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0일 월요일

Snowman’s Autumn in Warsaw Again! Day 20 (19 October 2025)


아침 9시에 조식 먹으러 식당에 갔다. 자리는 바로 잡았으나 혼잡하다. 백화점 가려고 준비했더니 하필 일요일은 휴무. 전날 매장에서 베이지색 스웨트셔츠 XL 사이즈를 찾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백화점에는 아직 재고가 있다. 그래서 성 십자가 성당을 가기로 했다. 또 아침에 일찍 깨고 11시~13시 낮잠 자고 나서 이틀 전 안 되었던 우버 앱 문제를 해결했다. 떠날 때는 택시를 꼭 타야 하니까! 성당 주변이 공사장이라 가까이 접근하지 못했고 맥도널드도 4년 전에는 간신히 시켰는데 이번에는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실패! 4년 전에는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으나 이번에는 몸이 별로 허락하지 않는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계속 앉아서 잘 보는데 돌발 변수가 발생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4년 전에는 관광과 콩쿠르 직관의 균형을 나름대로 맞춘 편이다. 걸어서 30분 이내인 곳들을 찾아다녔다. 다시 외출하려다가 방문을 여는 카드를 두고 온 게 생각났다. 다행히 문을 반쯤만 열었던 상태라 닫기 전에 도로 들어가서 챙겼다.





호텔로 돌아오다가 자브카에서 김밥이랑 음료수를 샀다. 4시 45분부터 먹기 시작! 폴란드는 맛있는 게 별로 없어서 그런지 입맛이 떨어지려고 한다. 어차피 먹는 것 쪽으로 관광을 간 것도 아니니까. 더워서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하다. 이러다가 또 감기 걸리기 직전까지 가려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싶었는데 먹으면 기침해서... 스시 하루 김밥 먹고 5시에 창문을 닫았다. 바르샤바에서 지내는 동안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교에서 부전공으로 성악을 배웠는데 쇼팽 음대에서 수학하신 선생님이었다. [2010년에 나 보고 얼굴형이랑 이마가 예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넌 이쁘다고 하는데도 가만히 있냐고 혼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네, 감사합니다!”라고 하게 되었다. (난 그저 수수하게만 봐줘도 엄청 고마운 입장인데... 너무나도 과분한 칭찬이다.) 옛날에 클래식 동호회에서도 실제로는 단체모임에서 딱 한 번 뵈었지만 어떤 분이 울 찍찍이~ 눈사람님 미인이세요~ 이러면서 나를 예뻐해 주셨는데 난 그걸 알랑방귀로 받아들이고 툭하면 골초에다 베짱이라고 트집 잡고 째려보곤 했다. 나에 대한 이해심이 많다거나 마음이 바다처럼 넓다는 이유로(?) 악마오리 심통을 10년 넘게 당하셨다. 겉으로는 한 번도 기분 나쁜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속으로는 기분이 더럽다거나 서러웠을지도 모른다. (실컷 악마오리짓 해놓고선 그때그때 잘못했다고 빌긴 했다.) 세월이 흐르니 째려봤던 순간들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럴 시간에 영어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웠어야 했다.] 커피까지 마시고 쉰 다음에 5분 전 홀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베이지색 스웨트셔츠 사이즈를 물어보니 쉬는 시간에 와보라고 했다.




The Warsaw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 /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Andrzej Boreyko, conductor / 안제이 보레이코 지휘


18:00

58 Miyu Shindo (Japan) / 미유 신도 (일본)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5 에판 아카데미 공동 1위, 2016 솔트레이크시티 지나 박하우어 콩쿠르 3위, 2019 베이징 쇼팽 청소년 콩쿠르 시니어 부문 3위, 2020 도쿄 아시아 쇼팽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2021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 2022 제네바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 2023 비고 콩쿠르 1위, 바트 키싱엔 국제피아노올림피아드 3위. 또 대놓고 질색팔색! 무슨 무슨 쇼팽 콩쿠르 2개만 보여도 싫어하는데 이런 것 좀 그만해라 진짜!!! 이렇게 스스로 다그쳐도 내 안에 있는 작은 아이(?)가 자꾸 싫대!!!!! 히히히! 이번에도 검은 드레스인데 얼굴이 까만 사람은 차라리 하얀 드레스가 어울린다고 들었다. 환상 폴로네즈는 잘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두 페이지쯤 남았을 때 코다에서 소리가 엉킨 느낌. 잘 치고 있다가 이건 뭐지? 나 같으면 6위 밖으로 매기겠는데 음... 일본이 이번에도 돈 처발랐으니 4~6위 사이로 만들어주려나? 바이올린 수석이 결선 둘째 날에 바뀌었는데 2010년 결선에서 잉골프 분더가 협연할 때 잠깐 있었고 이후 2015년에도 있었다. 공연장 가면 몇 번씩 느끼는 거지만 실황으로 보면 나무로 된 무대 바닥의 울림이 피아노 저음부에서 느껴진다. 2021년 직관 이후 코로나19의 여파도 있었고 배가 너무 불러서 공연장을 한 번도 안 갔더니 감각이 많이 떨어진다. 준결선에서 화려한 대 폴로네즈를 날개 접힌 새마냥 쳐서 이번에도 협주곡 1번 3악장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내 이럴 줄 알았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훨훨 날아야지 왜 자꾸 안으로 접으려 드는 건지? 3악장에서는 미스터치보다 더 문제인 게 오른손이 흥분한 나머지 성급하게 처리하는 모습도 보인다. 자칫하면 얼렁뚱땅이 되기 직전까지 갔다. 독주는 어떻게 만회할 수 있는데 협연이다 보니 때로는 맞추지 못하면 그럴 수밖에. 이제 세월이 흘러 세대도 바뀌었고 4년 전 처음 알게 된 미유 신도는 일본인 피아니스트 중에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소리를 발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주 못한 건 아니지만 상대적인 거니깐 점점 밀릴 듯. 일본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맛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것 없고 잘하던데... 좋은 악기라 그런가? 재수생일 때 서울대 서양음악연구소에서 바이올린도 어느 정도 하시는 서울대 강사 선생님한테 배웠는데, 피아노는 입시에서 똑같은 악기로 시험을 보니깐 불만이 없는 반면에 바이올린은 악기가 좋아야 유리하니 서로 좋은 악기를 가지려 드는 것이라고 들었다. 몇 달 전 제네바 콩쿠르 입상자들을 공부하면서 일본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을 찾아서 들어봤다. 아는 레퍼토리면 복습하고 모르는 레퍼토리면 알아 나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쭉 들어봤다. 일본이란 걸 아예 배제하고 들었는데 어찌 된 게 와닿는 연주가 하나도 없었다.


19:00

66 Zitong Wang (China) / 지통 왕 (중국) Shigeru Kawa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0 뉴욕시티 로잘린 투렉 바흐 콩쿠르 1위, 2014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 장려상, 2020 프린스턴 콩쿠르 1위, 2021 리즈 콩쿠르 1차, 2021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 1차, 2022 페롤 콩쿠르 1위, 2023 볼차노 부조니 콩쿠르 6위. 어차피 기대는 안 한다. 늦어도 3차에선 떨어질 거라고 봤는데 당 타이 손의 제자라는 백으로 올라왔나? 연주가 4년 전에 비해 일취월장한 건 맞다. 환상 폴로네즈는 첫 페이지에서 악보를 까먹었는지 뭔가 헤매는 느낌. 이후 그냥 그렇게 흘러갔고 분명히 폴로네즈만 보면 꼴찌. 막바지 코다에서 까먹은 점수 만회하려 애쓰는 모습. 협주곡 1번 2악장에서는 관악기가 갈라진다. 3악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내가 볼 땐 협주곡도 꼴찌다. 그런데 박수는 일찍 터지네? 난 좀 늦게 쳤는데... 브라보라고 외치는 건 이번에는 중국인?


20:00 Intermission


쉬는 시간에 매장으로 가서 혹시 찾는 사이즈가 있는지 물어보니 M과 L 사이즈만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까먹지 않고 XXL 사이즈도 물어봤다. 이러면 걸어서 17분 걸리는 다른 매장으로 가봐야 한다. 난 음표 그림이 있는 옷이 갖고 싶다고! 3만 원대 회색 카디건도 갖고 싶은데 우버 택시 불러서 멀리 15분 걸려서 다른 매장으로 한 번 가볼까? 울 소재라 세탁이 불편한 관계로 그건 접었다. 홀 안으로 들어와서 쉬는데 관악기 단원들이 협주곡 2번 3악장을 연습하는 소리가 들린다.


Chopin Talk


20:20

76 William Yang (USA) / 윌리엄 양 (미국)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Op. 21

I. Maestoso

II. Larghetto

III. Allegro vivace


2015 클리블랜드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 및 바흐 특별상, 2018 오벌린 쿠퍼 콩쿠르 6위, 2025 마이애미 쇼팽 국내 콩쿠르 1위, 마주르카 특별상 및 소나타 특별상. 줄리아드 음대에서 로버트 맥도널드의 제자. 환상 폴로네즈는 처음에 좋았는데 점점 심심해진 느낌. 이미 3위 안에는 못 들 것 같고 엄청 잘해야 4위? 협주곡 2번 2악장은 리듬이 독특한데 오케스트라랑 밀고 당긴다. 협주곡도 좀 심심하다. 3악장에서 관악기가 갈라지는데 반주가 매번 그렇다. 피아노 파트가 끝나고 바로 박수받을 만한 연주는 아니었다고 본다. 준결선까지 나름 입상권으로 잘하다가 결선 가서 미끄러지는 참가자들이 한 명씩 꼭 있는 것 같은데 윌리엄 양도 그렇게 될 것인가? 난 이날 입상 후보 한 명만 바라본 건데... 2005년 손열음, 2010년 미로슬라프 쿨티셰프(Miroslav Kultyshev)가 그랬다.


21:20

01 Piotr Alexewicz (Poland) / 표트르 알렉세비치 (폴란드) Shigeru Kawa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Op. 21

I. Maestoso

II. Larghetto

III. Allegro vivace


2018 하마마쓰 콩쿠르 1차, 2020 바르샤바 쇼팽 국내 콩쿠르 1위, 2025 사우스캐롤라이나 힐턴 헤드 콩쿠르 2위. 딱 맘에 안 드는 경력! 파란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환상 폴로네즈에서는 카덴차를 오른손으로만 치는 게 아니라 양손을 번갈아 가며 친다. 일단 한 명은 제쳤으니 결선에서 꼴찌는 면할 듯. 나도 모르게 오케스트라 반주에서 영혼을 느꼈다. 10년 전 시몬 네링이 결선에서 연주할 때 폴란드 참가자가 나오니까 오케스트라가 온 영혼을 다해서 반주했다는 후기를 봤는데 그게 이런 건지? 협주곡 2번 3악장에서는 막판에 삽질하는데 잘못하다간 오케스트라랑 못 맞출 수도 있으니 얼른 끝음을 가까스로 맞추는 모습이 나왔다. 그럼 그렇지! 하마마쓰 콩쿠르 1차 탈락이면 크게 볼 게 없다. 어차피 홈 어드밴티지로 폴리시 한 명 올려준 거니깐 여기까지만! 연주가 끝나고 캐나다인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나한테 파파고 앱으로 번역 돌린 한글을 보여줬다. 일요일에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단체모임을 REINA 레스토랑에서 갖기로 했는데 휴일이라 문을 닫아서 취소되었단다. 난 애초에 거절했지만 없던 일이 되었다. 쇼팽 콩쿠르 결선이 열리고 있고 뭔지 알면서 보는 건데도 내가 뭘 보는 거지? 매번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매번 믿기지 않고 실감 나지도 않고 아직도 내 앞에서 펼쳐지는 게 뭔지 알면서도 꿈꾸는 것 같다. 다만 2차와 3차는 몸이 안 따라주니 계속 보는 게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현실이었다.



지통 왕과 표트르 알렉세비치의 연주를 보고 최종 순위에 대한 윤곽이 대강 잡혔다. 일단 지통 왕은 2021년 쇼팽 콩쿠르 1차에서 탈락한 이력이 있으므로 결선까지 올라갔으면 전체 꼴찌다. 입상할 여지가 있으려면 어떻게든 2차는 갔어야 한다. 2005년 1차 탈락인 엘렌 티스망(Hélène Tysman)은 2010년 결선에서 10등으로 꼴찌, 2010년 1차 탈락인 알리오샤 유리니치(Aljoša Jurinić)도 2015년 결선에서 10등으로 최종 꼴찌였다. 2010년 폴리시 파이널리스트 파베우 바카레치(Paweł Wakarecy)는 9등, 2015년 시몬 네링(Szymon Nehring)도 최종 9등이었다. 따라서 표트르 알렉세비치는 9등이나 10등으로 전체 꼴찌는 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계속 살까 말까 고민했던 시몬 네링의 작년 쇼팽 협회 음반은 결국 사지 않게 되었다. 4년 전에는 두 장 사서 공부도 해주고 립해서 다른 분들한테 선물도 해주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건너뛰었다. 5년 후 가게 되었을 때 보인다면 사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 새벽에 동생한테 내 옆에 결선부터 앉아 있는 중국계 여성이 기침하고 물 마시면서 본인은 아무리 물병을 조용히 닫는다고 해도 다 들린다고 하소연했다. 마지막 폴란드 참가자의 차례가 되어서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