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6일 토요일

Snowman's Warsaw Diary Day 19 (16 October 2021)



XVIII Chopin Competition Stage III Day 3

이제 3라운드 마지막 날! 하루 쉬면 결선이 다가온다. 커피가 아니면 졸려서 공연장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커피를 샀다. 이제 지난 대회 파이널리스트 3명의 운명이 결정되는데도 의외로 덤덤하다. 2라운드에서는 슬퍼질지도 모른다고 해놓고선.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접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서 지난 대회들의 정보로는 안 되고 새로 구축해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쇼팽 콩쿠르에 대해 배우는 중. 10시에 홀로 들어가기 전, 연주 중일 때 쨍그랑거리는 물체의 정체를 깨달았다. 누가 코트나 짐을 맡길 때 받는 쇠로 된 번호표를 입구에서 떨어뜨릴 때 그런 소리가 났다. 난 그걸 아예 가방 앞주머니에 넣고 본다.



Session 1

10:00

17 Nikolay Khozyainov (Russia) / 니콜라이 호지아이노프 (러시아) - Steinway & Sons 479

1992년 7월 17일 → 29세


Nocturne No. 13 in C minor, Op. 48 No. 1 / 녹턴 13번


3 Mazurkas, Op. 59 / 3개의 마주르카 작품 59

No. 1 in A minor

No. 2 in A flat major

No. 3 in F sharp minor


Prelude in C sharp minor, Op. 45 / 전주곡 작품 45


Sonata No. 3 in B minor, Op. 58 / 소나타 3번

I. Allegro maestos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Largo

IV. Finale. Presto non tanto - Agitato


그냥 보면 결선에 갈 것 같지만 2010년처럼 협주곡 1번이라 기회를 줄지가 의문. 어차피 1위나 2위 아니면 안 되는 유형. 소나타 3번 1악장에서 중간에 느려지는 건 뭐지? 2010년 참가자들을 보니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나한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 직관하면서도 2010년 대회가 가장 좋은가보다. 입상 여부를 떠나 나중에 잘된 연주자들을 가장 많이 배출하기도 했고.



11:00

18 Su Yeon Kim (South Korea) / 김수연 (대한민국) - Steinway & Sons 479

1994년 6월 4일 → 27세


Fantasy in F minor, Op. 49 / 환상곡


4 Mazurkas, Op. 24 / 4개의 마주르카 작품 24

No. 1 in G minor

No. 2 in C major

No. 3 in A flat major

No. 4 in B flat minor


Tarantella in A flat major, Op. 43 / 타란텔라


Sonata No. 3 in B minor, Op. 58 / 소나타 3번

I. Allegro maestos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Largo

IV. Finale. Presto non tanto - Agitato


연주만 볼 때 결선에 오를 것 같지만 도쿄 아시아 쇼팽 콩쿠르 1위에서 믿고 거른다. 결선에 가도 나이 때문에 파이널리스트로 남을 것. 오랜만에 타란텔라를 감상해서 반가웠다. 소나타 3번 4악장을 끝내는 마지막 음을 누르자마자 박수가 터져 나온다.



12:00 Intermission


갈라 콘서트 둘째 날과 셋째 날을 오프라인으로 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별로라서 미련이 없거든. 다만 첫째 날은 오페라 극장에서 대통령의 시상식이 있어서 보고 싶었던 거고. 쉬는 시간에 잠깐 프로그램 북을 펴봤다. 마침 네링이 나왔는데 비드고슈치 음악원에서 이번 대회 심사위원장 카타지나 포포바-지드론의 제자. 미국으로 잠깐 유학 가서 예일대학교에서 보리스 베르만을 사사했는데 계속 공부하는 줄은 잘 모르고 있었다. 네링의 프로필을 연주자로서 2020년에 쓰려다가 쇼팽 콩쿠르 참가 때문에 안 쓰게 되었으니까. 카타지나는 불가리아 태생으로 폴란드에 시집 와서 귀화한 경우인데 2005년 우승자인 라파우 블레하치를 길러낸 스승! 당시에는 심사위원으로 안 나왔고 2010년부터 나왔으며 2015년부터 심사위원장. 난 네링이 크라쿠프에서 계속 거주 중인 줄 알았다.


12:20

19 Aimi Kobayashi (Japan) / 아이미 고바야시 (일본) - Steinway & Sons 479

1995년 9월 23일 → 26세


4 Mazurkas, Op. 30 / 4개의 마주르카 작품 30

No. 1 in C minor

No. 2 in B minor

No. 3 in D flat major

No. 4 in C sharp minor


24 Preludes, Op. 28 / 24개 전주곡

No. 1 in C major

No. 2 in A minor

No. 3 in G major

No. 4 in E minor

No. 5 in D major

No. 6 in B minor

No. 7 in A major

No. 8 in F sharp minor

No. 9 in E major

No. 10 in C sharp minor

No. 11 in B major

No. 12 in G sharp minor

No. 13 in F sharp major

No. 14 in E flat minor

No. 15 in D flat major (Raindrop) / 빗방울

No. 16 in B flat minor

No. 17 in A flat major

No. 18 in F minor

No. 19 in E flat major

No. 20 in C minor

No. 21 in B flat major

No. 22 in G minor

No. 23 in F major

No. 24 in D minor


연주에 엄청 독기를 품었다. 어떻게든 다시 결선에 가려는 필사적인 의지! 네링은 마음이 여린 거니? 그런데 아이미는 정말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에도 협주곡 1번이라 결선에 갈 수 있을지 의문인데? 재수생한테 주어진 결선 시드는 1~2장뿐인데? 2005년 2명, 2010년 2명, 2015년 1명이었는데 2015년에는 재수생 입상자의 맥이 끊겼다.



13:20

20 Mateusz Krzyżowski (Poland) / 마테우쉬 크지조프스키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1999년 3월 6일 → 22세


3 Mazurkas, Op. 56 / 3개의 마주르카 작품 56

No. 1 in B major

No. 2 in C major

No. 3 in C minor


24 Preludes, Op. 28 / 24개 전주곡

No. 1 in C major

No. 2 in A minor

No. 3 in G major

No. 4 in E minor

No. 5 in D major

No. 6 in B minor

No. 7 in A major

No. 8 in F sharp minor

No. 9 in E major

No. 10 in C sharp minor

No. 11 in B major

No. 12 in G sharp minor

No. 13 in F sharp major

No. 14 in E flat minor

No. 15 in D flat major (Raindrop) / 빗방울

No. 16 in B flat minor

No. 17 in A flat major

No. 18 in F minor

No. 19 in E flat major

No. 20 in C minor

No. 21 in B flat major

No. 22 in G minor

No. 23 in F major

No. 24 in D minor


2018년 쇼팽 국내 대회 1위 및 2020년 세미파이널리스트라 믿고 거른다. 여기에서 이 대회 출신들의 한계(3라운드가 끝)를 딱 드러냈다. 전주곡 연주하는 게 반갑긴 한데 폴란드 피아니스트들의 프렐류드 녹음은 솔직히 나한테 익숙하지 않다. 폴리시는 주로 왈츠, 마주르카, 폴로네즈 같은 장르를 선호하더라고. 미스터치가 나면 잔향에 묻혀서 소리가 지저분해지니 차라리 페달을 잠깐 끊어주는 게 낫다고 레슨 시간에 배웠는데 어쩌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전주곡 12번까지 점수를 까먹고 후반으로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 이번 대회 본선에 프랑스 참가자들이 하나도 없는 게 아쉬운 마당인데 기분 탓인 건지? 난 프렌치랑 러시안의 쇼팽 프렐류드를 되게 사랑하는데!



14:20 Intermission


오전 세션이 끝나고 쇼팽 박물관으로 다시 갔다. 인터넷으로 하다가 첫 번째 갈라 콘서트를 놓쳤다고 종이에 써서 보여줬다. 21일에 오페라 극장으로 가서 줄 서면 되냐고 물어봤다.


I failed to buy a Gala Concert Ticket on 15 October via Internet. I know it is hard to get a ticket of first gala concert. I want to know where I can buy a ticket. I need to line up at the box office of Teatr Wielki - Polish National Opera (Teatr Wielki Opera Narodowa) on 21 October?


결국 매진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럴 줄 알았지만... 쇼팽 박물관 근처에 있는 베트남 쌀국수 포(Pho) 가게로 왔는데 식탁으로 가져가다가 국물을 좀 흘렸다. 공연장으로 돌아가면서 나폴레옹 동상을 봤다. 쇼팽 콩쿠르 중계하는 방송국 앞이었네? 나폴레옹은 폴란드 입장에서는 영웅이더라고. 3라운드 마지막 날에도 표를 사려고 줄 서는 사람들이 많다. 홀에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어졌다.





Session 2

17:00

21 Jakub Kuszlik (Poland) / 야쿠브 쿠쉴리크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1996년 12월 23일 → 24세


Fantasy in F minor, Op. 49 / 환상곡


4 Mazurkas, Op. 30 / 4개의 마주르카 작품 30

No. 1 in C minor

No. 2 in B minor

No. 3 in D flat major

No. 4 in C sharp minor


Sonata No. 3 in B minor, Op. 58 / 소나타 3번

I. Allegro maestos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Largo

IV. Finale. Presto non tanto - Agitato


내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폴리시 파이널리스트 후보. 1차까지 맘에 안 들더니 2차에 이어 3차에서도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네링과 손잡고 결선에 갈 것인가?



18:00

22 Hyuk Lee (South Korea) / 이혁 (대한민국) - Kawai Shigeru EX

2000년 1월 4일 → 21세


Variations on "Là ci darem la mano" from Mozart's "Don Giovanni" in B flat major, Op. 2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자, 서로 손을 잡고>(라 치 다렘 라 마노)에 의한 변주곡


4 Mazurkas, Op. 17 / 4개의 마주르카 작품 17

No. 1 in B flat major

No. 2 in E minor

No. 3 in A flat major

No. 4 in A minor


Sonata No. 3 in B minor, Op. 58 / 소나타 3번

I. Allegro maestos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Largo

IV. Finale. Presto non tanto - Agitato


변주곡을 들으면서 쇼팽의 폴란드 시절에 잠긴다. 내 취향은 아닌 연주. 소나타 3번 4악장에서 모든 걸 터뜨린다. 마지막 음을 누르자마자 사람들이 브라보를 외치면서 박수를 터뜨린다. 가와이로 결선 가려나? 하마마쓰 콩쿠르 3위가 쇼팽 콩쿠르 결선에 진출하면 3위 아니면 4위를 받아낼 수 있다. 그런데 하마마쓰 입상자 3위가 쇼팽 콩쿠르 결선에 간 사례는 없고 참가하는 것도 이혁이 처음! 하마마쓰 1, 2, 4위가 쇼팽 콩쿠르에 진출하여 1, 3, 4, 5위에 입상했다. 하마마쓰 콩쿠르 4위 밑으로는 쇼팽 콩쿠르에 입상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사람들을 냉정하게 봤더니 본인들이 알아서 삽질해줬다. 난 이혁이 대구 아시아-태평양 쇼팽 콩쿠르에 참가한 경력을 알고 있어서 입상이 아닐 거라고도 보는데? 거기에서 우승해도 탈락으로 생각하는 마당이라서!



19:00 Intermission


마지막 참가자를 앞두고 기침이 심해졌다. 감기약을 1일 2회 먹고 있지만 밤에도 호텔에서 기침에 시달린다. 다행히 마지막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진정되었다.


19:20

23 Bruce Xiaoyu Liu (Canada) / 브루스 샤오위 류 (캐나다) - Fazioli F278

1997년 5월 8일 → 24세


4 Mazurkas, Op. 33 / 4개의 마주르카 작품 33

No. 1 in G sharp minor

No. 2 in C major

No. 3 in D major

No. 4 in B minor


Sonata No. 2 in B flat minor, Op. 35 / 소나타 2번

I. Grave - Doppio moviment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Marche funèbre

IV. Finale


Variations on "Là ci darem la mano" from Mozart's "Don Giovanni" in B flat major, Op. 2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자, 서로 손을 잡고>(라 치 다렘 라 마노)에 의한 변주곡


당 타이 손의 제자. 정말 잘하는데 왜 갑자기 내 취향이 아닌 거지? 루빈스타인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도 봤지만 다 아니긴 했다. 변주곡 마지막 음에서 박수가 바로 터져 나온다. 이렇게 3라운드가 끝났다.



3라운드에서도 결과 발표를 보지 않고 곧장 호텔로 갔다. 호텔이 가까워지자 편의점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샀다. 자꾸 졸려서 커피에 의존하게 된다. 한 3일 연속으로 밤마다 기침에 시달린 것 같다. 치안은 좋지만 감기가 독해서 바르샤바에서 지내는 게 쉽지 않다. 이제 홀 앞의 매장에서 살 수 있는 선물은 다 샀다. 엄마가 음표와 높은음자리표가 그려진 검은 우산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하나 사고 쇼팽 인형도 기념으로 사고. 앞으로 사고 싶어도 홀에 갈 날이 3일 남았다. 폴란드 물가가 우리나라의 1/4로 싸다고 해도 기념품은 싼 게 아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처음에는 커다란 개가 보이면 무서웠는데 이제는 거부 반응이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정말 무서워서 덜덜 떠는데 폴란드에서는 잘 길들인 건지 사납지 않고 온순하게 잘 지나간다. 나머지 참가자들의 연주를 보면서 3라운드 맨 처음에 나와서 연주한 네링의 불안했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서 3일 동안 속 터졌다. 나도 그런 부담감은 이해하는데, 다들 자긴 처음이 아니라고 편하게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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