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8일 월요일

Snowman's Warsaw Diary Day 20 (17 October 2021)


XVIII Chopin Competition Stage III Results

01 Ms Leonora Armellini (Italy) / 레오노라 아르멜리니 (이탈리아) - Fazioli F278

02 Mr J J Jun Li Bui (Canada) / J J 준 리 부이 (캐나다) - Kawai Shigeru EX

03 Mr Alexander Gadjiev (Italy/Slovenia) / 알렉산더 가지예프 (이탈리아/슬로베니아) - Kawai Shigeru EX

04 Mr Martín García García (Spain) / 마르틴 가르시아 가르시아 (스페인) - Fazioli F278

05 Ms Eva Gevorgyan (Russia/Armenia) / 에바 게보르기안 (러시아/아르메니아) - Steinway & Sons 479

06 Ms Aimi Kobayashi (Japan) / 아이미 고바야시 (일본) - Steinway & Sons 479

07 Mr Jakub Kuszlik (Poland) / 야쿠브 쿠쉴리크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08 Mr Hyuk Lee (South Korea) / 이혁 (대한민국) - Kawai Shigeru EX

09 Mr Bruce Xiaoyu Liu (Canada) / 브루스 샤오위 류 (캐나다) - Fazioli F278

10 Mr Kamil Pacholec (Poland) / 카밀 파홀레츠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11 Mr Hao Rao (China) / 하오 라오 (중국) - Steinway & Sons 479

12 Mr Kyohei Sorita (Japan) / 교헤이 소리타 (일본) - Steinway & Sons 479


결선에는 파치올리 3명, 가와이 3명, 스타인웨이 6명이 진출했다. 파이널 증서를 확보하신 12명 축하드립니다!


결국 시몬 네링은 3라운드에서 맨 처음 나온 걸 극복하지 못하고 불안한 연주를 선보인 끝에 떨어졌다. 이래서 아르세니 문이 3차까지라도 버텨줬으면 했는데... 사실 나도 네링이 맨 처음에 나와서 뭔가 불길했다. 지난 대회에서 가장 먼저 연주한 사람들이 결선이 되기 전까지 떨어져나간 걸 알고 있었으니까. 아이미 고바야시는 독기로 결국 결선에 또 올라가고. 이렇게 네링은 폴란드가 차려준 밥상을 엎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기된 거지만) 작년에 열렸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오페라 극장에 어떻게든 가려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내가 일부러 이틀 연속 발품 팔아서 쇼팽 박물관에 가서 다시 물어보고 그랬는데... 티켓팅을 대신 해줬던 동생과 한국 시간으로 아침에 얘기했다. 어차피 못 가게 된 오페라 극장 안 가도 된다고. 네링한테 폴란드를 우승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나보다. 나도 내 블로그에서 너무 떠들었고. 그래도 나한테 쇼팽다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고 루빈스타인 콩쿠르 우승자로서 앞으로 잘 되길 바라... 음반 두 장 산 것도 나중에 공부해줄게~ 폴란드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은 이뤘잖아! 폴란드에 쇼팽 콩쿠르 말고 다른 콩쿠르 우승도 하나 선사해줬잖아! 결국 난 이렇게 한 번 더 쥐구멍에 들어간다.


다닐 트리포노프처럼 루빈스타인 콩쿠르 우승에 이어 다른 큰 대회 우승으로 이어지는 그림이 참 힘든가보다. 동생이 남은 대회 즐기고 오라고 위로해준다. 이번 대회는 우승자가 없으려나 싶기도 하고... 우승하지 못한 나라는 스페인, 캐나다, 일본. 가지예프가 아무리 하마마쓰 콩쿠르 1위라고 해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어떻게든 3위를 받아내지 못해서 1위까지 편들기가 힘든 입장. 이탈리아가 이미 우승해본 나라라는 것과 함께 이중 국적이라는 것도 걸리고. 브루스는 네링이 우승했던 2017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파이널리스트로 남았고. 마르틴은 2021 루빈스타인 콩쿠르 1차 탈락. 이혁은 하마마쓰 콩쿠르 3위인데 결선에 올라갔으니 3위나 4위를 받아낼 수 있다. 네링의 모습에서 2019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말로페예프가 떠오르기도. 주최 측에서도 어떻게든 네링을 결선에 올리려고 했을 텐데... 이번 대회에서 한 명의 연주라도 더 볼 수 있게 된 걸 즐겨야 하는 걸까? 결국 네링에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못 본 네링의 연주를 여기에서 볼 수 있게 된 걸 감사해야 하는 건지도. 여기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끝은 아니니까 내던 음반 잘 내고 연주 여행도 여기저기 즐겁게 다녔으면 좋겠다.



일찍 일어나서 졸려서 쉬다가 점심이 지나서 외출했다. 기분을 추스르는 게 필요했다. 6년 전에 울적했던 기억도 떠오르고... 전날에는 가족들과 대화하면서 내 블로그에서 허락도 없이 퍼가다가 이웃 끊어진 사람의 얘기가 나왔는데, 동생이 나보다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라고 하더라고... 어차피 나한테는 떡이 없는 존재이고 나보다 안 된 사람이라 생각하려고 노력 중. 그 사람이 자꾸만 떠올라서 1라운드 연주에 이틀 동안 집중되지 않았고, 마음의 상처는 1라운드가 지나가면서 많이 아물었으나 준결선이 끝나고 나니 네링에 대한 생각이 밀려왔다. 2년 동안 기다린 여행이 즐거워야 하는데 대회 시작한 다음날부터 우울해하니까 가족들도 걱정했다. 엄마랑 대화하면서 정신 차렸다. 네링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니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이번 대회를 보러 왔나보다. 폴란드 출신이라는 부담감과 함께 컨디션 난조라고 했다. 사실 나도 1라운드부터 네링이 콩쿠르 생활을 다시 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지난 대회에서는 연주에 꽂혀서 응원하게 만들고 이번 대회에서는 입상 경력에 의해 할 수 없이 편들게 만들고... 이번 대회에서 쇼팽 스페셜리스트이자 내가 존경하는 거장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루빈스타인이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하던 영상도 떠올려보면서 네링이 이 곡을 연주한다면 어떨까 상상도 해보고... 이제 결선을 봐야 하는데 볼 맛이 안 난다. 그렇다고 치열한 티켓팅으로 구한 걸 양도하긴 싫고! 우승까진 아니더라도 준비한 걸 다 보여줬으면 하는 마지막 한 가지 바람이 깨졌다. 이제 결선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그동안 맘에도 없으면서 우리나라라고 억지로 응원하면 병난다고 신나게 외국인 응원했는데 마음을 비워야겠다. 폴란드는 5로 끝나는 해에 우승했지 0으로 끝나는 해에는 우승하지 않았다.






























Łazienki Palace

오후 1시 30분이 넘어 프런트에 내 빨래와 함께 가져왔던 옷걸이를 건네주고 와지엔키 궁전을 향해 30분 걸어갔다. 궁전 내부까지 들어가진 않았다. 잠시 들어갔다가 도로 나왔다. 가는 길에 놀이터도 있고... 만화에서나 볼 법한 작은 나무를 봤다. 안에 들어가서 애들이 놀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유모차를 놓고 앞에 있어서 찍기가 뭐했다. 얼굴은 안 나와서 다행. 궁전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바르샤바 왕궁에 이어 여기에서도 거리의 악사를 봤다. 그때는 반주 음악을 틀어놓고 연주했지만 이번에는 무반주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산책하다 3시가 되기 전에 와지엔키 공원으로 향했고 4.5즈워티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여기에서 가지고 있던 동전을 썼다. 결선이 끝나면 이틀 비는데 마지막 하루는 쇼팽 생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은 유튜브로 갈라 콘서트 및 시상식을 보고 그 다음날에 찾아가기로 했다. 버스 타는 방법을 몰라서 택시비가 깨지겠지만. 4시 넘어 호텔로 가서 쉬다가 7시에 쇼팽의 심장이 잠들어있는 성 십자가 성당으로 출발했다. 30분에 들어가니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원래 8시에 문 닫는다. 바깥에서 거리의 악사를 또 봤다. 배고파서 근처의 맥도널드로 갔다가 도로 왔다. 키오스크에서 막혀서 먹으려다 말고 그냥 나왔다. 폴란드는 건물이 옆으로 넓어서 사진 찍을 때 뒤로 가지 않으면 화면에 다 담기가 힘들다.






Holy Cross Church

8시 30분에 성당으로 돌아오니 앉을 자리가 없었다. 프로그램 북과 뉴스레터를 나눠줬다. 서서 봐야 하니 벽에 기대서 봤다. 모차르트 레퀴엠은 쇼팽이 장례식에서 들려달라고 했던 곡. 도입부를 들으면서 영화 <아마데우스>가 떠올랐다. 모차르트에게 점점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 평소에 모차르트 레퀴엠을 좋아해서 음반으로도 몇 장 모았다. 모차르트는 라크리모사의 첫 8마디를 작곡하다가 죽어서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고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모차르트가 남긴 스케치를 토대로 완성했다. 영화에서는 살리에리가 받아 적는 걸로 나오지만. 밤 9시부터 유튜브로도 생중계되었지만 나한테는 카타르시스를 위해서도 직접 오는 게 필요했다. 이렇게 레퀴엠 공연을 실제 공연장이 아닌 성당에서 보게 되었다. 쇼팽의 기일은 10월 17일. 다음날에는 결선이 열린다. 10시에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 끝나고 호텔로 가려다가 맥도널드로 도로 왔다. 키오스크 헤매다가 10분 만에 성공! 샐러드에 드레싱을 안 치고 먹었더니 맛이 없었다. 먹고 나서 호텔로 돌아오니 밤 11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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