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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Dmitry Masleev Recital at the IBK Chamber Hall at Seoul Arts Center (4 December 2019)
“드미트리는 고도의 예술적 기교를 선보이며 즉각적으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뛰어난 테크닉을 바탕으로 음악을 친밀하게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은 경이롭다.” - 룩셈부르크 클래식 음악 잡지 피치카토(Pizzicato)
2015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만장일치 우승에 빛나는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2015년 제15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지난 3년간 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등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전 세계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마슬레예프는 “탁월한 기교”(피낸셜 타임스, Financial Times)와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 음악성”(노이에 무지크차이퉁, Neue Musikzeitung)을 갖춘 “차세대 거장 피아니스트”로 평가받으며 본인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그는 진보적인 해석과 섬세하고 뛰어난 테크닉으로 주로 독일과 프랑스를 주요 활동 무대로 삼고 있으며 이외에도 세계 다양한 지역의 페스티벌과 밤베르크 심포니를 비롯하여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들과 협연과 투어,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와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엄에서 뉴욕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가지며 차세대 거장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차세대 거장 피아니스트가 선보일 완벽한 테크닉, 투명한 사운드
러시안 소울을 이끌어내는 피아니스트 마슬레예프는 이번 내한공연에도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놓치지 않았다. 작곡가 메트너의 최고의 시적 창작으로 여겨지는 작품인 회상-소나타를 시작으로 소련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야스코프스키의 피아노 소나타, 플레트네프에 의해 편곡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발라키레프에 의해 편곡된 글린카의 종달새까지 세련되고 다듬어진 러시아 피아니즘을 선보일 것이다.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드뷔시와 포레의 작품으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연주와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다채롭고 신선한 음악을 선사할 것이다.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1988년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태어난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미하일 페투호프 교수(Prof. Mikhail Petukhov)를 사사했으며 레이크 코모 국제피아노아카데미에서 공부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언론과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2011년 제21회 로마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제15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러시아, 프랑스, 루마니아,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무대를 펼쳐 실력을 입증하였다.
마슬레예프의 앨범은 러시아 유명 레이블 멜로디야에서 발매되어 스포티파이에서 2017 최고의 클래식 앨범으로 선정,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슈베르트 앨범과 함께 독일 음반 비평가상 후보에 올라 솔로 피아노 부문 수상의 영예를 가져다주었다. 또한 그는 라 로크 당테롱, 브베, 라인가우, 바트 키싱엔, 루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등 다양한 지역의 페스티벌에 참여하였고, 2018년 5월에는 보덴제 페스티벌의 상주 음악가로 활약하며 오케스트라, 솔로, 실내악을 가리지 않고 총 9개의 공연에서 무대에 올랐다. 이 중 마슬레예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포함한 일부 공연은 유럽 전역에 방송되었고 간결하면서도 완벽한 해석으로 협주곡에 내재되어 있는 ‘러시안 소울’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2016년 가원상 수상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스베틀라노프 오케스트라, 항저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필하모닉 아카데믹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콘서트홀, 뉴욕 카네기홀, 레바논 등에서 리사이틀 및 갈라 콘서트 개최
지난 12월 4일 수요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리는 드미트리 마슬레예프의 독주회에 다녀왔다. 2016년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두 번째로 보는 것이다. 전날에 신영체임버홀에서 연주회가 있었는데 이웃님이 알려주신 인터뷰에 의하면 한국에 대한 인상은 안타깝지만 기억이 없다는 것.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삶은 공항, 공연장, 호텔 밖에는 기억이 안 나므로 여유가 없으니까. 그 대목에서 키신이 딱 떠올랐다. 키신의 동선이 그러하다. 미야스코프스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므로 프로그램북을 4천 원에 샀다.
Program
Medtner Sonata-Reminiscenza in a, Op. 38 No. 1 / 메트너 <회상 소나타>
이 곡에 대해서는 베레조프스키의 연주에 매료된 기억이 있다. 아들(?)아 미안~~~ 아빠(?)의 연주가 나한테는 그래도 더 끌려서. 마지막 a음의 여운을 더 느끼고 싶은데 박수가 곧바로 나왔다. 일명 ‘안다’ 박수. 2층에서 봤지만 코앞에서 보는 것처럼 들렸다.
Debussy Pour le piano / 드뷔시 <피아노를 위하여>
I. Prelude / 프렐류드
II. Sarabande / 사라방드
III. Toccata / 토카타
드뷔시는 독특한데 이건 내가 러시아 연주자들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이다. 드뷔시는 모호한데 러시안은 확실해서 안 맞는 듯... 음반을 모으면서 어쩔 수 없는 선입견이 잡혀버렸다. 러시아는 어떤 작곡가든지 소화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뷔시랑 라벨에서 막혔다. 그래도 난 러시안 피아니즘을 사랑한다. 프렌치 피아니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Myaskovsky Piano Sonata No. 2, Op. 13 / 미야스코프스키 피아노 소나타 2번
미야스코프스키는 음반을 모으면서 몇 번 접해봤던 작곡가이지만 예습을 안 해서 모르는 곡. 그런데 진노의 날(dies irae) 테마가 들리니깐 오히려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서 들떴다. 오른손에서 펼쳐지는 디에스 이레는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랩소디>랑 리스트 <죽음의 무도>에서도 나온다.
Intermission
Faure Nocturne No. 1 in e flat, Op. 33 / 포레 녹턴 1번
포레 역시 생소하다. 녹턴 6번이 아무래도 익숙하니까. 마치 드라마처럼 시작한다.
Tchaikovsky/Pletnev: Concert Suite from the Ballet "The Nutcracker" / 차이코프스키 발레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플레트네프 편곡)
I. March / 행진곡
II. Dance of the Sugar-Plum Fairy / 설탕 요정의 춤
III. Tarantella / 타란텔라
IV. Intermezzo / 인터메조
V. Trepak (Russian Dance) / 트레팍 (러시아의 춤)
VI. Chinese Dance / 중국의 춤
VII. Andante maestoso / 안단테 마에스토소
두 번째 곡은 분명히 피아노로 연주하고 있는데도 첼레스타로 연주하는 것처럼 들려서 신기했다. 마지막 곡에서는 초반에 삐끗하더니 뭔가 악보를 까먹은 것 같다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쳤던 부분을 다시 치는 상황 발생.
Glinka/Balakirev: The Lark / 글린카 종달새 (발라키레프 편곡)
차이코프스키에 이어 바로 연주한 이 곡은 글린카의 가곡을 발라키레프가 비르투오소 기교를 더해서 피아니스틱하게 편곡한 것이다. 이건 내가 키신의 DVD 자막을 번역하면서 빠져들었던 곡. 난 이 곡을 키신의 연주로 다시 듣고 싶은데 지금보다 젊은 시절의 레퍼토리라 안 들려줘서 유감. 평양 출신 피아니스트 마신아의 연주로도 좋아한다. 실제로 듣는 건 처음인데 악보를 몇 군데 건너뛰고 연주한 느낌이라 유감이다.
Liszt Spanish Rhapsody, S. 254 / 리스트 스페인 랩소디
전에는 죽음의 무도(Totantenz)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스페인 랩소디를 접했다. 리스트는 역시 무난하다.
Encores
Grieg/Grigory Ginsburg: Peer Gynt Suite No. 1, Op. 46 / 그리그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그리고리 긴즈부르크 편곡)
- I. Morning Mood / 아침의 기분
- IV.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 산왕의 궁전에서
첫 번째 앙코르곡은 먼저 어떤 곡인지 알려주고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그의 곡들 중 하나. 아침의 기분으로 잔잔하게 문을 연 다음 산왕의 궁전에서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옥타브를 빠르게 연주하니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옥타브가 더욱 맹렬해진다. 역시 속주에 일가견이 있나보다. 왼손이 보이지 않는 마법을 경험했다. 마추예프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Kapustin: 8 Concert Etudes, Op. 40: I. Prelude / 카푸스틴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중 1번 프렐류드
카푸스틴의 곡은 토카티나 듣고 싶었는데 그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이전의 레퍼토리라서 다른 곡으로...
Gershwin 3 Preludes / 거슈윈 3개 전주곡
- I. Allegro ben ritmato e deciso
- II. Andante con moto e poco rubato
- III. Allegro ben ritmato e deciso
거슈윈 1번만 쳐줄 줄 알았는데 쿨하게 3번까지 이어서 친다. 러시아적인 거슈윈?
Chopin Nocturne No. 20 in c#, Op. posth. / 쇼팽 녹턴 20번
거슈윈에 이어서 앙코르곡 더 해줬으면 했는데 녹턴 20번이 나오니깐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싶었다. 보통 느리고 서정적인 곡이 나오면 마지막이라는 암시인 듯. 이 곡은 도입부가 나온 다음에 본의 아니게 다른 음을 건드려서 어떤 음을 칠 것인지 스포일(?)했다.
차기 대회도 열렸는데 콘서트홀이 아닌 게 의아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그래도 더 많은 청중과 함께 했으면 아쉬움도 있었다. 챔버홀이었지만 마치 콘서트홀에서 듣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콘서트홀에서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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