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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piano bachelor, piano music lover, CD collector and classical music information's translator. Also KakaoTalk character Tube mania! Naver Blog: http://blog.naver.com/snowseol Youtube Channel: https://www.youtube.com/channel/UCDPYLTc4mK7dOXYTQEOiPew?view_as=subscriber

2025년 10월 24일 금요일

Snowman’s Autumn in Warsaw Again! Day 21 (20 October 2025)


7시 30분에 깼는데 더 자고 8시 30분에 기상! 후기를 정리하다가 조식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 10시 30분이 지나자 직원들이 슬슬 음식을 치웠다. 주변 사람들이 다 없어져서 내가 꼴찌로 먹었나 다른 방을 봤더니 아직도 먹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방으로 돌아와서 전날 후기를 마무리하고 12시부터 외출 준비. 12시 40분에 내가 가고자 했던 Medicine 매장이 있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길거리에서 빈센트 옹이랑 닮은 사람을 봤다. 무대에선 160cm 걸치나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어떤 아시아계 남자랑 1~2m 떨어져서 걷고 있었다. 백화점에 도착한 건 17분 소요되었고 오후 1시 10분이 지나서였다. 알고 보니 문화과학궁전 맞은편이었다. 그때 사람들이 백화점 앞에 많이 몰렸다. 필하모니에서 품절인 옷의 재고 여부를 확인하고 왔는데 백화점으로 오니 뜻밖에 20% 할인이라 필하모니보다 더 저렴하게 191.92즈워티에 살 수 있었다.










1층으로 올라가면서 메디치네 매장 옆에 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매장도 보였다. 느낌상 바이올린 악기점이 아닌 옷가게일 것 같았는데 역시나! 들어가서 구경해봤는데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지나가다 1층 매장이 있어서 몇 가지 구경하다가 나왔다. 크리스마스 선물, 양말 등등이 보였다.





백화점을 지나 문화과학궁전 앞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기로 했다. 포장마차를 지나가니 <헬로 케밥>에서 Hello~ 하면서 나한테 신호를 보냈다. 몇 미터 떨어진 데에서 파는 핫도그나 햄버거를 먹으려다가 4년 전에 케밥을 한 번도 안 먹은 기억도 있고 해서 비프랑 치킨을 반반 섞은 케밥을 28즈워티에 사먹었다. 카드로 내도 되는데 길거리 음식 분위기를 내볼 겸 현금으로 냈다. 어차피 가기 전에 다 써야 하니까. 뭘 많이 시켜 먹는지 물어보고 소스는 갈릭과 스파이시 중에서 갈릭 선택. 그냥 먹었다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제로 펩시를 달랬더니 그냥 펩시를 주는 바람에 바꿔 달라고 했다. 어차피 8즈워티로 가격은 같으니까. 남은 펩시를 들고 호텔로 향했다. 일부러 공연장 근처로 지나가 봤는데 정문을 열어서인지 한산하다.







오후 4시 20분에 오페라 극장이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찾아보니 1.5km 떨어져 있고 20분 걸린다고 나왔다. 그래서 그냥 오페라 극장을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러려면 아침을 빨리 6시 30분에 먹어야 한다. 우버 부를까 해서 우버 안 되는 것 고쳤는데 카드도 새로 등록했다. 저녁 6시에 내 옆에 또 기침 시작이라고 동생한테 하소연했다. 보온병에서 식혜 같은 냄새가 나는데 생강이랑 잣이 들어간 약물인 것 같았다.




18:00

06 Kevin Chen (Canada) / 케빈 첸 (캐나다)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9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피아노 패션 콩쿠르 공동 3위, 2020 스위스 모차르트 온라인 콩쿠르 주니어 부문 1위, 2020 사우스캐롤라이나 힐턴 헤드 콩쿠르 1위, 2021 부다페스트 리스트 콩쿠르 1위, 2022 제네바 콩쿠르 1위, 2023 텔아비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콩쿠르 1위. 2위에 입상한다면 1980년 당 타이 손이 우승할 때의 상황과 비슷한데 당시 제네바 콩쿠르 우승자였던 타티아나 셰바노바가 준우승. 마지막 날은 스타인웨이의 밤! 빈센트 옹과 에릭 루에 밀리는 느낌. 일단 환상 폴로네즈는 3순위. 협주곡도 내 취향이 아닌 건지... 난 별론데? 준결선까지 2위가 유력해 보였는데 결선만 놓고 보면 좋게 봐줘서 4위. 다닐 트리포노프가 루빈스타인 콩쿠르 우승하기 전에 쇼팽 콩쿠르에서 3위였다. 2악장 전주에서 관악기가 갈라진다. 3악장에선 힘 빠진 모습. 소리가 좀 작게 들린다.


19:00

24 David Khrikuli (Georgia) / 다비드 흐리쿨리 (조지아)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4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피아노 열정 콩쿠르 공동 1위, 2016 베이징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청소년 콩쿠르 3위, 2024 칸투 피아노 협주곡 콩쿠르 그랑프리, 2024 비고 콩쿠르 1위 및 청중상. 이번 대회에서 스타인웨이는 의외로 별로인 느낌이? 다른 피아노로 특색을 살린 연주에 더 끌리는 듯. 환상 폴로네즈는 뉘앙스가 뛰어나다. 케빈 첸이 다비드 흐리쿨리한테도 밀리네? 환상 폴로네즈는 Top 3 안에 드는 연주. 협주곡 2번을 들으면서 협주곡 특별상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당 타이 손 이후 협주곡 특별상은 유럽이 독식했다. 1985년 소련의 부닌, 2005년 폴란드의 라파우 블레하치, 2010년 오스트리아의 잉골프 분더, 2021년 스페인의 마르틴 가르시아 가르시아. 


20:00 Intermission


쉬는 시간에 일본계 미국인이 없는 사이에 일본이 우승하지 못하는 이유를 슬그머니 캐나다인에게 말했다. 실력이 없으니까.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지 못하니까. 날개 접힌 새처럼 연주하니까. 내 옆은 알고 보니 홍콩 출신이었다. 그 사람한테도 공유했다. 캐나다인도 스폰서를 얘기한다. 폰으로 번역기 돌려서 보여주면서 일본인들한테는 비밀이라고 했다. 홍콩인이 나한테 말을 걸어서 자신이 기침한 것을 사과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내가 잘 못 들어서 폰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는데 본의 아니게 명령조의 영어가 되었다. 알고 보니 2차부터 콩쿠르를 봤고 세션별로 각각 다른 자리였으며 결선 때만 내 옆이었다. 홍콩인이 나한테 혹시 관심 있는 참가자 있냐고 해서 딱히 없다고 했다. 홍콩인이 나한테 조성진을 언급했는데 난 조성진의 팬은 아니지만, 그의 팬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데 속으로 뭉클해졌다. 지난 10년이 머릿속에 스쳤다. 2015년 대회에서 나한테 안티인 조성진 팬이 예선에서 시몬 네링 응원한 것을 트집 잡고 본인 블로그에서 시비 걸어서 내가 달래려고 조성진의 2014년 녹음을 하나 줬던 것, 조성진이 우승하고 나서 클래식 팬들과 조성진 팬들이 뒤섞여서 왜 나한테 꼬이는지 의아했던 것, 조성진 팬들에게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사실 나 조성진 팬 아니고 시몬 네링 응원했다고 말했더니 이미 알고 있었다고 답변한 것 등등.... 처음엔 내가 무안했지만, 결과적으로 나한테 안티인 그녀를 엄청 무안하게 만들었다. 본인이 조성진 일등 팬인 줄 알게 내버려 뒀어야 하는데 괜한 깨달음을 줬다. 누누이 설교하는 것이지만, 조성진에 대한 떡이 그렇게도 고프면 팬이 아닌 사람한테도 혹시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굽신굽신~ 이러면서 대놓고 달라고 그러는데 그런 부탁을 한 번이라도 못해보고 침묵하다가 대회가 끝나고 블로그 문을 닫았다. 나한테 말조차 못 걸었다. 알고 보니 본선 때는 본인도 시몬 네링을 엄청 응원했다고... 홍콩인이 결과 발표 볼 거냐고 물어봐서 잠시 호텔 다녀왔다가 복귀한다고 말했다.


20:20

28 Shiori Kuwahara (Japan) / 시오리 구와하라 (일본)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6 바르셀로나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2위 및 최연소 파이널리스트 특별상, 2017 베르첼리 비오티 콩쿠르 공동 2위, 국제 기업인 및 전문직 여성 단체 회원 특별상, 2019 볼차노 부조니 콩쿠르 2위 및 부조니 작품 최우수 연주 특별상, 2021 텔아비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콩쿠르 2위, 청소년 심사위원상 및 청중 인기상, 2025 브뤼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기모노 느낌이 나는 꽃무늬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환상 폴로네즈는 좋게 봐줘서 5~6위권. 협주곡도 괜찮았는데 못하는 건 아니나 절대 3위 안에는 들 수 없는 연주. 여기까지 결선이 끝나니 어안이 벙벙했다. 옆에 있던 일본계 미국인에게 Time to Say Goodbye! 이렇게 마지막으로 인사했다. 홍콩인은 나한테 만나서 반가웠고 5년 후에 보자고 했다. 마지막 날까지 결선 내내 꿈같았고 뭘 보는지 알면서도 매번 믿기지 않았다.






10시가 넘어서 호텔로 잠시 가려고 했으나 결국 가지 않고 공연장에 머물렀다. 한번 가면 다신 못 돌아올까 봐 계속 자리를 지켰다. 결과 발표를 기다리면서 캐나다인이 미국 피아니스트 에드워드 아우어와 그의 한국계 부인이 있다고 말해줘서 목도리를 두른 에드워드 아우어를 봤다. 며칠 전엔 마르틴 가르시아 가르시아도 왔다 갔다고. 크리스티안 지메르만도 주변을 서성거렸다. 11시 30분에 발표된다고 했는데 교헤이 소리타도 봤다. 11시 30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엄청 몰려서 입상자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계단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결과가 발표되려면 자정이 넘어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정이 넘어서 동생한테 나 음악판 펠레라고 고백했다. 그랬더니 알긴 아네 이러면서 키득거렸다. 가장 가깝게 맞춘 건 2021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로 우승과 준우승을 반대로 맞췄다. 새벽 1시가 되도록 아무도 안 나왔다. 심사위원 회의가 너무 길다. 앞에서 서너 번째이고 결과를 처음으로 가까이 보는 것이라 절대 비키지 못했다. 계속 서 있기 힘들어서 쭈그려 앉는 사람들이 생겼다. 1시 20분이 되자 계단 거울에 누가 나오는 게 비쳤다. 하지만 다큐 찍는 사람들이었다. 1시 30분이 지나자 나도 쭈그려 앉았다. 어떤 사람은 아예 바닥에 앉았다. 1시 50분이 되자 방송에 나오면 일어나려고 유튜브를 틀었다. 새벽 2시가 넘어 뒤돌아보니 계단에도 사람들이 있었는데 거기서 볼 걸 그랬나? 동생이 약속 안 지킨다면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갈렸냐고 한다.










Polish Radio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Mazurkas – Yehuda Prokopowicz (Poland)


마주르카 최우수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폴리시 라디오 어워드 : 예후다 프로코포비치 (폴란드)


Fryderyk Chopin Society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a Polonaise – Tianyou Li (China)


폴로네즈 최우수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프리데리크 쇼팽 협회 어워드 : 티앤여우 리 (중국)


Bella Davidovich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a Ballade – Adam Kałduński (Poland)


발라드 최우수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벨라 다비도비치 어워드 : 아담 카우둔스키 (폴란드)


6th Prize – William Yang (USA)


6위 윌리엄 양 (미국)


5th Prize (ex-aequo) – Piotr Alexewicz (Poland)


공동 5위 표트르 알렉세비치 (폴란드)


5th Prize (ex-aequo) – Vincent Ong (Malaysia)


공동 5위 빈센트 옹 (말레이시아)


4th Prize (ex-aequo) – Tianyao Lyu (China)


공동 4위 티앤야오 리우 (중국)


Warsaw Philharmonic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a Concerto – Tianyao Lyu (China)


최우수 협주곡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바르샤바 필하모닉 어워드 : 티앤야오 리우 (중국)


4th Prize (ex-aequo) – Shiori Kuwahara (Japan)


공동 4위 시오리 구와하라 (일본)


3rd Prize – Zitong Wang (China)


3위 및 동메달 : 지통 왕 (중국)


Krystian Zimerman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a Sonata – Zitong Wang (China)


최우수 소나타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어워드 : 지통 왕 (중국)


2nd Prize – Kevin Chen (Canada)


2위 및 은메달 : 케빈 첸 (캐나다)


1st Prize – Eric Lu (USA)


1위 및 금메달 : 에릭 루 (미국)


다음 날 새벽 2시 20분이 지나서야 파이널리스트 11명이 등장했다. 2시 40분이 가까워졌을 때 에릭 루가 우승자로 발표되었다. 한국에선 아침이라 내 동생도 보면서 저 마른 남자애냐고 물어봤다. 1등인데도 왜 표정이 별로 안 밝냐면서 어안이 벙벙한가 보다고 했다. (며칠 후에 알고 보니 애써 덤덤한 척했고 자신의 감정을 누른 거였다.) 2시 40분에 우승자가 심사위원들과 악수했다. 한국에선 아침이라 가족들에게 조성진이 우승할 때 4위 입상자였다고 말해줬다. 당시 3, 4, 5위 입상자들이 당 타이 손의 제자였고 이번에도 베트남인이 쇼팽 콩쿠르 우승자를 또 냈다고 말해줬다. 에릭 루는 2018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김선욱은 2006년 우승자였다. 캐나다인에게도 Time to Say Goodbye! 완전한 작별을 고했다. 유튜브에는 심사위원들이 싸웠나보다고 한다. 호텔로 돌아가니 새벽 2시 50분에 가까워졌다. 아침에 오페라 극장 가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



역시 난 음악판 펠레가 맞다. 역시 내 후기는 틀려야 제맛! 오히려 우승자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 말레이시아가 우승하면 다른 입상자들도 오페라 극장에서 가와이로 쳐야 하는데 그런 쇼팽을 보는 게 그렇게 싫었다. 그러면 난 오페라 극장을 안 갔을 것이다. 그러나 에릭 루가 파치올리로 우승하면서 변덕을 부리게 되었다. 결선에 오르지 못한 엉뚱한 애들이 특별상을 가져갔는데 일본은 이번에도 예상대로 우승은커녕 특별상 수상자조차 없다. 4년 전에 재수생이 우승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바르샤바로 날아왔는데 그게 4년 후에 되네?! 에릭 루가 우승했던 리즈 콩쿠르에서는 4위였던 영국 피아니스트 이언 홉슨이 3년 후 재도전해서 1983년 우승한 사례가 있다. 이언 홉슨은 1975년 마이애미 쇼팽 콩쿠르에서 공동 1위였고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에서는 2차 탈락. 보통 쇼팽 콩쿠르는 입상하면 또 나오지 않는다. 5년에 한 번이니 나 같아도 입상하면 또 안 나왔을 것. 순위권 안에 들면 멈추는데 에릭 루는 그동안 재수생에게 우승이 주어지지 않았던 쇼팽 콩쿠르의 불문율(?)을 깼다. 당 타이 손 이후 윤디 리까지 20년 거리고 이후 조성진까지 15년 걸렸다. 빈센트 옹은 스타성 때문에도 결국 우승하지 못했나? 여기에서 아시아 국적이 10년 만에 우승하기란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에릭 루도 스타성은 잘 모르겠다. 조성진, 브루스 샤오위 리우, 에릭 루까지 아시아계가 3연패!!!



에릭 루를 처음 본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5 쇼팽 콩쿠르 입상자 갈라 콘서트였다. 당시 오케스트라와 함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를 연주했다. 보통 3위까지만 협연이 주어지는데 메달권에 가까운 4위로서 협주곡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연주했다. 재수생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2025년 10월 20일 월요일

Snowman’s Autumn in Warsaw Again! Day 20 (19 October 2025)


아침 9시에 조식 먹으러 식당에 갔다. 자리는 바로 잡았으나 혼잡하다. 백화점 가려고 준비했더니 하필 일요일은 휴무. 전날 매장에서 베이지색 스웨트셔츠 XL 사이즈를 찾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백화점에는 아직 재고가 있다. 그래서 성 십자가 성당을 가기로 했다. 또 아침에 일찍 깨고 11시~13시 낮잠 자고 나서 이틀 전 안 되었던 우버 앱 문제를 해결했다. 떠날 때는 택시를 꼭 타야 하니까! 성당 주변이 공사장이라 가까이 접근하지 못했고 맥도널드도 4년 전에는 간신히 시켰는데 이번에는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실패! 4년 전에는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으나 이번에는 몸이 별로 허락하지 않는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계속 앉아서 잘 보는데 돌발 변수가 발생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4년 전에는 관광과 콩쿠르 직관의 균형을 나름대로 맞춘 편이다. 걸어서 30분 이내인 곳들을 찾아다녔다. 다시 외출하려다가 방문을 여는 카드를 두고 온 게 생각났다. 다행히 문을 반쯤만 열었던 상태라 닫기 전에 도로 들어가서 챙겼다.





호텔로 돌아오다가 자브카에서 김밥이랑 음료수를 샀다. 4시 45분부터 먹기 시작! 폴란드는 맛있는 게 별로 없어서 그런지 입맛이 떨어지려고 한다. 어차피 먹는 것 쪽으로 관광을 간 것도 아니니까. 더워서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하다. 이러다가 또 감기 걸리기 직전까지 가려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싶었는데 먹으면 기침해서... 스시 하루 김밥 먹고 5시에 창문을 닫았다. 바르샤바에서 지내는 동안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교에서 부전공으로 성악을 배웠는데 쇼팽 음대에서 수학하신 선생님이었다. [2010년에 나 보고 얼굴형이랑 이마가 예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넌 이쁘다고 하는데도 가만히 있냐고 혼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네, 감사합니다!”라고 하게 되었다. (난 그저 수수하게만 봐줘도 엄청 고마운 입장인데... 너무나도 과분한 칭찬이다.) 옛날에 클래식 동호회에서도 실제로는 단체모임에서 딱 한 번 뵈었지만 어떤 분이 울 찍찍이~ 눈사람님 미인이세요~ 이러면서 나를 예뻐해 주셨는데 난 그걸 알랑방귀로 받아들이고 툭하면 골초에다 베짱이라고 트집 잡고 째려보곤 했다. 나에 대한 이해심이 많다거나 마음이 바다처럼 넓다는 이유로(?) 악마오리 심통을 10년 넘게 당하셨다. 겉으로는 한 번도 기분 나쁜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속으로는 기분이 더럽다거나 서러웠을지도 모른다. (실컷 악마오리짓 해놓고선 그때그때 잘못했다고 빌긴 했다.) 세월이 흐르니 째려봤던 순간들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럴 시간에 영어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웠어야 했다.] 커피까지 마시고 쉰 다음에 5분 전 홀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베이지색 스웨트셔츠 사이즈를 물어보니 쉬는 시간에 와보라고 했다.




The Warsaw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 /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Andrzej Boreyko, conductor / 안제이 보레이코 지휘


18:00

58 Miyu Shindo (Japan) / 미유 신도 (일본)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5 에판 아카데미 공동 1위, 2016 솔트레이크시티 지나 박하우어 콩쿠르 3위, 2019 베이징 쇼팽 청소년 콩쿠르 시니어 부문 3위, 2020 도쿄 아시아 쇼팽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2021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 2022 제네바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 2023 비고 콩쿠르 1위, 바트 키싱엔 국제피아노올림피아드 3위. 또 대놓고 질색팔색! 무슨 무슨 쇼팽 콩쿠르 2개만 보여도 싫어하는데 이런 것 좀 그만해라 진짜!!! 이렇게 스스로 다그쳐도 내 안에 있는 작은 아이(?)가 자꾸 싫대!!!!! 히히히! 이번에도 검은 드레스인데 얼굴이 까만 사람은 차라리 하얀 드레스가 어울린다고 들었다. 환상 폴로네즈는 잘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두 페이지쯤 남았을 때 코다에서 소리가 엉킨 느낌. 잘 치고 있다가 이건 뭐지? 나 같으면 6위 밖으로 매기겠는데 음... 일본이 이번에도 돈 처발랐으니 4~6위 사이로 만들어주려나? 바이올린 수석이 결선 둘째 날에 바뀌었는데 2010년 결선에서 잉골프 분더가 협연할 때 잠깐 있었고 이후 2015년에도 있었다. 공연장 가면 몇 번씩 느끼는 거지만 실황으로 보면 나무로 된 무대 바닥의 울림이 피아노 저음부에서 느껴진다. 2021년 직관 이후 코로나19의 여파도 있었고 배가 너무 불러서 공연장을 한 번도 안 갔더니 감각이 많이 떨어진다. 준결선에서 화려한 대 폴로네즈를 날개 접힌 새마냥 쳐서 이번에도 협주곡 1번 3악장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내 이럴 줄 알았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훨훨 날아야지 왜 자꾸 안으로 접으려 드는 건지? 3악장에서는 미스터치보다 더 문제인 게 오른손이 흥분한 나머지 성급하게 처리하는 모습도 보인다. 자칫하면 얼렁뚱땅이 되기 직전까지 갔다. 독주는 어떻게 만회할 수 있는데 협연이다 보니 때로는 맞추지 못하면 그럴 수밖에. 이제 세월이 흘러 세대도 바뀌었고 4년 전 처음 알게 된 미유 신도는 일본인 피아니스트 중에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소리를 발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주 못한 건 아니지만 상대적인 거니깐 점점 밀릴 듯. 일본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맛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것 없고 잘하던데... 좋은 악기라 그런가? 재수생일 때 서울대 서양음악연구소에서 바이올린도 어느 정도 하시는 서울대 강사 선생님한테 배웠는데, 피아노는 입시에서 똑같은 악기로 시험을 보니깐 불만이 없는 반면에 바이올린은 악기가 좋아야 유리하니 서로 좋은 악기를 가지려 드는 것이라고 들었다. 몇 달 전 제네바 콩쿠르 입상자들을 공부하면서 일본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을 찾아서 들어봤다. 아는 레퍼토리면 복습하고 모르는 레퍼토리면 알아 나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쭉 들어봤다. 일본이란 걸 아예 배제하고 들었는데 어찌 된 게 와닿는 연주가 하나도 없었다.


19:00

66 Zitong Wang (China) / 지통 왕 (중국) Shigeru Kawa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0 뉴욕시티 로잘린 투렉 바흐 콩쿠르 1위, 2014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 장려상, 2020 프린스턴 콩쿠르 1위, 2021 리즈 콩쿠르 1차, 2021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 1차, 2022 페롤 콩쿠르 1위, 2023 볼차노 부조니 콩쿠르 6위. 어차피 기대는 안 한다. 늦어도 3차에선 떨어질 거라고 봤는데 당 타이 손의 제자라는 백으로 올라왔나? 연주가 4년 전에 비해 일취월장한 건 맞다. 환상 폴로네즈는 첫 페이지에서 악보를 까먹었는지 뭔가 헤매는 느낌. 이후 그냥 그렇게 흘러갔고 분명히 폴로네즈만 보면 꼴찌. 막바지 코다에서 까먹은 점수 만회하려 애쓰는 모습. 협주곡 1번 2악장에서는 관악기가 갈라진다. 3악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내가 볼 땐 협주곡도 꼴찌다. 그런데 박수는 일찍 터지네? 난 좀 늦게 쳤는데... 브라보라고 외치는 건 이번에는 중국인?


20:00 Intermission


쉬는 시간에 매장으로 가서 혹시 찾는 사이즈가 있는지 물어보니 M과 L 사이즈만 있다고 했다. 이번에는 까먹지 않고 XXL 사이즈도 물어봤다. 이러면 걸어서 17분 걸리는 다른 매장으로 가봐야 한다. 난 음표 그림이 있는 옷이 갖고 싶다고! 3만 원대 회색 카디건도 갖고 싶은데 우버 택시 불러서 멀리 15분 걸려서 다른 매장으로 한 번 가볼까? 울 소재라 세탁이 불편한 관계로 그건 접었다. 홀 안으로 들어와서 쉬는데 관악기 단원들이 협주곡 2번 3악장을 연습하는 소리가 들린다.


Chopin Talk


20:20

76 William Yang (USA) / 윌리엄 양 (미국)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Op. 21

I. Maestoso

II. Larghetto

III. Allegro vivace


2015 클리블랜드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 및 바흐 특별상, 2018 오벌린 쿠퍼 콩쿠르 6위, 2025 마이애미 쇼팽 국내 콩쿠르 1위, 마주르카 특별상 및 소나타 특별상. 줄리아드 음대에서 로버트 맥도널드의 제자. 환상 폴로네즈는 처음에 좋았는데 점점 심심해진 느낌. 이미 3위 안에는 못 들 것 같고 엄청 잘해야 4위? 협주곡 2번 2악장은 리듬이 독특한데 오케스트라랑 밀고 당긴다. 협주곡도 좀 심심하다. 3악장에서 관악기가 갈라지는데 반주가 매번 그렇다. 피아노 파트가 끝나고 바로 박수받을 만한 연주는 아니었다고 본다. 준결선까지 나름 입상권으로 잘하다가 결선 가서 미끄러지는 참가자들이 한 명씩 꼭 있는 것 같은데 윌리엄 양도 그렇게 될 것인가? 난 이날 입상 후보 한 명만 바라본 건데... 2005년 손열음, 2010년 미로슬라프 쿨티셰프(Miroslav Kultyshev)가 그랬다.


21:20

01 Piotr Alexewicz (Poland) / 표트르 알렉세비치 (폴란드) Shigeru Kawa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Op. 21

I. Maestoso

II. Larghetto

III. Allegro vivace


2018 하마마쓰 콩쿠르 1차, 2020 바르샤바 쇼팽 국내 콩쿠르 1위, 2025 사우스캐롤라이나 힐턴 헤드 콩쿠르 2위. 딱 맘에 안 드는 경력! 파란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환상 폴로네즈에서는 카덴차를 오른손으로만 치는 게 아니라 양손을 번갈아 가며 친다. 일단 한 명은 제쳤으니 결선에서 꼴찌는 면할 듯. 나도 모르게 오케스트라 반주에서 영혼을 느꼈다. 10년 전 시몬 네링이 결선에서 연주할 때 폴란드 참가자가 나오니까 오케스트라가 온 영혼을 다해서 반주했다는 후기를 봤는데 그게 이런 건지? 협주곡 2번 3악장에서는 막판에 삽질하는데 잘못하다간 오케스트라랑 못 맞출 수도 있으니 얼른 끝음을 가까스로 맞추는 모습이 나왔다. 그럼 그렇지! 하마마쓰 콩쿠르 1차 탈락이면 크게 볼 게 없다. 어차피 홈 어드밴티지로 폴리시 한 명 올려준 거니깐 여기까지만! 연주가 끝나고 캐나다인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나한테 파파고 앱으로 번역 돌린 한글을 보여줬다. 일요일에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단체모임을 REINA 레스토랑에서 갖기로 했는데 휴일이라 문을 닫아서 취소되었단다. 난 애초에 거절했지만 없던 일이 되었다. 쇼팽 콩쿠르 결선이 열리고 있고 뭔지 알면서 보는 건데도 내가 뭘 보는 거지? 매번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매번 믿기지 않고 실감 나지도 않고 아직도 내 앞에서 펼쳐지는 게 뭔지 알면서도 꿈꾸는 것 같다. 다만 2차와 3차는 몸이 안 따라주니 계속 보는 게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현실이었다.



지통 왕과 표트르 알렉세비치의 연주를 보고 최종 순위에 대한 윤곽이 대강 잡혔다. 일단 지통 왕은 2021년 쇼팽 콩쿠르 1차에서 탈락한 이력이 있으므로 결선까지 올라갔으면 전체 꼴찌다. 입상할 여지가 있으려면 어떻게든 2차는 갔어야 한다. 2005년 1차 탈락인 엘렌 티스망(Hélène Tysman)은 2010년 결선에서 10등으로 꼴찌, 2010년 1차 탈락인 알리오샤 유리니치(Aljoša Jurinić)도 2015년 결선에서 10등으로 최종 꼴찌였다. 2010년 폴리시 파이널리스트 파베우 바카레치(Paweł Wakarecy)는 9등, 2015년 시몬 네링(Szymon Nehring)도 최종 9등이었다. 따라서 표트르 알렉세비치는 9등이나 10등으로 전체 꼴찌는 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계속 살까 말까 고민했던 시몬 네링의 작년 쇼팽 협회 음반은 결국 사지 않게 되었다. 4년 전에는 두 장 사서 공부도 해주고 립해서 다른 분들한테 선물도 해주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건너뛰었다. 5년 후 가게 되었을 때 보인다면 사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 새벽에 동생한테 내 옆에 결선부터 앉아 있는 중국계 여성이 기침하고 물 마시면서 본인은 아무리 물병을 조용히 닫는다고 해도 다 들린다고 하소연했다. 마지막 폴란드 참가자의 차례가 되어서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Snowman’s Autumn in Warsaw Again! Day 19 (18 October 2025)


아침 10시 10분에 식당에 가니 한가하다. 조식 메뉴에 치즈 피에로기와 닭고기가 나왔다. 사진을 먼저 찍는다는 게 요플레랑 시리얼을 먼저 먹었다. 기존에 먹던 우유가 바닥나서 도자기 주전자에 있는 우유를 따라야 했다. 오전에 백화점을 가려다가 취소했다. 비도 오고 졸려서 일단 돌아왔다. 오후 1시 16분에 청소부가 와서 쓰레기를 치우고 침대를 정리했다. 이후 1시 30분부터 낮잠 자다가 3시 30분에 깼다. 새벽 3시에 자서 그런 듯.




비는 여전히 오고 있었고 4시 50분쯤 공연장으로 갔다. 우산 쓴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일단 편의점으로 가서 커피와 프린스 폴로를 샀다. 5시가 넘어서 공연장 문을 열어줬다. 의자에 앉아서 커피, 초코빵, 프린스 폴로를 먹었다. 그러고 나서 공연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을 갔다. 매장에 가니 품절이었던 물품들이 보였다. 그래서 현금을 내고 에코백을 더 샀다. 계산하고 나니 5시 30분이 넘었다. 사람들이 빈센트 옹 좋았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연장 들어가서 소식지를 보는데 전날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라운드 끝나고 쉬고 2라운드 끝나고 쉬다가 3라운드 끝나고 일정이 없는 것으로 단단히 착각했다. 3차 때만 해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때가 되니 까먹었다. 그날이 되면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 가서 햄버거 먹을 생각도 했으니까. 인터넷도 별로 안 들여다봤다. 그냥 합창단 공연이었으면 딱히 아쉬울 게 없었는데 바딤 홀로덴코의 시대 피아노 연주라서 좀 아쉽긴 하다. 물론 작년 공연을 유튜브로 볼 수 있다. 만약 유튜브 중계라면 나한테 알림이 떠서 허겁지겁 갔을 것이다. 그러나 라디오로만 중계했다는 것을 나중에 페이스북으로 알게 되었다. 추억을 하나 만들지 못했네... 가족들도 돈 들여서 여행 갔는데 무료 공연이라도 모차르트 레퀴엠 놓친 걸 아쉬워한다. 4년 전에 간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The Warsaw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 /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Andrzej Boreyko, conductor / 안제이 보레이코 지휘


18:00

34 Tianyou Li (China) / 티앤여우 리 (중국)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9 베이징 쇼팽 청소년 콩쿠르 주니어 부문 3위, 2025 싱가포르 콩쿠르 1위 및 바흐 특별상. 처음 나온 것 치곤 환상 폴로네즈를 잘 쳤다. 독주가 끝나고 오케스트라 튜닝. 2010년 준결선 필수 과제가 환상 폴로네즈였다. 2악장에서 관악기가 갈라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연주자가 부드럽게 넘어갔다. 옆에 앉은 미국인은 관악기 갈라진 것을 지적하면서 바이올린 파트도 문제가 있다고 내게 말했다. 난 바이올린 쪽은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오케스트라 반주가 첫 참가자를 잘 맞춰주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관악기 얘기가 나온 김에 2017 클라이번 콩쿠르의 한국인 참가자 김다솔 얘기를 해줬다. 준결선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연주하는데 도중에 관악기 소리가 갈라지면서 그 상황을 매끄럽게 넘기지 못하고 당황한 나머지 예민해져서 결선 진출 실패... 내가 도대체 콘서트를 보는 건지 콩쿠르를 보는 건지 아리송하다. 내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이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 내 건강이 무엇보다도 우선인 한때라 특히 2라운드에서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기도 했다. 다행히 감기에 안 걸리고 건강 관리는 나름대로 했는데 체력 관리가 안 된 대회였다. 4년 전에는 감기로 고생 좀 했고... 중국계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4년 전보단 재미가 덜하다. 아마 중국계 관객들에게는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흐르니 바이올린 수석이 바뀌었다.


19:00

39 Eric Lu (USA) / 에릭 루 (미국) Faziol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Op. 21

I. Maestoso

II. Larghetto

III. Allegro vivace


2010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 1위, 2011 에판 아카데미 공동 1위, 2014 포산 쇼팽 청소년 콩쿠르 주니어 부문 공동 1위, 2015 마이애미 쇼팽 국내 콩쿠르 1위, 2015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 4위, 2017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저먼국제피아노어워드 1위, 2017 텔아비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콩쿠르 세미파이널리스트, 2018 리즈 콩쿠르 1위. 환상 폴로네즈 첫 마디에서 전율을 느꼈다. 파치올리 피아노로 쳐서 그런지 폴로네즈가 좀 거칠다. 협주곡 2번 1악장을 시작할 때 오케스트라가 어수선하다. 4년 전에는 2악장 중간에 바이올린 활로 스치는 소리가 잘 들렸는데 이번엔 그게 느껴지지 않는다. 2015 쇼팽 콩쿠르 야마하(결선은 스타인웨이), 2017 루빈스타인 콩쿠르 스타인웨이에 이어 2025 쇼팽 콩쿠르는 파치올리. 입상권은 확보한 연주. 


20:00 Intermission


에릭 루가 퇴장하기 전에 얼른 나와서 화장실로 향했다. 이번에는 10명 안에 들었다. 나왔더니 줄이 길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에릭 루가 인터뷰 준비. 홀 안으로 들어오니 파치올리 피아노 조율 중. 옆에 앉은 중국계 여성이 감기가 심하게 걸렸는지 공연 도중에 물 마시고 물병 닫는 소리가 들린다. 커피를 마셨는데도 졸리려고 한다.




Chopin Talk


20:20

41 Tianyao Lyu (China) / 티앤야오 리우 (중국) Faziol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24 샤파르냐 청소년 쇼팽 콩쿠르 그랑프리, 2024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 1위. 포즈난 음악원에서 카타지나 포포바-지드론의 제자. 이전과 그대로인 의상. 역시나 여성스럽고 섬세한 연주. 소리가 큰 부분이 나오면 사람들의 기침이 심해진다. 협주곡 1번 3악장에서는 반음계 진행으로 올라가는 부분에서 뾰로롱 소리도 낸다. 매 라운드 내내 파치올리 피아노의 장점을 챙긴 연주. 4~6위권은 될 것 같다.


21:20

50 Vincent Ong (Malaysia) / 빈센트 옹 (말레이시아) Shigeru Kawai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20 싱가포르 콩쿠르 6위, 2024 츠비카우 슈만 콩쿠르 1위.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엘다르 네볼신의 제자. 9시 40분 시작. 폴로네즈 시작 부분에서 당김음 리듬을 악보보다 더 당긴 독창적인 해석. 역시나 이번에도 자연스러운데 환상 폴로네즈 특별상 당첨? 에릭 루까지 오케스트라의 합이 뭔가 맞지 않았는데 빈센트 옹의 차례가 되니 무르익었다. 다만 1악장과 3악장의 관악기가 갈라진 게 아쉽다. 당 타이 손도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릴 것 같다. 중국계 캐나다인에게 젊은 당 타이 손과 이미지가 닮았다고 얘기하니깐 말레이시아의 당 타이 손이라고 한다. 조성진, 브루스 샤오위 리우, 빈센트 옹의 공통점은 예선에서 야마하 피아노를 사용했다는 것이고 각각 본선에서 친 피아노는 다르다. 2005년 스타인웨이, 2010년 야마하, 2015년 스타인웨이, 2021년 파치올리 피아노가 우승했는데 이번에 빈센트 옹이 우승한다면 가와이 피아노가 우승해보라는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



호텔로 돌아갈 때는 비가 그친 상태였다. 노트북으로 쇼팽 협회 페이스북을 보니 결선 첫날 아침 7시에 이미 40명이나 줄 섰다고 나왔다. 전날 밤부터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고. 전날 성 십자가 성당 모차르트 레퀴엠 공연을 놓친 여파 때문인지 오페라 극장에서 줄 서서 갈라 콘서트 티켓팅을 시도하려던 마음이 변했다. 그날 짐이나 싸자! 파이널리스트 명단이 나오고 나서 누구누구가 입상할지 윤곽이 대강 잡혔는데 어차피 이번 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미련이 크게 없다. 그저 오페라 극장에서 열리는 피아노 공연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마음뿐이었다. 5년 후에 갈 수도 있으니까 그걸 대비하기 위해 연습해보려는 의도도 있었으나 다음 대회에도 오프닝 콘서트랑 콩쿠르 풀패스만 딱 티켓팅하기로 했다. 갈라 콘서트를 정말 원한다면 그건 본선 참가자 명단을 보고 나서 정하기로 했다. 5년 후에 간다면 늘 그랬지만 정말로 유럽의 우승을 바라보고 가는 거다. 유럽이 또 우승하지 못한다면 남아메리카가 될 수도 있는데 어쩌면 아르헨티나의 축구 라이벌인 브라질? 유럽이 우승한다면 특별상 받은 나라들 위주로 생각하고 있는데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내 궁극적인 꿈은 결선에서 프랑스 참가자를 보는 것이다.

Google Drive / 2025. 09. Paganini Violin Competition Winner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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