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앨범은 1878년 차이코프스키가 우크라이나의 카멘카에 있을 때 작곡한 작품집이다. 어린이 앨범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연주하기 쉬운 기교로 연주할 수 있고, 음악적으로도 어린이의 정서를 그린 듯한 단순한 악상을 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사실 차이코프스키 자신도 1878년 4월 30일 폰 메크 부인에게 쓴 편지에서 이 작품집의 제목이 슈만의 예를 따른 것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작품집 전체는 모두 표제가 붙은 24곡의 소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곡은 1분 내외의 짧은 연주 시간을 지니고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시절인 1865년에 c단조의 소나타를 작곡한 바가 있었으나, 이것은 습작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그가 죽은 뒤인 1901년에 되어서야 출판되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피아노 소나타는 바로 이 G장조 소나타로, '그랜드 소나타'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 제목은 슈만의 소나타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곡 전체가 낭만주의 피아노 양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과 일종의 교향악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슈만의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다만 마지막 악장에 러시아 풍의 주제가 사용되는 등 차이코프스키만의 개성이 드러나고 있는 부분도 보인다. 차이코프스키 자신은 이 작품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곡을 가리켜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내용의 곡'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곡의 초연을 맡은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이 곡을 높이 평가하고 이후 자주 연주하면서 당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곡은 1878년 3월에 작곡하기 시작하여 6월 26일에 완성되었고, 이듬해 2월 출판된 뒤 11월 루빈스타인이 초연하였다. 모두 네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연주 시간은 30분이 넘는 비교적 큰 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30대 시기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플레트네프의 연주로 그 동안 묻혀있었던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작품을 만나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음악! 자주 연주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작품은 그의 작품 목록 중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전 생애에 걸쳐서 계속해서 피아노 소품을 작곡하였고, 스스로 이 작품들을 즐겨 연주하였다. 일반적으로 그의 피아노 작품들은 이른바 살롱 음악으로 분류되는데, 이러한 분류는 그의 피아노 작품이 당시의 가정 음악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작곡되었으며 상당수는 출판사의 요청에 의해 정리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그의 피아노 작품은 음악적인 중요성이 결여된, 그리고 편의적인 경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와서 음악학자들은 그의 피아노 작품에 대한 이러한 가치 절하가 반드시 옳은 평가는 아니라고 결론짓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피아노 작품들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작품 자체에 있어서도 차이코프스키 음악이 갖는 매력의 원형을 충실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그의 피아노 작품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최근 많은 연주자들을 통해 차이코프스키의 작품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1978년 제6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자유곡 레퍼토리로 자신이 직접 편곡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연주한 젊은 피아니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현악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익숙한 멜로디가 자칫 어색하게 들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음색은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색채를 단조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피아노곡으로의 편곡은 작곡가 자신이나 전 시대의 명 연주자들이 해왔던 작업이기 때문에, 심사위원 앞에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야 하는 콩쿠르 무대에서 신인 연주자의 편곡 작업은 자칫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성까지 지닌 일이었다. 하지만 젊은 피아니스트의 과감한 도전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고, 그는 이 콩쿠르의 우승자가 되었다. 그가 바로 미하일 플레트네프로, 그의 나이 겨우 21세 때였다. 미하일 플레트네프는 1957년 백해 연안의 항구 도시인 아르한겔스크에서 태어났다. 음악가였던 부모에게 피아노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여, 13세 때에 모스크바 음악원의 예비학교에 입학하였고, 1974년 모스크바 음악원에 진학하였다. 모스크바 음악원에 진학하기 1년 전에 그는 이미 파리의 국제 청소년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었고, 음악원 재학 중이던 1977년에도 레닌그라드에서 개최된 전 소련 연방 음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소련의 기대주로 떠오른 그는 이듬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도 도전하여 이론의 여지없이 우승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때 자유곡으로 연주한 것이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조곡의 피아노 편곡 작품이었고, 본선의 결선곡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이었다. 이후 그의 행보는 잘 알려져 있는 그대로이다. 소련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로 많은 활동을 펼쳤으며, 구소련의 붕괴 후 플레트네프는 러시아 피아노 학파에 있어서 가장 특이한 존재로 손꼽힌다. 그가 들려주는 연주는 러시아 연주의 맥을 잇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데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역대 피아니스트들 중에서 최상급의 테크닉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힘으로 몰아붙이는 연주를 피하고 있으며, 이보다는 서정적인 맥락 위에서 누구보다도 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독특한 프레이즈 처리와 절묘한 타이밍의 루바토, 작품에 신선함을 안겨 주는 리듬감과 가끔씩 나타나는 경쾌하면서도 전율이 이는 속도감 등을 들려주며, 이러한 그의 연주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장점은 특히 낭만주의 시기의 소품에서 가장 잘 발휘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는 데뷔 초기부터 계속해서 모음곡 '사계'와 그랜드 소나타를 비롯하여 많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독주곡과 협주곡 전곡을 녹음했으며, 연주회 무대에서도 계속해서 연주하였다. 또한 지휘자로 데뷔한 이후 녹음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전집은 그가 지니고 있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플레트네프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작품을 본격적으로 녹음하던 시기는 1980년대 중후반으로, 이 시기는 30대의 나이로 가장 의욕적으로 활동하던 때이다. 국내에 소개된 플레트네프의 음반은 주로 1990년대 이후의 연주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이전 그의 녹음은 상대적으로 별로 소개가 되지 못했었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작품을 담고 있는 이 음원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우리가 자주 듣지 못했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플레트네프가 가장 자신을 가졌던 연주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Track
01 Grande Sonate in G, Op. 37: I. Moderato e risoluto / 그랜드 소나타
02 Grande Sonate in G, Op. 37: II. Andante non troppo, quasi moderato
03 Grande Sonate in G, Op. 37: III. Scherzo. Allegro giocoso
04 Grande Sonate in G, Op. 37: IV. Finale. Allegro vivace
05 Children's Album, Op. 39: Morning Prayer / 어린이 앨범 1번 아침의 기도
06 Children's Album, Op. 39: A Winter Morning / 어린이 앨범 2번 겨울 아침
07 Children's Album, Op. 39: Little Mother / 어린이 앨범 4번 마마
08 Children's Album, Op. 39: The Hobby-Horse / 어린이 앨범 3번 목마
09 Children's Album, Op. 39: March of the Wooden Soldiers / 어린이 앨범 5번 병정의 행진
10 Children's Album, Op. 39: The New Doll / 어린이 앨범 9번 새 인형
11 Children's Album, Op. 39: The Sick Doll / 어린이 앨범 6번 병든 인형
12 Children's Album, Op. 39: The Doll's Funeral / 어린이 앨범 7번 인형의 장례
13 Children's Album, Op. 39: Waltz / 어린이 앨범 8번 왈츠
14 Children's Album, Op. 39: Polka / 어린이 앨범 14번 폴카
15 Children's Album, Op. 39: Mazurka / 어린이 앨범 10번 마주르카
16 Children's Album, Op. 39: Russian Song / 어린이 앨범 11번 러시아의 노래
17 Children's Album, Op. 39: Farmer Praying on the Harnonnica / 어린이 앨범 12번 아코디언 연주자
18 Children's Album, Op. 39: Russian Popular Dance / 어린이 앨범 13번 러시아의 춤
19 Children's Album, Op. 39: Italian Song / 어린이 앨범 15번 이탈리아의 노래
20 Children's Album, Op. 39: Old French Song / 어린이 앨범 16번 프랑스의 옛 노래
21 Children's Album, Op. 39: German Song / 어린이 앨범 17번 독일의 노래
22 Children's Album, Op. 39: Neopolitan Song / 어린이 앨범 18번 나폴리의 노래
23 Children's Album, Op. 39: A Nursery Tale / 어린이 앨범 19번 옛이야기
24 Children's Album, Op. 39: The Witch in the Wood / 어린이 앨범 20번 마녀
25 Children's Album, Op. 39: Dreams / 어린이 앨범 21번 꿈
26 Children's Album, Op. 39: The Lark / 어린이 앨범 22번 종달새의 노래
27 Children's Album, Op. 39: At Church / 어린이 앨범 24번 교회에서
28 Children's Album, Op. 39: The Organgrinder's Song / 어린이 앨범 23번 오르간을 치는 사람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은 표지가 다르다. 물론 음반사도 멜로디야가 아닌 레지스이다. 알고 보니 어린이 앨범을 번호 순서대로 연주한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