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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Sarah Chang Violin Recital at Seoul Arts Center Concert Hall (29 December 2019)
Sarah Chang, violin / 사라 장, 바이올린
Julio Elizalde, piano / 훌리오 엘리살데, 피아노
“사라 장은 경이롭다. 그녀의 풍부하고 아름다운 소리와 흠잡을 데 없는 연주, 절도 있는 표현은 그녀의 음악을 완벽하게 한다. 한 곡으로 모든 것을 들을 수 있고, 그 모든 것은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 뉴욕 타임스
“사라 장은 내가 들어본 가장 뛰어나고 완벽한, 최고의 이상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다.” - 故 예후디 메뉴힌
사라 장, 7년 만에 전국투어 리사이틀로 돌아오다!
슈퍼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2019년 12월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갖는다. 작년에도 한국 무대를 찾은 바 있지만 현악 연주자들과 함께 한 앙상블 공연으로, 독주회는 2012년 이후 7년 만이다.
대한민국에서 사라 장(장영주)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1990년, 만 여덟 살의 나이에 거장 주빈 메타와 뉴욕 필과의 협연으로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듬해 1991년 EMI 레이블과 계약하며 세계 최연소로 레코딩을 했고, 1994년 13세의 나이로 베를린 필 데뷔무대를 가졌으며, 베를린 필과 3번의 레코딩 작업을 한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하다. 또한 뉴욕 타임스는 그녀에 대한 특집기사를 다루었고, PBS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으며, 1995년에는 최연소 나이로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뿐 안리ㅏ 전 세계 음악계에 화제를 일으켰다.
‘신동의 아이콘’이었던 장영주는 어느덧 ‘거장 사라 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는 대가로 성장했다. 2018 Classic FM이 선정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25’에도 선정되며, 여전히 세계적인 명성을 증명하고 있다. 30대인 그녀가 세계무대에 데뷔한지도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다.
연간 100회가 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30여 년간 세계무대에서 활약해 온 사라 장은 유독 리사이틀이 많지 않은 연주자 중 하나다. 본인 스스로도 연주의 99% 이상이 협연 무대라고 이야기하는 만큼 이번 리사이틀 전국 투어 소식은 그녀의 독주회를 기다려온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라 장은 이번 한국 투어 프로그램을 1부는 버르토크 루마니아 민속 무곡,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2부에서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 바치니 고블린의 춤, 드보르작 로망스, 라벨 치간느 등으로 화려하고 정교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사라 장의 연주 실력이 십분 발휘될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렇게 공연 전반에는 소나타를, 후반에는 소품들을 배치하는 것은 크라이슬러나 밀스타인 또는 이차크 펄만 같은 거장들이 즐겨 사용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호흡하고 즐기기 위함이 크다.
리사이틀 무대에서 청중들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사라 장, 이번 투어는 그녀의 리사이틀을 기다려온 한국 관객들의 오랜 목마름이 해소되는 시간이자, 12월 연말 연주자와 함께 즐기는 선물 같은 무대가 될 것이다.
지난 12월 29일 일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라 장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송년음악회 기념인 건지 피아노 뒤에 꽃다발을 모은 커다란 꽃병이 있었다. 학생 시절에 감상문 제출 때문에 합창단 공연을 몇 번 간 적은 있었는데 바이올린 리사이틀은 처음이다. 전에 사라 장이 협연하는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보고 싶었는데 너무 늦게 알아서 표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이렇게 보러 왔는데 프로그램을 보고 결정한 것이다. 대놓고 피아노 음악을 편식하는 내 기준에서 대부분 아는 곡들인 걸 보면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들을 선곡한 것 같다. 지하철 타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유이하게 모르는 드보르작이랑 바치니를 예습했다.
예당 유료회원 시절에 잡지에서 읽었는데 사라 장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는 단원들 퇴근 시간을 배려해서 앙코르를 안 한다고 했다. 옛날에 방송에서 콩쿠르를 거치지 않은 신동이라고 했는데 인터뷰에서 보니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서 나가지 않았던 거라고... 내가 어렸을 때에는 계속 장영주로 알고 있었다. 사라 장이란 이름은 무릎팍 도사 나왔을 즈음에 알았다. 어렸을 때에는 피아노로 시작했는데 본인 말에 의하면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악기가 하고 싶었다고 했다. 연습은 하루에 세 시간만!
사라 장이 1부에서 청록색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등장할 때 청중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합창석도 휙 둘러봐줬다. 드레스 때문인지 무릎을 살짝 굽히면서 조신하게 인사.
Program
Bartók 6 Romanian Folk Dances, Sz. 56, BB 68 / 버르토크 <루마니아 춤곡>
I. Joc cu bâtǎ. Allegro moderato / 막대기 춤
II. Brâul. Allegro / 허리띠 춤
III. Pê-loc. Andante / 제자리걸음 춤
IV. Buciumeana. Moderato / 부슘의 춤
V. Poargǎ româneascǎ. Allegro / 루마니아 폴카
VI. Mǎrunţel. Allegro / 빠른 춤곡
루마니아 춤곡은 첼로 버전과 피아노 버전으로도 있다. 귀에 익숙한 선율. 6개의 짤막한 곡들이라 금방 끝났다. 반주자는 페이지 터너 없이 아이패드를 보면서 연주했는데 연주가 끝나고 실수로 다른 음을 누르면서 일어난 채로 인사.
Franck Violin Sonata in A, FWV 8 /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I. Allegretto ben moderato
II. Allegro
III. Recitativo - Fantasia. Ben moderato
IV. Allegretto poco mosso
프랑크 연주할 때는 피아노가 도입부를 연주할 때 사라 장이 몸을 흔들면서 춤추는 것처럼 보였는데 연주할 준비를 하면서 리듬을 타는 것 같았다. 2악장이 끝나고 박수가 크게 터져 나왔다. 나도 순간 연주가 끝난 줄... 이 곡은 프랑크가 이자이에게 결혼 선물로 준 곡인데 레슨 시간에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건 쉽다고 들었다. 실제로 보니 3층이라 그런지 드라마틱한 게 약해서 아쉬웠다.
Intermission
Dvořák Romance in f, Op. 11 / 드보르작 로망스 작품 11
2부에서는 빨간 드레스로 갈아입고 나왔다. 드보르작의 로망스는 서정적인데 나한테 익숙하진 않은 곡이라서 들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Bazzini: The Dance of the Goblins (La Ronde des Lutins), Scherzo fantastique, Op. 25 / 바치니 <고블린의 춤> (요정의 론도)
이 곡은 예습하면서 들어보니 이미 들어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았다. 흥겨움이 넘치는 곡. 기교 때문인지 청중이 열광했다.
Elgar: Salut d'Amour, Op. 12 / 엘가 <사랑의 인사>
이 곡은 원래 피아노곡인데 바이올린 소품으로 애용된다. 뭣 사실 피아노 독주곡을 바이올린이나 첼로로 편곡해서 연주되는 곡들이 꽤 된다.
Ravel Tzigane, M. 76 / 라벨 <집시의 노래>
마지막은 라벨의 치간느. 사라 장의 진면목을 여기서 봤다고나 할까? 난 내 취향에 따라 곡을 보고 바이올린 음반을 모으는 편이고 연주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논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바이올린은 악기가 좋아야 유리하다. 아마 사라 장이 과르네리 바이올린으로 연주했을 듯. 젊었을 때에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좋지만 나이가 들으면 과르네리를 좋아하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
Encores
Carlos Gardel/Simon Hale: Por Una Caveza / 카를로스 카르델 <포르 우나 카베사> (사이먼 헤일 편곡)
Vivaldi Violin Concerto No. 4 in f, RV. 297 'Winter': II. Largo / 비발디 사계 중 겨울 2악장
Vivaldi Violin Concerto No. 2 in g, RV. 315 'Summer': III. L'orage (Presto) /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
Bach: Air on the G string / 바흐 G선상의 아리아
첫 번째 앙코르는 도입부에서는 몰랐는데 눈먼 알 파치노가 나와서 춤추는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히히히~ 사라 장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론도 KV 373에서 멜로디를 일부 따서 만든 곡이다. 곡명의 의미를 찾아보니 ‘머리 하나 차이로’라는 뜻을 가진 경마 용어. 다만 가사의 내용은 경마에 대한 것은 아니고 사랑의 밀고 당김에 관한 미묘한 감정과 사랑에 실패한 후에도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경마에 비유하여 표현한 노래라고 위키 백과에서 정보를 찾았다. 반주자가 화려한 글리산도도 선사했다.
두 번째 앙코르에서는 반주자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하면서 곡명을 영어로 알려준다. 잔잔한 겨울 2악장... 반주는 아무래도 간소했다.
세 번째에는 반주자가 머리 위로 두 손을 올려 하트를 만들면서 사랑해요를 외친 다음 곡명을 영어로 말한다. 앙코르로 비발디 사계를 들으면서 사라 장한테 맞는 옷이 바로크 시대구나 하는 걸 느꼈다. 프로그램에서 연주한 낭만파와 근현대 작품들보다 더 좋았다. 그렇게 사계 공연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내가 비발디 사계에서 좋아하는 여름 3악장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네 번째에는 여러분 너무 사랑해요를 외치는데 한국에 대한 공부 좀 했나? 앙코르를 하나 더 바랐지만 아쉽게도 바흐가 끝이었다. 피아졸라 사계 중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겨울도 들려줬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욕심! 히히히~~~ 연주를 보면서 사라 장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인회 줄이 길어서 지하 2층까지 내려갔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반주자에게도 사인을 받았는데 연주자 두 분이 일일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말씀을... 이렇게 사라 장 리사이틀은 2019년에 마지막으로 간 공연이 되었다.
Dong-Hyek Lim Recital in Yeoju (15 December 2019)
젊은 비르투오소 임동혁, 슈베르트를 마주하다
독주회에서도, 협연에서도, 그 어느 무대에서도 찬사를 받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클래식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슈베르트 즉흥곡’으로 여주를 찾습니다.
임동혁이 여주 시민들을 위해 선곡한 ‘슈베르트 즉흥곡’은 그에게 조금 특별한 곡입니다. 슈베르트 즉흥곡을 담은 데뷔 앨범이 2002년에 발매되어 황금 디아파종 상을 수상하였으며 뛰어난 표현력을 지닌 임동혁에게 아름답고도 청초하며 영롱한, 또 사색에 잠기게 만드는 멜로디의 슈베르트 즉흥곡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선곡입니다.
슈베르트 음악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슈베르트 음악의 구심점, ‘슈베르트 즉흥곡’을 마주하는 임동혁의 풍성한 무대로 깊어가는 가을, 클래식의 정수를 만끽하세요.
피아니스트 임동혁
임동혁은 7세의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하여 10세 때 러시아로 이주, 그곳의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에서 수학하였다. 임동혁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면서부터였다. 형인 임동민은 1위에, 임동혁은 2위 나란히 입상하면서 두 형제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임동혁은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에 입학하여 가브릴로프, 부닌 등을 길러낸 명교수 레프 나우모프를 사사하였고, 그는 “임동혁은 황금 손을 가졌다”라고 극찬할 정도로 임동혁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였다.
2000년, 부조니 콩쿠르와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이듬해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 수상과 더불어 솔로 리사이틀 상, 오케스트라 상, 프랑스 작곡가 해석 상, 파리 음악원 학생 상, 마담 가비 파스키에 상 등 5개 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편파 판정에 불복, 수상을 거부하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클래식계에 핫 이슈를 몰고 왔지만, 2005년 제15회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하며 그에 관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또한 2007년 6월, 제13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위 없는 공동 4위를 수상하며 세계 3대 콩쿠르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EMI 클래식은 아르헤리치의 의견을 받아들여 파격적인 조건으로 그의 데뷔 음반을 출시하였고, 임동혁은 이 음반으로 ‘황금 디아파종 상’을 수상하며 EMI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보였다. 이후 ‘젊은 피아니스트’ 시리즈의 4명의 연주자 중 임동혁만이 유일하게 2집을 출시하였으며, 이 음반 역시 프랑스의 ‘쇼크 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2008년에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3집을 발표했다.
임동혁은 뉴욕 링컨 센터, 런던 위그모어 홀, 파리 살 플레이엘,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도쿄 산토리 홀 등 전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였으며,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NHK 오케스트라,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르지 벨로흘라베크 지휘의 BBC 심포니 등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도 협연해오고 있다.
임동혁은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Program Note
Franz Schubert: Impromptus Nos. 1-4, Op. 90 (D. 899)
‘즉흥곡’은 본래 정해진 악보 없이 자유롭게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이율배반적이게도 고정된 악보에 이 명칭을 인쇄한 첫 작곡가는 체코 출신으로서 빈에서 활동했던 얀 바츨라프 보르지셰크(Jan Václav Voříšek: 1791-1825)로, 그의 한 소품이 출판사의 제안으로 1822년에 ‘즉흥곡’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이후 여러 작곡가들이 ‘즉흥곡’을 곡의 이름으로 사용하면서, ‘즉흥곡’은 고전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곡한 음악도 뜻하게 되었다. 그런 만큼 이 곡에는 순수한 진정성이 진실하게 담겨있다.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도 비슷한 시기에 ‘즉흥곡’이라고 명명된 작품들을 작곡했다. “그라츠에서의 삶은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빈에서 다시 살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군요.” 1827년 9월 마리 레오폴디네 파흘러(Frau Marie Leopoldine Pachler)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이, 슈베르트는 빈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그라츠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행복한 마음을 담아 행진곡, 스케르초, 변주곡, 론도 등 다양한 피아노 소품들을 작곡했다. 이 중 두 곡이 그해 12월에 ‘작품 90’으로 출판되었지만, ‘즉흥곡’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것은 슈베르트 사후 1853년에 두 곡이 추가되면서였다.
가사가 없는 기악 음악임에도 ‘가곡의 왕’답게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리고 그 안에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있는 듯한 진솔한 멜로디로 노래한다. 이 곡이 출판된 것은 하즐링어 출판사가 상업적인 이유로 ‘지나치게 어렵지 않고 쉬운 조성을 갖는 짧은 소품’을 요청한 것과 관계가 있지만, 당시 피아노 음악의 대세였던 소나타에서 벗어나 19세기 음악의 새로운 길(과 먹거리)을 제시했다는 역사적 중요성이 있다. 슈만, 쇼팽, 멘델스존, 리스트 등이 그 길을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1곡 다단조 ‘빠르게, 매우 절제하여’ : 특이하게도 이 곡의 조성인 다 단조의 딸림음인 G음이 강하고 길게 연주된 후, 무반주로 조용히 주제가 제시된다.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의 시작을 소박하게 패러디한 것으로도 보이며, ‘운명’을 상징하는 다 단조를 사용한 것을 더하면 영웅의 비극을 노래한 서사시로 유추할 수 있다. 이 주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반복되고 변주되며, ‘예전에 이러한 영웅이 있었다’라고 마무리 멘트를 하듯 주제가 멀리서 들리는 메아리와 같이 연주되면서 마친다.
2곡 내림 마장조 ‘빠르게’ : 무궁동 스타일로 쉼 없이 연주하며 기교적인 면을 부각한다. 그럼에도 선율적으로 들리게 하는 것은 슈베르트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훗날 쇼팽의 연습곡을 예견한다. 가운데 부분에서 나 단조로 바뀌어 리듬을 강조한 비장한 춤곡이 등장하고, 첫 주제와 번갈아가며 진행한다.
3곡 내림 사장조 ‘느리게’ :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시인의 사랑’ 등 슈만의 가곡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그트는 “1, 2번이 절망을 노래했다면, 3번은 천국에 이른 무감각한 환상을 그렸다”고 표현했다.
4곡 내림 가장조 ‘조금 빠르게’ : 빠른 연습곡 스타일의 선율과 왈츠 선율로 구성된 주제는 어린아이와 같은 밝은 분위기를 이끈다. 하지만 중간 부분에서 올림 다단조로 바뀌면서 극적으로 우울한 감정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힘찬 기분으로 마무리한다.
Franz Schubert: Impromptus Nos. 1-3, Op. 142 (D. 935)
사실 슈베르트가 스스로 ‘즉흥곡’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곡은 ‘작품 142’였다. 그는 1827년에 출판했던 ‘작품 90’과 같은 시기에 작곡한 소품 중 네 곡을 골라, 이듬해 마인츠의 쇼트 출판사로 ‘즉흥곡’이라는 제목과 함께 보냈다. 쇼트는 이 작품들을 ‘바가텔’(본래 ‘하찮다’는 의미이다.)이라는 장르로 생각하고, 파리 지부로 이 곡의 출판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파리에서는 이러한 답변을 보내왔다. “바가텔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인기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덜 복잡하면서도, 더 가벼운 조성으로 화려하게 돋보이도록 작곡해야 합니다.” 당시 파리에서는 연주하기 쉬우면서도 갈채 받기 좋은 살롱용 음악이 인기를 얻고 있었고, 이러한 곡이 상업적으로 유통될 수 있었다. 쇼트는 파리 지부의 부정적인 의견에 따라 이 네 곡과 다른 성악곡을 포함하여 60플로린의 저렴한 금액을 제안했는데, 슈베르트는 각 곡당 60플로린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쇼트는 이 곡을 출판하지 않았고, 슈베르트는 그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곡이 빛을 본 것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86) 덕분이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음악에 열광했던 리스트는 그의 곡을 연주할 뿐만 아니라 편곡하기도 하고, 또한 출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쇼트로부터 거절당했던 네 곡은 10년 후인 1838년에 디아벨리 출판사에서 <즉흥곡, Op. 142>로 출판되었으며, 디아벨리는 이 곡을 리스트에 헌정했다. 오늘은 이 네 곡 중 마지막 곡을 제외한 세 곡이 연주된다.
1곡 바단조 ‘적절히 빠른 속도로’ : 첫 곡은 이 작품 전체가 하나의 소나타처럼 간주될 수 있을 만큼, 베토벤의 영향을 받은 서사적이고 영웅적인 주제로 시작한다. 하지만 곧 슈베르트 특유의 절제되고 내면적인 특징으로 돌아오며, 형식도 발전부가 없는 소나타 형식 혹은 두 개의 주제로 구성된 론도 형식 등 간소화된 구성을 하고 있다. 물이 일렁이는 듯한 반주에 저음과 고음의 단편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선율은 가장 주목받는 부분으로, 남다른 정감을 느끼게 한다.
2곡 내림 가장조 ‘조금 빠르게’ : 매우 단순한 화음과 미뉴에트 리듬 위에 흐르는 조용하고 단출한 첫 주제에는 슈베르트 특유의 외로움을 달관하는 정서가 깊게 스며있다. 이 선율은 같은 조성을 갖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2번>의 첫 주제, 그리고 <피아노 3중주, Op. 70 No. 2>의 3악장 첫 주제와도 유사하다. 트리오 부분(중간 부분)은 내림 라장조로 유연하게 진행하는 삼연음(셋잇단) 리듬이 등장하며, 대단원에 이르러 보다 격정적인 순간을 맞는다.
Schubert Impromptus, Op. 142 (D. 935) No. 2 in Ab - Opening
Beethoven Piano Sonata No. 12 in Ab, Op. 26 Mov. 1
Beethoven Piano Trio in Eb, Op. 70 No. 2 Mov. 3
Schubert Impromptus, Op. 142 (D. 935) No. 2 in Ab - Trio
Schubert Impromptus, Op. 142 (D. 935) No. 2 in Ab - Climax
3곡 내림 나장조 ‘느리게’ : 자신의 연극 음악 <로자문데>(1823) 전주곡 3번을 인용한 주제(이 주제는 1824년에 작곡된 <현악4중주 13번> 2악장에도 사용되었다.)가 제시된 후, 다양한 표정을 짓는 다섯 개의 변주곡이 이어진다. 이 변주곡들의 주요 변주 요소는 베토벤이 많이 사용했던 장식과 전조로, 숨길 수 없는 거인의 영향이 깃들어있다. 1변주는 붓점 리듬이 기분을 가볍게 하며, 2변주는 화려한 장식을 더한 고음 선율과 당김음 리듬으로 한층 밝아진다. 3변주는 단조로 바뀐 선율이 삼연음(셋잇단) 리듬 반주를 타고 방랑의 길을 떠난다. 4변주는 창의적인 리듬이 돋보이며, 5변주는 2변주의 화려한 고음 선율이 재현된다. 그리고 주제가 엄숙하게 연주되며 마친다.
Maurice Ravel: La Valse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의 근대 음악에서 중요한 작곡가로 손꼽히는 모리스 라벨(1875-1937). 라벨이 <라 발스>를 작곡한 직접적인 계기는 ‘러시아 발레단’(Ballets russes)의 리더였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ilev)로부터의 발레곡 위촉이었다. ‘관현악을 위한 무용시’라는 부제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 발스>는 작곡된 해인 1920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초연되었고, 발레 공연으로서의 초연은 1926년에 이루어졌다. 이 곡은 조용히 불분명하게 시작한다. 점차 악기가 합세하면서 선율의 단편들을 선보이고 음향이 구축되어간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바이올린의 리드로 주요 왈츠 주제가 폭죽이 터지듯 화려하게 연주되며, 관현악의 여러 악기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선율을 이어간다. 이러한 진행의 의미는 악보의 서문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소용돌이치는 구름 사이로 왈츠를 추는 커플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구름은 점차 흩어지고, 연습기호 A에서 회전하는 군중으로 붐비는 거대한 홀이 보인다. 장면은 점점 환해진다. 연습기호 B의 포르티시모에서 샹들리에의 불빛은 강렬하게 비춘다. 무대는 1855년 즈음 황제의 궁궐이다.” 즉, <라 발스>는 고풍스러운 빈 왈츠에 대한 라벨의 환상적인 화답이다. <라 발스>는 관현악과 피아노 2중주, 피아노 독주 등 여러 버전이 있으며, 오늘은 그 중 피아노 독주 버전으로 연주된다.
음악 칼럼니스트 송주호 글
11월 9일은 임동혁의 리사이틀을 가려고 했던 날이었다. 그런데 11월 7일에 문자가 왔다. 임동혁이 급성 고열 및 심약 증세로 치료 중이라 건강상의 문제로 우리나라 투어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전부터 내가 가고자 하는 조성진의 공연 날짜랑 겹쳐서 고민이 있었다. 전화가 왔는데 임동혁 예매를 취소하지 않았다. 덕분에 11월 9일에는 조성진의 공연을 잘 다녀왔다. 임동혁의 쾌유를 빌면서 12월 15일 오후 5시로 연기된 공연을 기다렸다. 맨 뒷자리였는데 온풍기 돌리는 소리가 잘 들려서 공연 중에는 껐으면 했는데 다행히 10분 전에 꺼졌다. 프로그램북은 공짜! (그 덕분에 감상문 쓸 때 악보 발췌하느라 약간 고생했다. 다행히 어떤 부분을 얘기하는 건지 어렵지 않게 발췌했다.)
Program
Schubert Impromptus, Op. 90 (D. 899) /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 90
No. 1 in c
No. 2 in Eb
No. 3 in Gb
No. 4 in Ab
Intermission
Schubert Impromptus, Op. 142 (D. 935) /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 142
No. 1 in f
No. 2 in Ab
No. 3 in Bb
Ravel: La Valse / 라벨 <라 발스>
Encores
Tchaikovsky: The Seasons, Op. 37a No. 10 October. Autumn Song /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10월 <가을 노래>
Scriabin Etude in d#, Op. 8 No. 12 / 스크리아빈 연습곡 작품 8-12
Schubert Moment Musical in f, D. 780 No. 3 / 슈베르트 <악흥의 한때> 3번
“슈베르트 음악은 슬픔과 기쁨이 경계선에 있으면서도 한 프레이징 안에서 변하면서도 잘 어우러져요. 마치 계절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이 세상처럼요. 그래서 슈베르트 음악이 좋아요. 진짜 인생 같아서요.”
연주회를 가기 전에 임동혁이 슈베르트에 대해서 말했던 것을 생각했다. 첫 곡에서는 손이 덜 풀린 건지 바들바들 떠는 것 같았다. 보는 나도 긴장했다. 임동혁이 음반으로 낸 즉흥곡은 1부에서 연주한 곡들이다. 마지막 즉흥곡은 앙코르곡으로 선사하려고 프로그램에서 뺀 건지? 임동혁이 피아노로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는데 입으로 흥얼거리는 게 들렸다. 즉흥곡 2번의 조성이 바뀐 중간 부분에서는 꾸밈음처럼 셋잇단 리듬을 표현했다. 마치 미끄러지듯이. 즉흥곡 4번에선 왼손이 노래였나? 왼손을 부각시켜서 소리 내더라고...
2부에서 들려준 마지막 즉흥곡에서는 감정이 폭발했는데 그동안 쌓여있었던 모든 것들을 분출했다. 여기까지 임동혁의 슈베르트를 들어보니 계절이 수시로 변하는 것 같았다. 고된 겨울이 지나면 화창한 봄날이 오고... 나도 모르게 정말 온갖 감정도 어우러지고 있었다.
임동혁의 라 발스를 실제로 보긴 처음인데 10대, 20대에 이어 30대에도 치는구나... 내 또래라서 고2 때부터인가 알고 있는 연주자. 워낙 화려한 곡을 쳐서 그런지 사람들의 환호성이 컸다.
연주가 끝나고 마이크 잡고 얘기하는데 라 발스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지친 기색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인터뷰는 응하지 않는다면서 연주가 지연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다신 마이크 잡을 일 없다면서 무슨 반성문 쓰는 것 같다고 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느린 곡과 빠른 곡 중에서 어떤 걸 들려드릴까요?” 하니까 “둘 다!”를 외치는 사람도 나왔다. 결국 느린 것 먼저 시작했다. 뜻하지 않았던 사계를 여기서 듣게 될 줄은... 그런데 가을 노래가 좀 뻑뻑하게 들렸다. 학생 시절에 이 곡을 임동혁의 연주로 들으면서 좋아하게 되었지... 첫 번째 앙코르가 끝나고 무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대로 피아노에 앉아있었고 몇 초 동안 정적이 흘렀다. 두 번째로 스크리아빈 에튀드를 연주하는데 이 곡을 들으면서 러시아 유학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러시아의 채취가 묻어나는 것 같았는데 우리나라 연주자들에게서 러시아적이라고 느낀다는 건 개인적으로 갖기 쉽지 않은 느낌이다. 러시아의 추위도 느껴지고... 여기까지 보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악흥의 한때 3번을 연주했다. 120석 남짓이라 줄을 오래 설 것도 없는데... 이렇게 슈베르트로 시작해서 슈베르트로 마무리했다.
난 오로지 앙코르곡에 대해서 마지막 즉흥곡만 생각했다. 히히히~ (프로그램에 넣지 않지 않고) 아껴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혹시 차기 앨범 수록곡? 임동혁의 연주를 보는 건 세 번째인데 리사이틀을 보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돈 때문에 멀리서 보다시피 했는데 이번에는 가까이에서 봤다. 사인 받을 때 드디어 코앞에서 봤는데 겨우 눈맞춤했다. (조성진한테 사인 받을 때는 눈맞춤을 제대로 못했다.) 여기까지 후기 하나 쓰기를 뭔 고생이람?!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Dmitry Masleev Recital at the IBK Chamber Hall at Seoul Arts Center (4 December 2019)
“드미트리는 고도의 예술적 기교를 선보이며 즉각적으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뛰어난 테크닉을 바탕으로 음악을 친밀하게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은 경이롭다.” - 룩셈부르크 클래식 음악 잡지 피치카토(Pizzicato)
2015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만장일치 우승에 빛나는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2015년 제15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지난 3년간 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등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전 세계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마슬레예프는 “탁월한 기교”(피낸셜 타임스, Financial Times)와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 음악성”(노이에 무지크차이퉁, Neue Musikzeitung)을 갖춘 “차세대 거장 피아니스트”로 평가받으며 본인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그는 진보적인 해석과 섬세하고 뛰어난 테크닉으로 주로 독일과 프랑스를 주요 활동 무대로 삼고 있으며 이외에도 세계 다양한 지역의 페스티벌과 밤베르크 심포니를 비롯하여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들과 협연과 투어,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와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엄에서 뉴욕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가지며 차세대 거장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차세대 거장 피아니스트가 선보일 완벽한 테크닉, 투명한 사운드
러시안 소울을 이끌어내는 피아니스트 마슬레예프는 이번 내한공연에도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놓치지 않았다. 작곡가 메트너의 최고의 시적 창작으로 여겨지는 작품인 회상-소나타를 시작으로 소련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야스코프스키의 피아노 소나타, 플레트네프에 의해 편곡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발라키레프에 의해 편곡된 글린카의 종달새까지 세련되고 다듬어진 러시아 피아니즘을 선보일 것이다.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드뷔시와 포레의 작품으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연주와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다채롭고 신선한 음악을 선사할 것이다.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1988년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태어난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미하일 페투호프 교수(Prof. Mikhail Petukhov)를 사사했으며 레이크 코모 국제피아노아카데미에서 공부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언론과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2011년 제21회 로마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제15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러시아, 프랑스, 루마니아,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무대를 펼쳐 실력을 입증하였다.
마슬레예프의 앨범은 러시아 유명 레이블 멜로디야에서 발매되어 스포티파이에서 2017 최고의 클래식 앨범으로 선정,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슈베르트 앨범과 함께 독일 음반 비평가상 후보에 올라 솔로 피아노 부문 수상의 영예를 가져다주었다. 또한 그는 라 로크 당테롱, 브베, 라인가우, 바트 키싱엔, 루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등 다양한 지역의 페스티벌에 참여하였고, 2018년 5월에는 보덴제 페스티벌의 상주 음악가로 활약하며 오케스트라, 솔로, 실내악을 가리지 않고 총 9개의 공연에서 무대에 올랐다. 이 중 마슬레예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포함한 일부 공연은 유럽 전역에 방송되었고 간결하면서도 완벽한 해석으로 협주곡에 내재되어 있는 ‘러시안 소울’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2016년 가원상 수상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스베틀라노프 오케스트라, 항저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필하모닉 아카데믹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콘서트홀, 뉴욕 카네기홀, 레바논 등에서 리사이틀 및 갈라 콘서트 개최
지난 12월 4일 수요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리는 드미트리 마슬레예프의 독주회에 다녀왔다. 2016년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두 번째로 보는 것이다. 전날에 신영체임버홀에서 연주회가 있었는데 이웃님이 알려주신 인터뷰에 의하면 한국에 대한 인상은 안타깝지만 기억이 없다는 것.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삶은 공항, 공연장, 호텔 밖에는 기억이 안 나므로 여유가 없으니까. 그 대목에서 키신이 딱 떠올랐다. 키신의 동선이 그러하다. 미야스코프스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므로 프로그램북을 4천 원에 샀다.
Program
Medtner Sonata-Reminiscenza in a, Op. 38 No. 1 / 메트너 <회상 소나타>
이 곡에 대해서는 베레조프스키의 연주에 매료된 기억이 있다. 아들(?)아 미안~~~ 아빠(?)의 연주가 나한테는 그래도 더 끌려서. 마지막 a음의 여운을 더 느끼고 싶은데 박수가 곧바로 나왔다. 일명 ‘안다’ 박수. 2층에서 봤지만 코앞에서 보는 것처럼 들렸다.
Debussy Pour le piano / 드뷔시 <피아노를 위하여>
I. Prelude / 프렐류드
II. Sarabande / 사라방드
III. Toccata / 토카타
드뷔시는 독특한데 이건 내가 러시아 연주자들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이다. 드뷔시는 모호한데 러시안은 확실해서 안 맞는 듯... 음반을 모으면서 어쩔 수 없는 선입견이 잡혀버렸다. 러시아는 어떤 작곡가든지 소화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뷔시랑 라벨에서 막혔다. 그래도 난 러시안 피아니즘을 사랑한다. 프렌치 피아니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Myaskovsky Piano Sonata No. 2, Op. 13 / 미야스코프스키 피아노 소나타 2번
미야스코프스키는 음반을 모으면서 몇 번 접해봤던 작곡가이지만 예습을 안 해서 모르는 곡. 그런데 진노의 날(dies irae) 테마가 들리니깐 오히려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서 들떴다. 오른손에서 펼쳐지는 디에스 이레는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랩소디>랑 리스트 <죽음의 무도>에서도 나온다.
Intermission
Faure Nocturne No. 1 in e flat, Op. 33 / 포레 녹턴 1번
포레 역시 생소하다. 녹턴 6번이 아무래도 익숙하니까. 마치 드라마처럼 시작한다.
Tchaikovsky/Pletnev: Concert Suite from the Ballet "The Nutcracker" / 차이코프스키 발레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플레트네프 편곡)
I. March / 행진곡
II. Dance of the Sugar-Plum Fairy / 설탕 요정의 춤
III. Tarantella / 타란텔라
IV. Intermezzo / 인터메조
V. Trepak (Russian Dance) / 트레팍 (러시아의 춤)
VI. Chinese Dance / 중국의 춤
VII. Andante maestoso / 안단테 마에스토소
두 번째 곡은 분명히 피아노로 연주하고 있는데도 첼레스타로 연주하는 것처럼 들려서 신기했다. 마지막 곡에서는 초반에 삐끗하더니 뭔가 악보를 까먹은 것 같다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쳤던 부분을 다시 치는 상황 발생.
Glinka/Balakirev: The Lark / 글린카 종달새 (발라키레프 편곡)
차이코프스키에 이어 바로 연주한 이 곡은 글린카의 가곡을 발라키레프가 비르투오소 기교를 더해서 피아니스틱하게 편곡한 것이다. 이건 내가 키신의 DVD 자막을 번역하면서 빠져들었던 곡. 난 이 곡을 키신의 연주로 다시 듣고 싶은데 지금보다 젊은 시절의 레퍼토리라 안 들려줘서 유감. 평양 출신 피아니스트 마신아의 연주로도 좋아한다. 실제로 듣는 건 처음인데 악보를 몇 군데 건너뛰고 연주한 느낌이라 유감이다.
Liszt Spanish Rhapsody, S. 254 / 리스트 스페인 랩소디
전에는 죽음의 무도(Totantenz)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스페인 랩소디를 접했다. 리스트는 역시 무난하다.
Encores
Grieg/Grigory Ginsburg: Peer Gynt Suite No. 1, Op. 46 / 그리그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그리고리 긴즈부르크 편곡)
- I. Morning Mood / 아침의 기분
- IV.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 산왕의 궁전에서
첫 번째 앙코르곡은 먼저 어떤 곡인지 알려주고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그의 곡들 중 하나. 아침의 기분으로 잔잔하게 문을 연 다음 산왕의 궁전에서 손가락이 안 보일 정도로 옥타브를 빠르게 연주하니 입이 딱 벌어질 수밖에...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옥타브가 더욱 맹렬해진다. 역시 속주에 일가견이 있나보다. 왼손이 보이지 않는 마법을 경험했다. 마추예프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Kapustin: 8 Concert Etudes, Op. 40: I. Prelude / 카푸스틴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중 1번 프렐류드
카푸스틴의 곡은 토카티나 듣고 싶었는데 그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이전의 레퍼토리라서 다른 곡으로...
Gershwin 3 Preludes / 거슈윈 3개 전주곡
- I. Allegro ben ritmato e deciso
- II. Andante con moto e poco rubato
- III. Allegro ben ritmato e deciso
거슈윈 1번만 쳐줄 줄 알았는데 쿨하게 3번까지 이어서 친다. 러시아적인 거슈윈?
Chopin Nocturne No. 20 in c#, Op. posth. / 쇼팽 녹턴 20번
거슈윈에 이어서 앙코르곡 더 해줬으면 했는데 녹턴 20번이 나오니깐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싶었다. 보통 느리고 서정적인 곡이 나오면 마지막이라는 암시인 듯. 이 곡은 도입부가 나온 다음에 본의 아니게 다른 음을 건드려서 어떤 음을 칠 것인지 스포일(?)했다.
차기 대회도 열렸는데 콘서트홀이 아닌 게 의아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그래도 더 많은 청중과 함께 했으면 아쉬움도 있었다. 챔버홀이었지만 마치 콘서트홀에서 듣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콘서트홀에서 봤으면~
Dmitry Masleev Recital at Sejong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in Seoul (4 September 2016)
2016년 9월 4일 일요일 오후 7시
지난 9월 4일 일요일에 세종문화회관에 다녀왔다. 9월 초에 서울에 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는데 적중! AAF 사이트에서 가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분이 공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40석 남았을 때 1층에서 피아노 건반이 보이는 위치로 예매! 2층은 2만 원인데 만 원 더 보태서 1층에서 관람했다. 프로그램북은 공짜!
Preview
2015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강력한 색채, 손끝에서 펼쳐지는 짙은 카리스마, 냉정과 열정의 기로에서 화려하게 꽃피운 선율의 극치로 독보적인 음악세계를 개척하다!
제15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음악경연에서는 매우 드물게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매체로부터 ‘정확성과 완벽한 기술 및 형식감’(Neva time), ‘완벽한 피아노 기법’(Rossiyskaya Gazeta), ‘탁월함, 서정성, 자신감 및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Kommersant)라는 평가로 주목받았으며 특히 차이코프스키 경연 후 Neva time에서는 ‘심사위원단의 결정은 매우 정직하고도 단호했으며, 가장 정확하고 공정한 선택이었다’라고 평가했다.
1988년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출생한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모스크바 음악원을 졸업하고 미하일 페투호프 교수(Prof. Mikhail Petukhov)를 사사하였으며 이미 어린 시절부터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며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였다. 이후 2011년 제21회 로마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인 스타로 떠올랐고 러시아, 프랑스, 루마니아,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펼쳐지는 그의 무대를 통해 그 확고한 실력을 입증하였다. 2014년부터 2015년은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 국제 음악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며 실력을 한껏 다져나갔고 2015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으로 클래식계에 그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활발한 연주활동을 전개한 그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스베틀라노프 오케스트라, 항저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필하모닉 아카데믹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콘서트홀, 뉴욕 카네기홀, 레바논 등에서 리사이틀 및 갈라 콘서트를 개최하였다.
이번 리사이틀은 2016 가원상 수상을 기념하며 초청한 드미트리 마슬레예프의 첫 내한 연주로 폭발적인 카리스마와 음악에 대한 그만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념비적 무대가 될 것이다.
Educations
- Moscow Conservatory graduate / 모스크바 음악원 졸업
- Trained in the International Music Academy at Lake Come (Italy) /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 국제 음악 아카데미에서 훈련
Awards
2004 - 5th Tatiana Nikolaeva International Competition for Young Pianists in Bryansk, Russia 1st prize / 러시아 브랸스크 제5회 타티아나 니콜라예바 청소년 국제피아노콩쿠르 1위
2008 - 5th Rachmaninov International Competition for Young Pianists in Tambov, Russia 2nd prize / 러시아 탐보프 제5회 라흐마니노프 청소년 국제피아노콩쿠르 2위 (5월)
2008 - Carl Filtsch International Festival-Competition for Pianists and Composers in Sibiu, Romania 2nd prize (1st was not awarded) ex-aequo with Diána Szöke Szokolayné (Hungary) and Filtsch Prize / 루마니아 시비우 ‘카를 필치’ 국제피아노-작곡콩쿠르 겸 페스티벌 - 디아나 쇠케 쇼콜라이네(헝가리)와 1위 없는 공동 2위 및 필치 상 (7월)
2010 - Rachmaninov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in Frankfurt am Main, Germany 3rd prize / 2010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제2회 라흐마니노프 국제피아노콩쿠르 3위 (4월)
2010 - 7th Adilia Alieva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in Gaillard, France [Category Professionel] 1st prize / 프랑스 가이야르 제7회 아딜리아 알리예바 국제피아노콩쿠르 프로페셔널 부문 1위 (6월)
2011 - 21st Premio Chopi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in Rome, Italy 1st prize and a grand piano / 이탈리아 로마 제21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1위 및 그랜드 피아노 1대 (10월)
2012 - Carl Filtsch International Festival-Competition for Pianists and Composers in Sibiu, Romania 1st prize / 루마니아 시비우 ‘카를 필치’ 국제피아노-작곡콩쿠르 겸 페스티벌 1위 (7월)
2012 - Città di Caserta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in Italy 1st prize / 이탈리아 카세르타 국제음악콩쿠르 1위 (6월)
2013 - 3rd Antonio Napolitano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in Salerno, Italy 1st prize / 이탈리아 살레르노 제3회 안토니오 나폴리타노 국제피아노콩쿠르 1위 (6월)
2013 - 17th Stefano Marizza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in Trieste, Italy 1st prize /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제17회 스테파노 마리차 국제피아노콩쿠르 1위 (10월)
2014 - 2nd Russian Music Competition in Moscow 3rd prize / 모스크바 제2회 러시아 전국음악콩쿠르 3위
2014 - 14th Premio Giuliano Pecar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in Gorizia, Italy 2nd prize ex-aequo with Liana Gevorgyan (Russia) / 이탈리아 고리치아 제14회 줄리아노 페카르 국제피아노콩쿠르 - 리아나 게보르기안(러시아)과 공동 2위 (11월)
2015 - 15th Tchaikovsky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in Moscow, Russia 1st prize, Gold Medal and Special prize for the best performance of the concerto with chamber orchestra in the second round / 러시아 모스크바 제15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 1위, 금메달 및 2라운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최우수 연주 특별상 (7월)
2016 - Gawon International Music Society Award in Seoul / 서울 한국가원국제음악협회 가원상 (9월)
Activities Highlights
-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 1 with Svetlanov Symphony Orchestra of Russia, Hangzhou Philharmonic Orchestra, Beijing Symphony Orchestra, The Symphonic Orchestra of the USP (Universidade de São Paulo), Borusan Istanbul Philharmonic Orchestra, The Philharmonic Orchestra of Zagreb /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 - 러시아 스베틀라노프 심포니 오케스트라, 항저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이징 심포니 오케스트라, USP(상파울루 대학교) 심포니 오케스트라, 보루산 이스탄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자그레브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2 with Rotterdam Philharmonic Orchestra, Governor's Symphonic Orchestra of the Irkutsk Regional Philharmonic, Russia Orenburg Philharmony, Mariinsky Orchestra, Academic Symphony Orchestra of the Moscow Philharmonic, Seaside Orchestra of Mariinsky Theatre, The Far Eastern Symphony Orchestra, Orchestra National de Capitole de Toulouse, Novosibirsk Academic Symphony Orchestra, The Tatarst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 St. Petersburg Academic Philharmonic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 -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르쿠츠크 지역 필하모닉 주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러시아 오렌부르크 필하모니,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필하모닉 아카데믹 심포니 오케스트라, 마린스키 극장 시사이드 오케스트라, 극동 심포니 오케스트라,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노보시비르스크 아카데믹 심포니 오케스트라, 타타르스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카데믹 필하모닉
- Prokofiev Piano Concerto No. 3 with Ryazan Philharmonic, The Mariinsky Orchestra, Seaside Orchestra of Mariinsky Theatre /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 협연 - 랴잔 필하모닉,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마린스키 극장 시사이드 오케스트라
-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with The Tatarst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 The Saratov Regional Philharmonic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협연 - 타타르스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사라토프 지역 필하모닉
- Mozart Piano Concerto No. 20 with The Mariinsky Orchestra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협연 -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 Bach Double Concerto BWV 1061 with Moscow Virtuosi State Chamber Orchestra / 바흐 이중 협주곡 BWV 1061 협연 - 모스크바 비르투오시 실내 오케스트라
- Recital:
Mariinsky Concert Hall in St. Petersburg, Russia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콘서트홀
Bydgoszcz in Poland / 폴란드 비드고슈치
Beirut in Lebanon / 레바논 베이루트
Hotel Kempinski in St. Petersburg, Russia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켐핀스키 호텔
Moscow State Tchaikovsky Conservatory Small Hall /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소강당
Aachen in Germany / 독일 아헨
Izhevsk Philharmonic Hall / 이제프스크 필하모닉 홀
Samara Philharmonic Hall / 사마라 필하모닉 홀
Municipal Theatro in Sao Paolo, Brazil / 브라질 상파울루 시립 극장
Aula Magna Universita in Rome / 로마 아울라 마냐 대학교
La Sapienza in Rome /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교
Casino-Gesselschaft in Basel, Switzerland / 스위스 바젤 카지노-게셀샤프트
Organ Concert Hall in Perm, Russia / 러시아 페름 오르간 콘서트홀
Teatro Grande in Brescia, Italy / 이탈리아 브레시아 대극장
Teatro Donizetti in Bergamo, Italy / 이탈리아 베르가모 도니제티 극장
Teatro Comunale in Bologna, Italy /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 극장
Musashino Swing Hall in Tokyo, Japan / 일본 도쿄 무사시노 스윙 홀
Hamarikyu Asahi Hall in Tokyo, Japan / 일본 도쿄 하마리큐 아사히 홀
- 15th International Tchaikovsky Competition Winner Gala Concert: Carnegie Hall in New York and Philharmonie Gasteig in Munich, Germany / 제15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 뉴욕 카네기홀 및 독일 뮌헨 가슈타이히 필하모니
- International Piano Festival of La Roque d'Antheron in Aix-en-Provence, France /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라 로크 당테롱 국제피아노페스티벌
Reviews
"Dmitry Masleev is undoubtedly a discovery and a brilliant pianist. And I was sincerely glad about his success which is absolutely deserved." - Russian pianist Boris Berezovsky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의심할 여지없이 화려한 피아니스트이다. 나는 그의 성공에 대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Looking by his boyish appearance a lot younger than his 27 years, his playing demonstrated plenty of maturity and understanding. In effect, his rendition of the Rachmaninov's Second Piano Concerto, a work full of pitfalls, was wholly convincing and brimming with personal insights." - Classicalnet Review of the concert in Rotterdam on 12 September 2015
“27세라는 나이에 비해 훨씬 더 어려보이는 소년 같은 외모이지만, 연주는 곡에 대한 매우 성숙한 해석 능력을 선보였다. 그 결과, 그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연주는 곡 자체가 위험요소가 많음에도 대단히 설득력이 있었으며, 개인적인 통찰력이 돋보였다.” - 클래시컬넷 리뷰, 2015년 9월 12일 로테르담 콘서트.
먼저 사회자가 가원상을 소개한 다음 한옥수 이사장님의 말씀 및 가원상 시상식.
Gawon Award Ceremony / 가원상 시상식
Opening: Kyung Won Choi / 사회 - 최경원
Awarding: Dmitry Masleev / 수상자 -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Chairman's Speech: Oksoo Han / 심사위원장 한옥수 선생님의 말씀
Program
Domenico Scarlatti (1685-1757) /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쳄발로 연주자로 알려진 도메니코 스카를라티는 바흐, 헨델과 같은 해에 태어난 바로크시대 작곡가이다.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의 아들로 아버지와 함께 스카를라티 가문을 대표하는 그는 오페라뿐만 아니라 600곡이 넘는 하프시코드(쳄발로) 작품을 남기며 고전파 초기 양식에 가까운 작풍을 선보였고 근대 피아노 주법을 확립하여 음악사의 발전을 이룩하였다.
Sonata in b, K. 27 / 성부간의 조화와 오스티나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Sonata in f, K. 466 / 칸틸레나 양식을 바탕으로 앞꾸밈음이 특징적인 작품이다.
Sonata in d, K. 1 / 경쾌하고 빠르게 진행되며 잦은 반음계가 사용되었다.
Sonata in d, K. 141 / 재빠른 연타와 스타카토로 긴장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 루트비히 판 베토벤
모차르트와 함께 빈 고전파를 대표하는 독일 작곡가 베토벤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 속에 음악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난청을 가지고 있던 그는 증세가 심해져 나중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 되었지만 작품 활동에는 오히려 심오함이 묻어나며 낭만파로 교량적 역할을 하였다. 초기에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을 받았으나 중기에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풍으로 음악어법에 여러 개혁을 시도하였다.
Piano Sonata No. 26 in Eb, Op. 81a "Les Adieux" /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
고별 소나타는 베토벤이 1809년부터 10년에 걸쳐 작곡한 것으로 그의 정신적 지주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던 루돌프 대공과 1809년에 일어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전쟁과 관련이 있는 작품이다. 나폴레옹 군대가 오스트리아를 침범하여 왕실의 일원이었던 루돌프 대공이 도피하자 그때 받은 충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3악장으로 구성되어 각각 부재, 고별, 재회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 I. Das Lebewohl. Adagio / 고별
- II. Abwesenheit. Andante espressivo / 부재
- III. Das Wiedersehen. Vivacissimamente / 재회
Sergei Prokofiev (1891-1953) /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20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프로코피에프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신고전주의 작곡가로 전쟁과 혁명의 시대를 살아간 동시대의 작곡가들에 비해 많은 곡을 만든 인물이다. 그는 당시의 변화와 새로움의 양상 속에서 전통과 연속성을 가져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였는데 초기의 원시적인 격렬함에서 점차 고전적 경향으로 이행하며 감미롭고 간소한 스타일을 추구하였다.
Piano Sonata No. 2 in d, Op. 14 / 피아노 소나타 2번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은 1번, 3번 소나타와는 달리 4악장으로 구성되어 전통적인 고전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가 자서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음악적 특징인 고전적, 현대적, 토카타적, 서정적, 해학적 요소들이 다양하게 표현되었으며 싱코페이션 음형에 의한 경쾌한 리듬, 풍부한 불협화음, 서정적인 선율 등 창조적인 개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 I. Allegro ma non troppo
- II. Scherzo. Allegro marcato
- III. Andante
- IV. Vivace
Inrermission (15 minutes)
Sergei Rachmaninov (1873-1943)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후기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당대의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공부했다. 그의 작품은 서정적이고 감성 표현의 폭이 넓으며 구조적으로는 독창성을 가진다. 피아노곡을 비롯하여 가곡, 관현악곡, 합창곡, 오페라 등 많은 장르의 곡을 남겼다.
Elegie in e flat, Op. 3 No. 1 / 엘레지는 반주부의 웅장한 아르페지오와 서정적인 선율을 가진 작품이다.
Prelude in c#, Op. 3 No. 2 from Morceaux de fantaisie / 전주곡 작품 3-2 <모스크바의 종>은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짙고 어두운 화성감이 드러나는 곡이다.
Prelude in g, Op. 23 No. 5 / 전주곡 작품 23-5는 행진곡 풍의 매우 웅장하고 힘찬 곡으로 중간에는 우수에 찬 서정적인 선율이 흐른다.
Fragments / <단편>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곡은 짧은 연주시간을 가졌으나 아름답고 우아한 음악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Polka de W.R. / 폴카는 보헤미아에서 유래된 활발한 사랑의 춤곡으로 2/4박자로 구성되었다.
Etude-Tableau in Eb, Op. 33 No. 6 / 회화적 연습곡 작품 33-6은 4마디의 서주에서 앞으로 전개될 곡의 동기를 제시한다. 연습곡으로 만들어졌으나 회화적 소곡에 가까운 작품이다.
Etude-Tableau in b, Op. 39 No. 4 /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4는 처음 제시되는 주제가 모방되고 변형되며 재치 있게 전개되는 곡이다.
Etude-Tableau in D, Op. 39 No. 9 /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9는 웅장한 화성과 3도, 옥타브 등이 빈번하게 사용되었으며 피아노의 넓은 음역을 사용한다.
Franz Liszt (1811-1886) / 프란츠 리스트
헝가리 태생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인 리스트는 빠르고 색감 있는 음역의 변화와 건반 전체를 아우르는 아르페지오, 화려하고 난해한 카덴차를 사용함으로써 피아노로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또한 연주회용 연습곡이라는 새로운 발상으로 많은 걸작을 남겼으며 현대 피아노 리사이틀의 전통을 확립하고 교향시를 창시하는 등 음악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Totantenz / 죽음의 무도
생상스가 작곡한 동명의 교향시를 편곡한 이 작품은 <죽음의 무도>라는 뜻을 가지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격렬하고 힘이 넘친다. 죽음의 신이 나타나 바이올린을 연주하자 무덤 속에서 수많은 해골들이 나와 춤을 춘다는 기괴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피아노 독주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Encores
Bach Partita No. 1 in Bb, BWV 825: IV. Sarabande / 바흐 파르티타 1번 중 <사라방드>
Haydn Sonata in C, Hob. XVI:48 - II. Rondo. Presto / 하이든 소나타 58번 2악장
1부는 사실 그냥 그랬다. 처음에 인사하고 바로 연주로 들어가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연주 감상이 시작되었다. 스카를라티는 대부분 익숙한 레퍼토리들이라서 모르는 곡이 별로 없었다. 베토벤의 고별 소나타까지도 그냥 그렇게 흘러갔다. 그런데 노래하는 선율은 뭔가 아름답게 만들려고 애쓰는 모습... 러시아 사람이라서 그런지 차갑고 투명한 얼음이나 수정 같은 느낌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내가 노렸던 프로코피에프부터는 역시나 러시안!!! 스카를라티부터 베토벤까지 그냥 그렇게 흘러갔던 느낌의 반전이 시작되었다.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2번 1악장부터 본색을 드러내면서 거친 맛 발사 시작!!!!! (음악에서는 발사라기보다는 발산이라는 표현이 사실 더 적절하다.) 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거친 맛을 사랑하긴 하지... 표정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때보다 나아진 모습이었다. 당시에 모친상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우수에 젖은 표정이었다. 순서가 맨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체력 떨어져서 졸린 관계로 연주를 주의 깊게 보진 못했다. 콩쿠르 매 라운드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성호를 긋는 모습이 보였다. 전에 프로필을 쓰면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실제로 연주를 봤을 때에는 기대를 너무 잔뜩 해서 그런지 사실 성에 차지는 않았다. 듣는 귀가 높아진 것도 물론 한몫 했다. 2시간짜리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중간에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도 물론 있었다.
15분 휴식 후 2부 시작!
라흐마니노프 역시 대부분 아는 곡들인데, 그 중에 전주곡 <모스크바의 종>을 작게 시작한다. 작은 종소리로 시작... 라흐마니노프가 종소리 효과를 즐겨 사용했다고 하는데, 크렘린의 종소리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한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피겨 선수 아사다 마오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들고 나왔는데 2분이 지나면서 쇼부(승부)를 느꼈다고 한다. 2분이 지나면 점프 점수가 더 높아지는데 거기에서 스스로 무너졌지... 그래서 그 곡에 대한 느낌이 아사다 마오의 절규로 변해서 취미로 치던 곡인데 한동안 치다 멈추기를 몇 번 했다. 러시아 감성이 느껴지는 라흐마니노프... 우수어린 서정성이 느껴지는 애잔한 엘레지... 내가 지켜본 느낌은 그렇다. 쉽게 말하자면 러시아 음악의 특징은 비장미와 우수라고 한다.
2부의 마지막 <죽음의 무도>는 제일 맘에 든다. 이것 내가 되게 기대했는데 충족됐걸랑...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2라운드 리사이틀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이었다. 마슬레예프가 우승하고 나서 문득 깨달았던 건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마지막을 항상 장식하고 있었다. 입상자 갈라 연주회까지도 우승자로서 맨 마지막에 나와서 연주! 건반이 잘 보이는 위치를 고르기는 했는데 손이 잘 안 보일 정도... 역시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은 러시아 작곡가와 리스트 쪽으로 상당히 뛰어나다는 느낌... 2부는 라흐마니노프도 그렇고 러시안의 주특기 발휘!
2부가 끝날 때까지 미스터치 꽤 많다. 전체적으로 감흥은 적은데 잠자리에 들면서 앙코르 연주가 귓가에 맴도는 이유는 뭘까? 굳이 평점을 매기자면 1부는 별 5개 중에서 3개, 2부는 별 4개, 평균 별 3.5개로 개인적으로 박하다. 내 취향의 연주자가 아닌 건가... 실제로 봐야 알 것 같았는데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닌 듯... 하지만 앞으로 잘 되길 빌어주고 있다. 연주를 지켜보면서 더더욱 그런 맘이 들었다.
소규모의 챔버홀에서 봐서 그런지 연주자의 호흡 같은 것도 들리는 장점이 있다. 물병 같은 것 떨어지는 소리, 기침 소리도 물론 잘 들리고... 챔버홀에서 해서 사람이 적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썩 인기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첫 번째로 연주한 앙코르는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바흐! 전에 마슬레예프의 동영상을 보면서 앙코르곡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정리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앙코르는 하이든 소나타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하이든 소나타 개수가 워낙 많고 조성만 가지고 찾기는 광범위해서 마슬레예프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프로그램에서 찾아냈다. 당시에 하이든 소나타가 일품이라는 댓글이 내 블로그에 있었는데, 내 맘에 썩 들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낭만파뿐만 아니라 바로크와 고전 레퍼토리도 잘 소화해내는 연주자인 것 같다. 앙코르는 시간 끌지 않고 커튼콜 인사 후에 바로바로 해줬다.
후기가 참 앞뒤가 맞지 않다. 내 취향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뭔가를 인정하는 태도라니... 집에서 후기 쓰면서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나보다. 연주회가 끝나고 집에 가면서 한옥수 선생님의 에세이 <건반 위에 핀 호야꽃>을 선물로 받았다.
프로그램북에 있는 내용들을 발췌해서 옮겼는데, 나중에 프로필을 쓸 일이 또 생길 수도 있어서(프로필의 일부를 구비하는 차원에서) 내 블로그에 번역했다. 수상 경력은 전에 썼던 프로필에서 가져와서 보충했다.
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Seong-Jin Cho & Yannick Nézet-Séguin at the Arts Center Incheon (9 November 2019)
2019년 11월 9일 18시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
Seong-Jin Cho, piano / 조성진, 피아노
Philadelphia Orchestra /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Yannick Nézet-Séguin, conductor / 야니크 네제-세갱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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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 5(Big Five)에 꼽히는 명문악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음악 감독 야니크 네제-세갱과 내한 공연을 펼친다. 가장 미국적인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다이내믹이 살아있는 호화로운 음색이 특징이다.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차기 음악 감독으로 선출되며 미국 클래식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마에스트로의 입지를 굳힌 야니크 네제-세갱의 섬세한 해석과 함께 아트센터 인천 개관 공연에 이어 두 번째 무대를 찾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이 완벽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날렵한 감각, 직관적인 해석, 그리고 특유의 호쾌한 미소를 트레이드마크로 하여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로 성장,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야니크 네제-세갱의 지휘 아래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부의 문을 활짝 연다. 지난 해 발매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음반으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두 아티스트의 선택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역동적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와 조성진 특유의 대담하고도 섬세한 터치가 공존하는 환상적인 매력의 라흐마니노프와 2부에서는 대중적인 선율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마스터피스인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가 연주된다.
Program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1 in f#, Op. 1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I. Vivace
II. Andante
III. Allegro vivace
Brahms 6 Klavierstücke, Op. 118 No. 2 in A: Intermezzo. Andante teneramente (encore) / 브람스 6개의 피아노 소품 작품 118-2
Dvorak Symphony No. 9 in e, Op. 95 "From the New World" /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I. Adagio - Allegro molto
II. Largo
III. Scherzo. Molto vivace – Poco sostenuto
IV. Allegro con fuoco
Encore
Rachmaninov Vocalise, Op. 34 No. 14 /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11월 9일은 임동혁의 리사이틀을 가려고 했던 날이었다. 그런데 11월 7일에 문자가 왔다. 임동혁이 급성 고열 및 심약 증세로 치료 중이라 건강상의 문제로 우리나라 투어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올해 가려고 했던 조성진의 공연이 필라델피아 협연 딱 하나였는데 이날 일정이 비어서 갑자기 조성진을 생각하게 되었다. 조성진이랑 겹치는데 임동혁을 가게 되면 인천 공연을 할 수 없이 버리고 서울로 향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인터파크 사이트에 접속해서 인천에 자리가 남는지 살펴보니 다섯 자리 남짓... 그런데 18만 원짜리였다. 건반이 보이는 좋은 자리이긴 했다. 올해는 잘 넘기나 했더니 결국 카드 결제하면서 주책바가지!!! 그 돈이면 다른 저렴한 공연 4~5개는 갈 수 있는 돈이니까. 인천은 멀고 하니 다음날 서울 공연도 당연히 알아봤지만 매진이라 여의치 않았다. 애초에 티켓팅도 하지 않았다. 날짜도 몰랐고 까먹었으니까. 그렇게 토요일에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 중에서도 끝이라서 멀었다. 서울에서 중간에 지하철을 잘못 타서 다시 돌아와서 타기도 하는 등 시간을 좀 까먹었다. 그것 하나 보러 가기를 지하철 왕복하느라고 하루 10시간은 까먹었다. 도착하고 보니 공연 10분 전.
조성진은 검은색, 지휘자는 하얀색으로 흑백의 대조를 이뤘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라흐마니노프가 본인의 연주로 자작 협주곡을 초연한 데라서 와본 것이다. 조성진을 보러 왔다기보다는 오케스트라를 보러 온 것에 가깝다. 물론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1번 또는 조성진과 네제-세갱의 조합을 이때가 아니면 못 볼 것 같아서 온 것도 있다. 다닐이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랑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녹음했던데 조성진도 나중에 그렇게 할 것인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조성진의 소리가 약한 것에 대해서 평소에 많이 느끼고 있었으므로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내가 너무 가까이서 봤나 싶기도 했다. 사실 서울에서 다른 연주자의 경우였지만 1층 뒤에 앉아도 오케스트라에 피아노 소리가 파묻힐 때가 있다. 아트센터 인천에 처음 왔는데 음향은 그래도 예당이 낫다. 내가 보리스 팬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협주곡 1번만큼은 보리스 편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 같았던 보리스의 2악장이 기억에 남기에. 3악장에서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메리카 대륙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 같았다. 미국의 기상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날 공연은 나중에라도 중계하려나보다.
앙코르는 금방 해줬는데 건반 위에 올려놓는 손을 보고 브람스 인터메조가 될 줄 알았다. 앙코르로 예상한 곡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나를 몇 번 쳐다보더라고... 내가 어디서 본 것 같았나? 뭔가 눈치를 보더니 연주 중간에 폰으로 무대를 찍었다. 조성진이 앙코르 연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었나? 연주 몰입에 잠시 방해가 되었다. 요즘에 조성진이 앙코르곡으로 브람스 인터메조를 밀고 있는데 드라마 밀회에서도 나왔더라고.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은 악장 하나하나가 좋고 물론 연주도 좋았는데 약간 졸았다. 커피가 간절했다. 그러다가 4악장에서 정신 차렸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이렇게 말했다.
"Thank you! You are the best audience!"
오케스트라 앙코르는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이 곡을 언젠가는 러시아 오케스트라로 직접 느끼고 싶다. 더 이상 앙코르는 없다는 듯이 지휘자가 손을 흔들면서 바이바이!
조성진을 올해에 한 번만 보려고 했고 그 딱 한 번을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 보게 되었는데 등장할 때 박수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이제 내년이면 새로운 쇼팽 콩쿠르가 기다리니까? 내년에 쇼팽 콩쿠르를 보러 가는데 아직 오프닝 콘서트와 입상자 갈라 콘서트 티켓팅이 남아있다. 조성진이 오프닝 무대에 선다고 하는데 티켓팅 성공하면 간다. 베를린 필 협연을 보고 난 이후 그게 오히려 조성진의 공연을 잘 안 가는 계기가 되었는데 내년에도 안 가려 들 것 같다. 본다면 해외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에도 운명에 맡겨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