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Snowman’s Autumn in Warsaw Again! Day 19 (18 October 2025)


아침 10시 10분에 식당에 가니 한가하다. 조식 메뉴에 치즈 피에로기와 닭고기가 나왔다. 사진을 먼저 찍는다는 게 요플레랑 시리얼을 먼저 먹었다. 기존에 먹던 우유가 바닥나서 도자기 주전자에 있는 우유를 따라야 했다. 오전에 백화점을 가려다가 취소했다. 비도 오고 졸려서 일단 돌아왔다. 오후 1시 16분에 청소부가 와서 쓰레기를 치우고 침대를 정리했다. 이후 1시 30분부터 낮잠 자다가 3시 30분에 깼다. 새벽 3시에 자서 그런 듯.




비는 여전히 오고 있었고 4시 50분쯤 공연장으로 갔다. 우산 쓴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일단 편의점으로 가서 커피와 프린스 폴로를 샀다. 5시가 넘어서 공연장 문을 열어줬다. 의자에 앉아서 커피, 초코빵, 프린스 폴로를 먹었다. 그러고 나서 공연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을 갔다. 매장에 가니 품절이었던 물품들이 보였다. 그래서 현금을 내고 에코백을 더 샀다. 계산하고 나니 5시 30분이 넘었다. 사람들이 빈센트 옹 좋았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연장 들어가서 소식지를 보는데 전날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라운드 끝나고 쉬고 2라운드 끝나고 쉬다가 3라운드 끝나고 일정이 없는 것으로 단단히 착각했다. 3차 때만 해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때가 되니 까먹었다. 그날이 되면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 가서 햄버거 먹을 생각도 했으니까. 인터넷도 별로 안 들여다봤다. 그냥 합창단 공연이었으면 딱히 아쉬울 게 없었는데 바딤 홀로덴코의 시대 피아노 연주라서 좀 아쉽긴 하다. 물론 작년 공연을 유튜브로 볼 수 있다. 만약 유튜브 중계라면 나한테 알림이 떠서 허겁지겁 갔을 것이다. 그러나 라디오로만 중계했다는 것을 나중에 페이스북으로 알게 되었다. 추억을 하나 만들지 못했네... 가족들도 돈 들여서 여행 갔는데 무료 공연이라도 모차르트 레퀴엠 놓친 걸 아쉬워한다. 4년 전에 간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The Warsaw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 /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Andrzej Boreyko, conductor / 안제이 보레이코 지휘


18:00

34 Tianyou Li (China) / 티앤여우 리 (중국)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9 베이징 쇼팽 청소년 콩쿠르 주니어 부문 3위, 2025 싱가포르 콩쿠르 1위 및 바흐 특별상. 처음 나온 것 치곤 환상 폴로네즈를 잘 쳤다. 독주가 끝나고 오케스트라 튜닝. 2010년 준결선 필수 과제가 환상 폴로네즈였다. 2악장에서 관악기가 갈라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연주자가 부드럽게 넘어갔다. 옆에 앉은 미국인은 관악기 갈라진 것을 지적하면서 바이올린 파트도 문제가 있다고 내게 말했다. 난 바이올린 쪽은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오케스트라 반주가 첫 참가자를 잘 맞춰주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관악기 얘기가 나온 김에 2017 클라이번 콩쿠르의 한국인 참가자 김다솔 얘기를 해줬다. 준결선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연주하는데 도중에 관악기 소리가 갈라지면서 그 상황을 매끄럽게 넘기지 못하고 당황한 나머지 예민해져서 결선 진출 실패... 내가 도대체 콘서트를 보는 건지 콩쿠르를 보는 건지 아리송하다. 내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이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 내 건강이 무엇보다도 우선인 한때라 특히 2라운드에서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기도 했다. 다행히 감기에 안 걸리고 건강 관리는 나름대로 했는데 체력 관리가 안 된 대회였다. 4년 전에는 감기로 고생 좀 했고... 중국계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4년 전보단 재미가 덜하다. 아마 중국계 관객들에게는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흐르니 바이올린 수석이 바뀌었다.


19:00

39 Eric Lu (USA) / 에릭 루 (미국) Faziol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Op. 21

I. Maestoso

II. Larghetto

III. Allegro vivace


2010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 1위, 2011 에판 아카데미 공동 1위, 2014 포산 쇼팽 청소년 콩쿠르 주니어 부문 공동 1위, 2015 마이애미 쇼팽 국내 콩쿠르 1위, 2015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 4위, 2017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저먼국제피아노어워드 1위, 2017 텔아비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 2018 리즈 콩쿠르 1위. 환상 폴로네즈 첫 마디에서 전율을 느꼈다. 파치올리 피아노로 쳐서 그런지 폴로네즈가 좀 거칠다. 협주곡 2번 1악장을 시작할 때 오케스트라가 어수선하다. 4년 전에는 2악장 중간에 바이올린 활로 스치는 소리가 잘 들렸는데 이번엔 그게 느껴지지 않는다. 2015 쇼팽 콩쿠르 야마하(결선은 스타인웨이), 2017 루빈스타인 콩쿠르 스타인웨이에 이어 2025 쇼팽 콩쿠르는 파치올리. 입상권은 확보한 연주. 


20:00 Intermission


에릭 루가 퇴장하기 전에 얼른 나와서 화장실로 향했다. 이번에는 10명 안에 들었다. 나왔더니 줄이 길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에릭 루가 인터뷰 준비. 홀 안으로 들어오니 파치올리 피아노 조율 중. 옆에 앉은 중국계 여성이 감기가 심하게 걸렸는지 공연 도중에 물 마시고 물병 닫는 소리가 들린다. 커피를 마셨는데도 졸리려고 한다.




Chopin Talk


20:20

41 Tianyao Lyu (China) / 티앤야오 리우 (중국) Faziol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24 샤파르냐 청소년 쇼팽 콩쿠르 그랑프리, 2024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 1위. 포즈난 음악원에서 카타지나 포포바-지드론의 제자. 이전과 그대로인 의상. 역시나 여성스럽고 섬세한 연주. 소리가 큰 부분이 나오면 사람들의 기침이 심해진다. 협주곡 1번 3악장에서는 반음계 진행으로 올라가는 부분에서 뾰로롱 소리도 낸다. 매 라운드 내내 파치올리 피아노의 장점을 챙긴 연주. 4~6위권은 될 것 같다.


21:20

50 Vincent Ong (Malaysia) / 빈센트 옹 (말레이시아) Shigeru Kawa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20 싱가포르 콩쿠르 6위, 2024 츠비카우 슈만 콩쿠르 1위.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엘다르 네볼신의 제자. 9시 40분 시작. 폴로네즈 시작 부분에서 당김음 리듬을 악보보다 더 당긴 독창적인 해석. 역시나 이번에도 자연스러운데 환상 폴로네즈 특별상 당첨? 에릭 루까지 오케스트라의 합이 뭔가 맞지 않았는데 빈센트 옹의 차례가 되니 무르익었다. 다만 1악장과 3악장의 관악기가 갈라진 게 아쉽다. 당 타이 손도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릴 것 같다. 중국계 캐나다인에게 젊은 당 타이 손과 이미지가 닮았다고 얘기하니깐 말레이시아의 당 타이 손이라고 한다. 조성진, 브루스 샤오위 리우, 빈센트 옹의 공통점은 예선에서 야마하 피아노를 사용했다는 것이고 각각 본선에서 친 피아노는 다르다. 2005년 스타인웨이, 2010년 야마하, 2015년 스타인웨이, 2021년 파치올리 피아노가 우승했는데 이번에 빈센트 옹이 우승한다면 가와이 피아노가 우승해보라는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



호텔로 돌아갈 때는 비가 그친 상태였다. 노트북으로 쇼팽 협회 페이스북을 보니 결선 첫날 아침 7시에 이미 40명이나 줄 섰다고 나왔다. 전날 밤부터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고. 전날 성 십자가 성당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을 놓친 여파 때문인지 오페라 극장에서 줄 서서 갈라 콘서트 티켓팅을 시도하려던 마음이 변했다. 그날 짐이나 싸자! 파이널리스트 명단이 나오고 나서 누구누구가 입상할지 윤곽이 대강 잡혔는데 어차피 이번 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미련이 크게 없다. 그저 오페라 극장에서 열리는 피아노 공연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마음뿐이었다. 5년 후에 갈 수도 있으니까 그걸 대비하기 위해 연습해보려는 의도도 있었으나 다음 대회에도 오프닝 콘서트랑 콩쿠르 풀패스만 딱 티켓팅하기로 했다. 갈라 콘서트를 정말 원한다면 그건 본선 참가자 명단을 보고 나서 정하기로 했다. 5년 후에 간다면 늘 그랬지만 정말로 유럽의 우승을 바라보고 가는 거다. 유럽이 또 우승하지 못한다면 남아메리카가 될 수도 있는데 어쩌면 아르헨티나의 축구 라이벌인 브라질? 유럽이 우승한다면 특별상 받은 나라들 위주로 생각하고 있는데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내 궁극적인 꿈은 결선에서 프랑스 참가자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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