한 편곡 형태는 러시아의 콘서트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것인데, 주코프의 연주는 지휘자로서의 피아노도 엿보이고 동시에 러시아적인 장대한 울림을 연출해내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슈만의 “숲의 정경” 작품 82는 이른바 “가곡의 숲”을 거쳐 다시 피아노곡으로 돌아온 그의 후기 작품 중 하나로, 이전의 작품보다 한층 더 깊어진 심상과 함께 어딘지 불안하고 어두운 느낌도 느껴진다. 숲이나 늪지대의 단편적인 인상을 묘사해놓은 짧은 아홉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직접적인 묘사가 뛰어난 곡들(제3곡, 제7곡, 제8곡 등)이 있는가 하면 제목과 뚜렷한 연관이 느껴지지 않는 곡들도 섞여있다. 주코프는 매우 명쾌하고 선명한 태도로 연주하고 있는데 악보에만 의거한 고지식할 정도의 해석으로, 슈만 특유의 아이러니나 표제음악적인 요소는 부족하나 제1곡, 제7곡 등에서 보여주는 약간 내성적인 듯한 뉘앙스는 일품이다.
차이코프스키의 “하프살의 추억”은 젊은 날의 작곡가가 휴양지인 하프살에서의 회상을 간추려서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제2곡의 스케르초는 이 곡집의 다른 두 곡보다 먼저 쓰였다고 추정되며 제3곡의 무언가는 제목 그대로 멘델스존의 “무언가집”과의 많은 유사성이 발견된다. (일찍이 안톤 루빈스타인도 자신을 “멘델스조니스트”라고 고백한 바 있다.) 주코프의 연주는 차이코프스키다운 두터우면서도 어딘지 우수에 찬 화음들이 특히 인상적인데(제1곡) 초기작품인 탓인지 성숙한 차이코프스키에서 보이는 염세적인 표현보다는 밝은 분위기가 지배적이라서 이해하기 쉽다.
“뱃노래”라는 제목은 많은 낭만파 작곡가들(쇼팽, 차이코프스키, 포레 등)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는데 라흐마니노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직접적인 배의 움직임이나 파도, 물의 흐름을 묘사했다기보다는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있는 느낌을 즉흥적으로 그렸다고 생각된다. 주코프는 전체적으로 절제의 미덕을 보이며, 가장 열띤 부분이라도 지나치는 법 없이 단정한 뱃노래를 만들어내고 있다.
프로코피에프의 작품은, “어린이를 위한 12개의 쉬운 소품”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지만, 내용을 살펴볼 때 결코 어린이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행간”을 읽을 수 있는 피아니스트의 혜안이 필요하며, 전문 연주자라 하더라도 짧은 소품들 안에서 요구되는 제목들의 그림을 그려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주코프는 이 점을 의식한 듯 한 곡 한 곡을 몸을 내던지다시피 할 정도로 정성을 들이고 있다. 율동감, 피아니시모, 포즈(쉼표), 돌발적이고 변덕스러운 악상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기 이를 데 없다. 이 곡의 대표 음반으로 꼽아도 좋을 듯하다.
★ 필자 : 김주영 (피아니스트)
서울 출생. 서울 음대 기악과 졸업.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 아스피란트(박사) 과정 졸업.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사무엘 파인베르크의 제자인 지나이다 이그나체바 교수를 사사. 유학 중 모스크바 프로코피에프 콩쿠르, 파리 인터내셔널 그랜드 콩쿠르 등에서 입상.
Track
01 Bach Passacaglia in c, BWV 582 / 바흐 파사칼리아 BWV 582
02 Schumann Waldszenen, Op. 82: 1. Eintritt / Entrance / 슈만 <숲의 정경> 중 1번 <숲의 입구>
03 Schumann Waldszenen, Op. 82: 2. Jaeger auf der Lauer / Hunter in Ambush / 슈만 <숲의 정경> 중 2번 <숨어 기다리는 사냥꾼>
04 Schumann Waldszenen, Op. 82: 3. Einsame Blumen / Lonely Flowers / 슈만 <숲의 정경> 중 3번 <고독한 꽃>
05 Schumann Waldszenen, Op. 82: 4. Verrufene Stelle / Haunted Spot / 슈만 <숲의 정경> 중 4번 <저주받은 장소>
06 Schumann Waldszenen, Op. 82: 5. Freundliche Landschaft / Friendly Landscape / 슈만 <숲의 정경> 중 5번 <정다운 풍경>
07 Schumann Waldszenen, Op. 82: 6. Herberge / Shelter / 슈만 <숲의 정경> 중 6번 <여인숙에서>
08 Schumann Waldszenen, Op. 82: 7. Vogel als Prophet / Bird as Prophet / 슈만 <숲의 정경> 중 7번 <예언하는 새>
09 Schumann Waldszenen, Op. 82: 8. Jagdlied / Hunting Song / 슈만 <숲의 정경> 중 8번 <사냥의 노래>
10 Schumann Waldszenen, Op. 82: 9. Abschied / Farewell / 슈만 <숲의 정경> 중 9번 <이별>
11 Tchaikovsky Souvenir de Hapsal, Op. 2 No. 1 Ruines d'un chateau / The Castle Ruins / 차이코프스키 <하프살의 추억> 중 1번 <성의 폐허>
12 Tchaikovsky Souvenir de Hapsal, Op. 2 No. 2 Scherzo / 차이코프스키 <하프살의 추억> 중 2번 <스케르초>
13 Tchaikovsky Souvenir de Hapsal, Op. 2 No. 3 Chant sans paroles / Song without Words / 차이코프스키 <하프살의 추억> 중 3번 <무언가>
14 Rachmaninov Barcarolle in g, Op. 10 No. 3 / 라흐마니노프 뱃노래
15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1. Morning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1번 <아침>
16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2. Promenade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2번 <산책>
17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3. Little Fairy-Tale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3번 <옛날이야기>
18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4. Tarantella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4번 <타란텔라>
19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5. Regrets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5번 <후회>
20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6. Waltz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6번 <왈츠>
21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7. Round Dance of the Grasshoppers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7번 <귀뚜라미의 행진>
22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8. Rain & Rainbow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8번 <비와 무지개>
23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9. Playing Tag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9번 <술래잡기>
24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10. March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10번 <행진곡>
25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11. Evening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11번 <저녁에>
26 Prokofiev Children's Music, Op. 65: 12. Moonlight Meadows / 프로코피에프 <어린이를 위한 모음곡> 중 12번 <달에 비친 초원>
The Multiple Talents of Igor Mikhailovich Zhukov (born 1936) / 이고르 미하일로비치 주코프의 다재다능함
Igor Zhukov is a veritable jack-of-all-trades - pianist, arranger, conductor and recording engineer, in short, the very man that we need today, a latter-day Liszt, a new type of musician, a man, in fine, whose playing is not just technically flawless but inspired by heart and brain.
이고르 주코프는 팔방미인으로 피아니스트, 편곡자, 지휘자, 레코딩 엔지니어인데,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오늘날 필요로 하는 현대판 리스트, 새로운 유형의 음악가, 기술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심장과 두뇌에서 영감을 받는 연주를 하는 훌륭한 사람이다.
Student Ambitions / 포부를 가진 학생
Zhukov was born in the ancient Russian city of Nizhny-Novgorod on 31 August 1936, but by 1937 his family had already moved to Moscow. Four years later they were evacuated to Vyatka (then known as Kirov) - even in Soviet Russia there was no avoiding the Second World War. The family returned to Moscow in time to supervise the young Igor's professional training. He completed his studies at the Conservatory's School of Music 1951, and in 1955 enrolled at the Conservatory proper, first with Emil Gilels, then, in 1956, with Heinrich Neuhaus. By the time that be graduated in 1960 at the age of twenty-four he had already won his first foreign spurs in the form of a second prize at the Long-Thibaud Piano Competition in Paris. He undertook his first foreign tour - to Hungary - in 1960 and was soon appearing on three continents, in which respect his career progressed far more smoothly than that of many of his elders. He has been a particularly frequent visitor to Germany, where he performed annually between 1981 and 1995.
주코프는 1936년 8월 31일에 러시아의 오래된 도시들 중 하나인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났지만, 1937년 그의 가족은 이미 모스크바로 옮겼다. 4년 후 그들은 비아트카(나중에 키로프로 개칭)로 대피했다. - 소비에트 러시아에서조차 2차 세계대전을 피할 수 없었다. 가족은 장래에 어린 이고르의 전문적인 훈련을 감독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그는 1951년 모스크바 음악원 부속 중앙음악학교에서 공부를 마쳤고 1955년에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하여 처음에는 에밀 길렐스에게 배우다가 1956년에는 하인리히 네이가우스에게 배웠다. 1960년 24세에 음악원 졸업과 동시에 파리에서 열린 롱-티보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고 그 후 헝가리 등 유럽 각지에서 연주 활동을 시작했으며 곧 대다수의 그의 선배들보다 훨씬 더 진보된 그의 경력을 존중하는 세 개의 대륙에 등장하고 있었다. 그는 특히 독일을 자주 방문하는데, 1981~1995년 동안 매년 방문하여 콘서트를 열었다.
Conductor, Chamber Musician and Sound Engineer / 지휘자, 실내악 연주자 그리고 사운드 엔지니어
Igor Zhukov has toured not only as a pianist, but also as conductor of his own Moscow Chamber Orchestra. In both capacities he is now so well known that it would be otiose to list all the countries where he has appeared. As a pianist he bears all the hallmarks of a Neuhaus pupil, but has none the less gone his own way, so that it is impossible to pigeonhole him as a performer. His repertory as a pianist extends Classical composers to 19th-century Romanticism and the Russian school of Tchaikovsky and Rachmaninov, while the scores that he has conducted with the Moscow Chamber Orchestra range from the Baroque to Respighi, Stravinsky and present-day Russian composers. He has also been active as a chamber musician. For seventeen years from 1963 to 1980 the Zhukov Piano Trio was something of an institution in the Soviet Union with its "Historic Concerts" of works from the 17th to the 20th centuries. (Its other members were Grigory and Valentin Feighin.) Zhukov is also a committed and sympathetic vocal accompanist, and has further made a name for himself as an editor and arranger with his own version of Bach's perennially challenging "Musical Offering", which he has also recorded. His discography as a pianist and harpsichordist currently runs to more than forty recordings, in three of which he additionally appears as conductor.
이고르 주코프는 피아니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그가 이끄는 모스크바 실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서 여행하기도 한다. 두 역량 모두에서 그는 자신이 출현한 모든 국가를 열거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피아니스트로서 그는 네이가우스 제자의 모든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그 자신의 길을 간 적은 없기 때문에, 그를 연주자로서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레퍼토리는 고전파 작곡가들부터 19세기 낭만파,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러시아 악파까지 확장시킨 반면, 그가 모스크바 실내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총보들의 범위는 바로크부터 레스피기, 스트라빈스키, 오늘날의 러시아 작곡가들에 이른다. 그는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적극적이었다. 1963년부터 1980년까지 17년 동안 주코프 피아노 트리오는 17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모든 트리오 문헌을 망라하는 “히스토리컬 콘서트” 시리즈로 유명했다. (다른 멤버들로는 그리고리와 발렌틴 페이긴 형제가 있다.) 주코프는 헌신적이고 공감되는 성악 반주자이기도 했으며, 그가 녹음하기도 했던 바흐의 지속적으로 도전적인 <음악의 헌정>의 편집자이자 편곡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의 피아니스트와 하프시코드 연주자로서의 음반은 현재 40장 이상인데, 그 중 그가 지휘자로 나오는 것은 세 장이다.
But it is not only as a pianist and conductor that Igor Zhukov is active in the recording studio. Inquisitive by nature, he has always been at the forefront of developments in studio technology, casting aside his role as performing artist and donning the mantle of expert assistant to one or other of his colleagues. He himself expresses it with disarming candour: "I'm the best pianist among recording engineers, and the best recording engineer among pianist." He gave up conducting in 1994 - it was time, he felt, for a rest - and in 1995 was feted at a benefit concert in his honour in Sochi, when a number of young Russian composers performed works written specially for the occasion.
그러나 이고르 주코프가 녹음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는 것은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서일 뿐만이 아니었다. 본래 호기심이 많은 그는 공연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제쳐두고 그의 동료의 전문가 조수의 역할을 맡으면서 항상 스튜디오 기술 발전의 선두에 있었다. 그 자신은 그것을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솔직함으로 표현한다. - “나는 레코딩 엔지니어들 중에서 최고의 피아니스트이고,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 최고의 레코딩 엔지니어이다.” 그는 1994년에 지휘를 포기했다. - 휴식을 위해서였다. - 그리고 1995년에 소치에서 그를 주빈으로 한 자선 콘서트가 열렸는데, 많은 젊은 러시아 작곡가들이 이 행사를 위해 특별히 만든 작품들을 연주했다.
A Stately Triple-Time Dance / 위엄 있는 3박자의 춤곡
Bach is the beginning and end of all music: how gratifying it is to find that Max Reger's admiring insight has influenced the choice of repertory of not a few Russian pianists. The present portrait of Igor Zhukov begins with his own piano arrangement of the Thomaskantor's C minor Passacaglia. There are few musical forms as accessible and instantly recognisable as this: over an ostinato theme in the bass, with its solemn and stately triple-time metre, more and more new figures and, somewhat more rarely, even new harmonies are added in increasingly complex layers of sound, producing a textbook exercise in restrained imagination.
바흐는 모든 음악의 시작이자 끝이다. - 막스 레거의 감동적인 통찰력이 꽤 많은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레퍼토리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얼마나 흐뭇한가. 이고르 주코프의 현재 초상은 그가 피아노로 편곡한 성 토마스 교회 칸토르(성가대장)인 바흐의 파사칼리아로 시작한다. 이것처럼 이해하기 쉽고 즉시 인식할 수 있는 음악 형식은 거의 없다. - 베이스에서 오스티나토(고집스럽게 반복되는 음형) 테마를 넘어서, 엄숙하고 위엄 있는 3박자와 함께, 점점 새로운 모습들과, 다소 더 드물게, 새로운 화성들조차도 억압된 상상력에서 교재 연습을 제공하면서 점점 복잡한 소리의 층에 포함된다.
A German Forest's Hidden Dangers / 독일 숲의 숨겨진 위험들
From Bach it is literally only a short step to Robert Schumann: both men spent time in Leipzig, albeit a century apart, Bach as director of music at St. Thomas', Schumann as an unwilling student of law secretly taking lessons in music. Schumann studied music privately, of course, since the local conservatory had not yet been founded by the man who was later to become one of his closest friends, Felix Mendelssohn. (Schumann himself was to teach there in the 1840s.) As a result of his piano lessons with Friedrich Wieck, Schumann developed into a highly promising virtuoso, a development in which he was no doubt encouraged by the attractive daughter of the house, whom he later courted with impetuous ardour and whom he finally married in 1840. Schumann's tragic end and, with it, the end of his marriage was soon to find a pre-echo in his music: tragedy casts long shadows.
바흐에서 말 그대로 로베르트 슈만까지는 짧은 단계일 뿐이다. - 둘 다 라이프치히에서 보냈지만, 한 세기가 떨어져 있다고는 해도, 바흐는 성 토마스 교회 음악 감독으로, 슈만은 법학에 뜻이 없는 학생으로 비밀리에 음악 레슨을 받았다. 슈만은 물론 음악을 독학했는데, 나중에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 중의 한 명이 되는 펠릭스 멘델스존이 창설한 지역 음악원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슈만 그 자신은 1840년대에 거기에서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 프리드리히 비크와 피아노 레슨을 한 결과, 슈만은 매우 유망한 거장으로 발전했으며, 의심의 여지없이 집안의 매력적인 딸인 클라라에 의해 격려 받은 발전이었으며, 그는 나중에 그녀에게 충동적인 열정으로 구애했으며 마침내 1840년에 결혼했다. 슈만의 비극적인 종말과 그리고 그것과 함께 그의 결혼 생활의 끝은 곧 그의 음악에서 프리에코(진폭이 작은 신호에서 큰 왜곡으로 들리는 현상)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 비극은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At first sight, the composer's "Waldszenen" seem untouched by all such forebodings, appearing, rather, as an instance of music written to be performed in the home by amateur musicians - and, in particular, by young performers. As such, this set of pieces invites comparisons with the far more frequently performed "Kinderszenen". The Romantic Schumann seems to have harboured three different souls in his breast, not only bespeaking a gloomy fatality and childlike innocence, but also suggesting a visionary dreamer, contentedly passing through Nature, perhaps with a song on his lips. And yet - how could it be otherwise? - an ill-defined sense of horror is never far from the surface, an aspect typified by "Verrufene Stelle", the sombre motto of which was penned by perhaps the blackest of all German dramatists, Friedrich Hebbel.
첫눈에, 작곡가의 <숲의 정경>은 아마추어 음악가들에 의해 집에서 연주되도록 작곡된 음악의 실례로 나타나는 그러한 모든 예언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그리고, 특히, 젊은 연주자들에 의해서. 이와 같이 이 세트는 훨씬 더 자주 연주되는 <어린이의 정경>과의 비교를 유도한다. 로베르트 슈만은 가슴에 세 개의 다른 영혼을 숨겨놓은 것 같은데, 우울한 치명상과 어린애 같은 순수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지력 있는 몽상가를 암시하면서 자연을 만족스럽게 꿰뚫는데, 아마도 그의 입술에 노래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 불분명한 공포심은 아마도 독일의 모든 극작가들 중에서 가장 어두운 프리드리히 헤벨이 쓴 그 몽상의 좌우명이었을 4번 <저주받은 장소>으로 대표되는 표면에서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이 <저주받은 장소>의 곡 첫머리에는 헤벨의 음산한 시구 두 줄이 슈만에 의해 적혀있다.
저 언덕 위에 피어난 꽃들,
죽음처럼 창백하다
Russia's Fashionable Baltic Resort / 러시아의 세련된 발트 해 휴양지
We pass from unspoilt Nature to cultured civilisation, from the German forests to an elegant spa and health resort in Tsarist Russia, not far from the country's capital at that time, St Petersburg: in Hapsal, even the ruler of all Russia holidayed with his family on those few occasions when he chose not to spend his free time at Peterhof, with its magnificent display of fountains.
우리는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자연에서 교양 있는 문명으로, 독일 숲에서 제정 러시아 당시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멀지 않은 우아한 스파와 건강 휴양지로 지나간다. - 하프살에서는 심지어 모든 러시아의 통치자가 분수대가 훌륭하게 전시된 페테르고프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고 했던 몇몇 경우에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
Tchaikovsky dedicated a set of three piano pieces to the delightful resort of Hapsal. In the first, "Ruines d'un chateau", a kind of duet unfolds over a brooding ostinato in the bass; a dancelike middle section, the syncopations and modal harmonies of which suggest a folklike character, leads to a brightening of the underlying mood and, thence, to a virtuoso crescendo. The second piece, headed "Scherzo", adopts an emphatically lively tone, although its lyrical middle section may perhaps recall more romantic episodes in the Baltic resort. The third piece, "Chant sans paroles", became one of the Russian Romantic's greatest hits and is inspired on two levels by the Biedermeier movement in German art. In the first place, it was clearly written under the influence of Mendelssohn's Songs without Words; and, second, it recalls the simple but masterly and perennially popular Melody in F by Tchaikovsky's mentor, Anton Rubinstein, who was a self-confessed Mendelssohnian. Indeed, Rubinstein's sympathies were all too soon to become a bone of contention between the two composers, when the elder of them took fright at his brilliant student's contemporary symphony, "Winter Daydreams", and insisted on a revision.
차이코프스키는 이 유쾌한 하프살의 휴양지에 3개의 피아노곡 세트를 헌정했다. 첫 번째 곡인 <성의 폐허>에서 듀엣의 일종이 베이스에서 음울한 오스티나토를 펼친다. - 민속풍의 성격을 암시하는 춤곡의 성격을 가지는 중간부, 당김음, 선법 화성법은 밑에 있는 분위기를 밝게 유도하고 거기에서 고도의 기교를 보여주는 크레셴도(점점 세게)를 이끌어낸다. 두 번째 곡은 <스케르초>로 향하는데, 서정적인 중간부가 발트 해 휴양지에서의 보다 낭만적인 에피소드를 연상케 할 수 있지만, 강렬하게 활기 넘치는 음색을 채택한다. 세 번째 곡인 <무언가>는 러시아 낭만파의 히트곡 중의 하나가 되었고 독일 예술에서 비더마이어 양식(19세기 중엽의 간소하고 실용적인 가구의 양식)에 의한 두 단계에서 영감 받았다. 처음에는 멘델스존의 “무언가”의 영향으로 분명히 쓰였다. - 그리고, 두 번째로,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멘토(스승)이자 “멘델스조니안”이라고 고백했던 안톤 루빈스타인의 단순하지만 거장다우며 지속적으로 인기 있는 유명한 곡인 <F장조의 멜로디>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루빈스타인의 지지가 너무 빨라서 두 작곡가들 사이에서 다툼거리가 되었는데, 그들 중의 연장자(차이코프스키)가 그의 훌륭한 제자들의 현대 교향곡인 <겨울날의 환상>에서 기를 꺾었고, 개정을 주장했다.
Tchaikovsky Souvenir de Hapsal, Op. 2 No. 1 Ruines d'un chateau (a brooding ostinato in the bass) / 차이코프스키 <하프살의 추억> 중 1번 <성의 폐허>에 나오는 음울한 왼손 오스티나토
Tchaikovsky Souvenir de Hapsal, Op. 2 No. 1 Ruines d'un chateau (Middle Section) / 차이코프스키 <하프살의 추억> 중 1번 <성의 폐허> 중간부
Tchaikovsky Souvenir de Hapsal, Op. 2 No. 2 Scherzo (Opening) / 차이코프스키 <하프살의 추억> 중 2번 <스케르초> 오프닝
Tchaikovsky Souvenir de Hapsal, Op. 2 No. 2 Scherzo (Middle Section) / 차이코프스키 <하프살의 추억> 중 2번 <스케르초> 중간부
Tchaikovsky Souvenir de Hapsal, Op. 2 No. 3 Chant sans paroles / 차이코프스키 <하프살의 추억> 중 3번 <무언가>
Anton Rubinstein: Melody in F, Op. 3 No. 1 / 루빈스타인 멜로디 작품 3-1
Rippling Waves / 잔물결
Let us stay on the coast and with water. The iridescent, gently rocking world of the barcarolle familiar not only from Chopin but also from Offenbach's "Contes d'Hoffmann" and Tchaikovsky's "Saisons" is further explored by Sergei Rachmaninov, who - by no means fortuitously - devoted two symphonic poems to water in all its changing moods: "The Rock" (1893) and "The Isle of the Dead" (1909), the latter inspired by Arnold Böcklin's internationally celebrated painting. His Barcarolle in G minor is naturally in a swaying triple metre and is taken from the composer's seven "Morceaux de Salson" of 1893/94, which, their title notwithstanding, have no trace of sickly sentimentality of cheap sensationalism about them. The twenty-year-old composer impresses above all by dint of his almost impressionistic ability to capture and reproduce the interplay of light on the water's glassy surface.
해안에서 물과 함께 지내보자. 쇼팽뿐만 아니라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모음곡 <사계>에서도 친숙한 무지갯빛의 부드럽게 흔들리는 뱃노래의 세계는 라흐마니노프에 의해서도 더 자세히 탐구된다. - 결코 우연이 아니다. - 모든 변화하는 분위기에서 물에 대한 두 개의 교향시를 헌정했다. - <바위>(1893)와 <죽음의 섬>(1909)인데, 후자는 아르놀트 뵈클린의 국제적으로 유명한 그림에서 영감 받았다. 그의 뱃노래는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3박자의 곡으로, 작곡가가 1893~94년 동안 쓴 <살롱 풍의 소품>에 속해 있는 것이며,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곡들에는 싸구려 선정주의의 병약한 감상벽(感傷癖)의 흔적이 없다. 20세의 작곡가는 무엇보다도 물의 유리 같은 표면에 빛의 상호 작용을 포착하고 재연하는 그의 거의 인상적인 능력 덕분에 깊은 인상을 준다.
Not Only for Prodigies / 영재들만이 아니다
Sergei Prokofiev's great love of children emerges not least from his "tale for children", "Peter and the Wolf", arguably the most successful of all fairy stories in music. Given the fact that his five piano concertos are held in considerable awe by even the finest pianists, unsuspecting listeners might assume that the composer was underestimating the difficulties of his "Music for Children", Op. 65 (1935) when he described them as intended expressly for children. But in the event he held himself in check and ensured that all twelve of these short pieces are within the capabilities of younger performers. Even the world of the child's imagination is captured in exemplary detail, with dances figuring alongside impressions of the countryside and scenes of children's games. The fact that, unlike Bartok in his "Mikrokosmos", Prokofiev avoids laying down the law stylistically and simply writes "music for children" conspires to make all twelve of these miniatures doubly attractive.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어린이들에 대한 커다란 사랑은 음악의 모든 동화들 중에서 가장 성공한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인 <피터와 늑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5개의 피아노 협주곡이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조차도 상당히 경외감을 느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청취자들이 어린이들을 위한 의도로 그가 표현했던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1935)에 대한 어려움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그는 자신을 억제하고 이 짧은 12개의 곡들이 보다 어린 연주자들의 능력에 있음을 확인했다. 심지어 어린이들의 상상력의 세계조차도 시골의 인상과 어린이들이 노는 장면과 나란히 구성하는 춤과 함께 모범적인 디테일에서 포착된다. <미크로코스모스>에 있는 버르토크와는 달리, 프로코피에프가 법을 여러 스타일로 규정하는 것을 피하고 단순하게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을 쓴다는 사실은 이 12개의 소품들을 모두 두 배로 매력적으로 만든다.
프로코피에프의 어린이 모음곡에 대해서 제목 하나하나를 될 수 있으면 정확한 번역으로 찾다 보니 논문 목차가 나와서 그걸로 발췌했다. 이번에는 한글 정보에서 몇 가지 발췌해서 쓸 수 있었다.
https://classicalpippo9.com/2017/10/24/russian-pianist-school-vol-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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