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Seong-Jin Cho & Yannick Nézet-Séguin at the Arts Center Incheon (9 November 2019)


2019년 11월 9일 18시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
Seong-Jin Cho, piano / 조성진, 피아노
Philadelphia Orchestra /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Yannick Nézet-Séguin, conductor / 야니크 네제-세갱 지휘
[68]

미국 빅 5(Big Five)에 꼽히는 명문악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음악 감독 야니크 네제-세갱과 내한 공연을 펼친다. 가장 미국적인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다이내믹이 살아있는 호화로운 음색이 특징이다.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차기 음악 감독으로 선출되며 미국 클래식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마에스트로의 입지를 굳힌 야니크 네제-세갱의 섬세한 해석과 함께 아트센터 인천 개관 공연에 이어 두 번째 무대를 찾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이 완벽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날렵한 감각, 직관적인 해석, 그리고 특유의 호쾌한 미소를 트레이드마크로 하여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로 성장,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야니크 네제-세갱의 지휘 아래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부의 문을 활짝 연다. 지난 해 발매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음반으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두 아티스트의 선택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역동적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와 조성진 특유의 대담하고도 섬세한 터치가 공존하는 환상적인 매력의 라흐마니노프와 2부에서는 대중적인 선율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마스터피스인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가 연주된다.


Program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1 in f#, Op. 1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I. Vivace
II. Andante
III. Allegro vivace

Brahms 6 Klavierstücke, Op. 118 No. 2 in A: Intermezzo. Andante teneramente (encore) / 브람스 6개의 피아노 소품 작품 118-2

Dvorak Symphony No. 9 in e, Op. 95 "From the New World" /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I. Adagio - Allegro molto
II. Largo
III. Scherzo. Molto vivace – Poco sostenuto
IV. Allegro con fuoco

Encore
Rachmaninov Vocalise, Op. 34 No. 14 /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11월 9일은 임동혁의 리사이틀을 가려고 했던 날이었다. 그런데 11월 7일에 문자가 왔다. 임동혁이 급성 고열 및 심약 증세로 치료 중이라 건강상의 문제로 우리나라 투어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올해 가려고 했던 조성진의 공연이 필라델피아 협연 딱 하나였는데 이날 일정이 비어서 갑자기 조성진을 생각하게 되었다. 조성진이랑 겹치는데 임동혁을 가게 되면 인천 공연을 할 수 없이 버리고 서울로 향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인터파크 사이트에 접속해서 인천에 자리가 남는지 살펴보니 다섯 자리 남짓... 그런데 18만 원짜리였다. 건반이 보이는 좋은 자리이긴 했다. 올해는 잘 넘기나 했더니 결국 카드 결제하면서 주책바가지!!! 그 돈이면 다른 저렴한 공연 4~5개는 갈 수 있는 돈이니까. 인천은 멀고 하니 다음날 서울 공연도 당연히 알아봤지만 매진이라 여의치 않았다. 애초에 티켓팅도 하지 않았다. 날짜도 몰랐고 까먹었으니까. 그렇게 토요일에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 중에서도 끝이라서 멀었다. 서울에서 중간에 지하철을 잘못 타서 다시 돌아와서 타기도 하는 등 시간을 좀 까먹었다. 그것 하나 보러 가기를 지하철 왕복하느라고 하루 10시간은 까먹었다. 도착하고 보니 공연 10분 전.


조성진은 검은색, 지휘자는 하얀색으로 흑백의 대조를 이뤘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라흐마니노프가 본인의 연주로 자작 협주곡을 초연한 데라서 와본 것이다. 조성진을 보러 왔다기보다는 오케스트라를 보러 온 것에 가깝다. 물론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1번 또는 조성진과 네제-세갱의 조합을 이때가 아니면 못 볼 것 같아서 온 것도 있다. 다닐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랑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녹음했던데 조성진도 나중에 그렇게 할 것인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조성진의 소리가 약한 것에 대해서 평소에 많이 느끼고 있었으므로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내가 너무 가까이서 봤나 싶기도 했다. 사실 서울에서 다른 연주자의 경우였지만 1층 뒤에 앉아도 오케스트라에 피아노 소리가 파묻힐 때가 있다. 아트센터 인천에 처음 왔는데 음향은 그래도 예당이 낫다. 내가 보리스 팬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협주곡 1번만큼은 보리스 편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 같았던 보리스의 2악장이 기억에 남기에. 3악장에서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메리카 대륙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 같았다. 미국의 기상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날 공연은 나중에라도 중계하려나보다.

앙코르는 금방 해줬는데 건반 위에 올려놓는 손을 보고 브람스 인터메조가 될 줄 알았다. 앙코르로 예상한 곡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나를 몇 번 쳐다보더라고... 내가 어디서 본 것 같았나? 뭔가 눈치를 보더니 연주 중간에 폰으로 무대를 찍었다. 조성진이 앙코르 연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었나? 연주 몰입에 잠시 방해가 되었다. 요즘에 조성진이 앙코르곡으로 브람스 인터메조를 밀고 있는데 드라마 밀회에서도 나왔더라고.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은 악장 하나하나가 좋고 물론 연주도 좋았는데 약간 졸았다. 커피가 간절했다. 그러다가 4악장에서 정신 차렸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이렇게 말했다.

"Thank you! You are the best audience!"

오케스트라 앙코르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이 곡을 언젠가는 러시아 오케스트라로 직접 느끼고 싶다. 더 이상 앙코르는 없다는 듯이 지휘자가 손을 흔들면서 바이바이!




조성진을 올해에 한 번만 보려고 했고 그 딱 한 번을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 보게 되었는데 등장할 때 박수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이제 내년이면 새로운 쇼팽 콩쿠르가 기다리니까? 내년에 쇼팽 콩쿠르를 보러 가는데 아직 오프닝 콘서트와 입상자 갈라 콘서트 티켓팅이 남아있다. 조성진이 오프닝 무대에 선다고 하는데 티켓팅 성공하면 간다. 베를린 필 협연을 보고 난 이후 그게 오히려 조성진의 공연을 잘 안 가는 계기가 되었는데 내년에도 안 가려 들 것 같다. 본다면 해외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에도 운명에 맡겨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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