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30분에 깼는데 더 자고 8시 30분에 기상! 후기를 정리하다가 조식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 10시 30분이 지나자 직원들이 슬슬 음식을 치웠다. 주변 사람들이 다 없어져서 내가 꼴찌로 먹었나 다른 방을 봤더니 아직도 먹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방으로 돌아와서 전날 후기를 마무리하고 12시부터 외출 준비. 12시 40분에 내가 가고자 했던 Medicine 매장이 있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길거리에서 빈센트 옹이랑 닮은 사람을 봤다. 무대에선 160cm 걸치나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어떤 아시아계 남자랑 1~2m 떨어져서 걷고 있었다. 백화점에 도착한 건 17분 소요되었고 오후 1시 10분이 지나서였다. 알고 보니 문화과학궁전 맞은편이었다. 그때 사람들이 백화점 앞에 많이 몰렸다. 필하모니에서 품절인 옷의 재고 여부를 확인하고 왔는데 백화점으로 오니 뜻밖에 20% 할인이라 필하모니보다 더 저렴하게 191.92즈워티에 살 수 있었다.
1층으로 올라가면서 메디치네 매장 옆에 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매장도 보였다. 느낌상 바이올린 악기점이 아닌 옷가게일 것 같았는데 역시나! 들어가서 구경해봤는데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지나가다 1층 매장이 있어서 몇 가지 구경하다가 나왔다. 크리스마스 선물, 양말 등등이 보였다.
백화점을 지나 문화과학궁전 앞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기로 했다. 포장마차를 지나가니 <헬로 케밥>에서 Hello~ 하면서 나한테 신호를 보냈다. 몇 미터 떨어진 데에서 파는 핫도그나 햄버거를 먹으려다가 4년 전에 케밥을 한 번도 안 먹은 기억도 있고 해서 비프랑 치킨을 반반 섞은 케밥을 28즈워티에 사먹었다. 카드로 내도 되는데 길거리 음식 분위기를 내볼 겸 현금으로 냈다. 어차피 가기 전에 다 써야 하니까. 뭘 많이 시켜 먹는지 물어보고 소스는 갈릭과 스파이시 중에서 갈릭 선택. 그냥 먹었다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제로 펩시를 달랬더니 그냥 펩시를 주는 바람에 바꿔 달라고 했다. 어차피 8즈워티로 가격은 같으니까. 남은 펩시를 들고 호텔로 향했다. 일부러 공연장 근처로 지나가 봤는데 정문을 열어서인지 한산하다.
오후 4시 20분에 오페라 극장이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찾아보니 1.5km 떨어져 있고 20분 걸린다고 나왔다. 그래서 그냥 오페라 극장을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러려면 아침을 빨리 6시 30분에 먹어야 한다. 우버 부를까 해서 우버 안 되는 것 고쳤는데 카드도 새로 등록했다. 저녁 6시에 내 옆에 또 기침 시작이라고 동생한테 하소연했다. 보온병에서 식혜 같은 냄새가 나는데 생강이랑 잣이 들어간 약물인 것 같았다.
18:00
06 Kevin Chen (Canada) / 케빈 첸 (캐나다)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9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피아노 패션 콩쿠르 공동 3위, 2020 스위스 모차르트 온라인 콩쿠르 주니어 부문 1위, 2020 사우스캐롤라이나 힐턴 헤드 콩쿠르 1위, 2021 부다페스트 리스트 콩쿠르 1위, 2022 제네바 콩쿠르 1위, 2023 텔아비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콩쿠르 1위. 2위에 입상한다면 1980년 당 타이 손이 우승할 때의 상황과 비슷한데 당시 제네바 콩쿠르 우승자였던 타티아나 셰바노바가 준우승. 마지막 날은 스타인웨이의 밤! 빈센트 옹과 에릭 루에 밀리는 느낌. 일단 환상 폴로네즈는 3순위. 협주곡도 내 취향이 아닌 건지... 난 별론데? 준결선까지 2위가 유력해 보였는데 결선만 놓고 보면 좋게 봐줘서 4위. 다닐 트리포노프가 루빈스타인 콩쿠르 우승하기 전에 쇼팽 콩쿠르에서 3위였다. 2악장 전주에서 관악기가 갈라진다. 3악장에선 힘 빠진 모습. 소리가 좀 작게 들린다.
19:00
24 David Khrikuli (Georgia) / 다비드 흐리쿨리 (조지아)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4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피아노 열정 콩쿠르 공동 1위, 2016 베이징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청소년 콩쿠르 3위, 2024 칸투 피아노 협주곡 콩쿠르 그랑프리, 2024 비고 콩쿠르 1위 및 청중상. 이번 대회에서 스타인웨이는 의외로 별로인 느낌이? 다른 피아노로 특색을 살린 연주에 더 끌리는 듯. 환상 폴로네즈는 뉘앙스가 뛰어나다. 케빈 첸이 다비드 흐리쿨리한테도 밀리네? 환상 폴로네즈는 Top 3 안에 드는 연주. 협주곡 2번을 들으면서 협주곡 특별상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당 타이 손 이후 협주곡 특별상은 유럽이 독식했다. 1985년 소련의 부닌, 2005년 폴란드의 라파우 블레하치, 2010년 오스트리아의 잉골프 분더, 2021년 스페인의 마르틴 가르시아 가르시아.
20:00 Intermission
쉬는 시간에 일본계 미국인이 없는 사이에 일본이 우승하지 못하는 이유를 슬그머니 캐나다인에게 말했다. 실력이 없으니까.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지 못하니까. 날개 접힌 새처럼 연주하니까. 내 옆은 알고 보니 홍콩 출신이었다. 그 사람한테도 공유했다. 캐나다인도 스폰서를 얘기한다. 폰으로 번역기 돌려서 보여주면서 일본인들한테는 비밀이라고 했다. 홍콩인이 나한테 말을 걸어서 자신이 기침한 것을 사과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내가 잘 못 들어서 폰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는데 본의 아니게 명령조의 영어가 되었다. 알고 보니 2차부터 콩쿠르를 봤고 세션별로 각각 다른 자리였으며 결선 때만 내 옆이었다. 홍콩인이 나한테 혹시 관심 있는 참가자 있냐고 해서 딱히 없다고 했다. 홍콩인이 나한테 조성진을 언급했는데 난 조성진의 팬은 아니지만, 그의 팬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데 속으로 뭉클해졌다. 지난 10년이 머릿속에 스쳤다. 2015년 대회에서 나한테 안티인 조성진 팬이 예선에서 시몬 네링 응원한 것을 트집 잡고 본인 블로그에서 시비 걸어서 내가 달래려고 조성진의 2014년 녹음을 하나 줬던 것, 조성진이 우승하고 나서 클래식 팬들과 조성진 팬들이 뒤섞여서 왜 나한테 꼬이는지 의아했던 것, 조성진 팬들에게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사실 나 조성진 팬 아니고 시몬 네링 응원했다고 말했더니 이미 알고 있었다고 답변한 것 등등.... 처음엔 내가 무안했지만, 결과적으로 나한테 안티인 그녀를 엄청 무안하게 만들었다. 본인이 조성진 일등 팬인 줄 알게 내버려 뒀어야 하는데 괜한 깨달음을 줬다. 누누이 설교하는 것이지만, 조성진에 대한 떡이 그렇게도 고프면 팬이 아닌 사람한테도 혹시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굽신굽신~ 이러면서 대놓고 달라고 그러는데 그런 부탁을 한 번이라도 못해보고 침묵하다가 대회가 끝나고 블로그 문을 닫았다. 나한테 말조차 못 걸었다. 알고 보니 본선 때는 본인도 시몬 네링을 엄청 응원했다고... 홍콩인이 결과 발표 볼 거냐고 물어봐서 잠시 호텔 다녀왔다가 복귀한다고 말했다.
20:20
28 Shiori Kuwahara (Japan) / 시오리 구와하라 (일본) Steinway & Sons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 Allegro maestoso
II. Romance. Larghetto
III. Rondo. Vivace
2016 바르셀로나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2위 및 최연소 파이널리스트 특별상, 2017 베르첼리 비오티 콩쿠르 공동 2위, 국제 기업인 및 전문직 여성 단체 회원 특별상, 2019 볼차노 부조니 콩쿠르 2위 및 부조니 작품 최우수 연주 특별상, 2021 텔아비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콩쿠르 2위, 청소년 심사위원상 및 청중 인기상, 2025 브뤼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기모노 느낌이 나는 꽃무늬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환상 폴로네즈는 좋게 봐줘서 5~6위권. 협주곡도 괜찮았는데 못하는 건 아니나 절대 3위 안에는 들 수 없는 연주. 여기까지 결선이 끝나니 어안이 벙벙했다. 옆에 있던 일본계 미국인에게 Time to Say Goodbye! 이렇게 마지막으로 인사했다. 홍콩인은 나한테 만나서 반가웠고 5년 후에 보자고 했다. 마지막 날까지 결선 내내 꿈같았고 뭘 보는지 알면서도 매번 믿기지 않았다.
Polish Radio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Mazurkas – Yehuda Prokopowicz (Poland)
마주르카 최우수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폴리시 라디오 어워드 : 예후다 프로코포비치 (폴란드)
Fryderyk Chopin Society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a Polonaise – Tianyou Li (China)
폴로네즈 최우수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프리데리크 쇼팽 협회 어워드 : 티앤여우 리 (중국)
Bella Davidovich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a Ballade – Adam Kałduński (Poland)
발라드 최우수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벨라 다비도비치 어워드 : 아담 카우둔스키 (폴란드)
6th Prize – William Yang (USA)
6위 윌리엄 양 (미국)
5th Prize (ex-aequo) – Piotr Alexewicz (Poland)
공동 5위 표트르 알렉세비치 (폴란드)
5th Prize (ex-aequo) – Vincent Ong (Malaysia)
공동 5위 빈센트 옹 (말레이시아)
4th Prize (ex-aequo) – Tianyao Lyu (China)
공동 4위 티앤야오 리우 (중국)
Warsaw Philharmonic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a Concerto – Tianyao Lyu (China)
최우수 협주곡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바르샤바 필하모닉 어워드 : 티앤야오 리우 (중국)
4th Prize (ex-aequo) – Shiori Kuwahara (Japan)
공동 4위 시오리 구와하라 (일본)
3rd Prize – Zitong Wang (China)
3위 및 동메달 : 지통 왕 (중국)
Krystian Zimerman Award for the best performance of a Sonata – Zitong Wang (China)
최우수 소나타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어워드 : 지통 왕 (중국)
2nd Prize – Kevin Chen (Canada)
2위 및 은메달 : 케빈 첸 (캐나다)
1st Prize – Eric Lu (USA)
1위 및 금메달 : 에릭 루 (미국)
다음 날 새벽 2시 20분이 지나서야 파이널리스트 11명이 등장했다. 2시 40분이 가까워졌을 때 에릭 루가 우승자로 발표되었다. 한국에선 아침이라 내 동생도 보면서 저 마른 남자애냐고 물어봤다. 1등인데도 왜 표정이 별로 안 밝냐면서 어안이 벙벙한가 보다고 했다. (며칠 후에 알고 보니 애써 덤덤한 척했고 자신의 감정을 누른 거였다.) 2시 40분에 우승자가 심사위원들과 악수했다. 한국에선 아침이라 가족들에게 조성진이 우승할 때 4위 입상자였다고 말해줬다. 당시 3, 4, 5위 입상자들이 당 타이 손의 제자였고 이번에도 베트남인이 쇼팽 콩쿠르 우승자를 또 냈다고 말해줬다. 에릭 루는 2018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김선욱은 2006년 우승자였다. 캐나다인에게도 Time to Say Goodbye! 완전한 작별을 고했다. 유튜브에는 심사위원들이 싸웠나보다고 한다. 호텔로 돌아가니 새벽 2시 50분에 가까워졌다. 아침에 오페라 극장 가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
역시 난 음악판 펠레가 맞다. 역시 내 후기는 틀려야 제맛! 오히려 우승자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 말레이시아가 우승하면 다른 입상자들도 오페라 극장에서 가와이로 쳐야 하는데 그런 쇼팽을 보는 게 그렇게 싫었다. 그러면 난 오페라 극장을 안 갔을 것이다. 그러나 에릭 루가 파치올리로 우승하면서 변덕을 부리게 되었다. 결선에 오르지 못한 엉뚱한 애들이 특별상을 가져갔는데 일본은 이번에도 예상대로 우승은커녕 특별상 수상자조차 없다. 4년 전에 재수생이 우승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바르샤바로 날아왔는데 그게 4년 후에 되네?! 에릭 루가 우승했던 리즈 콩쿠르에서는 4위였던 영국 피아니스트 이언 홉슨이 3년 후 재도전해서 1983년 우승한 사례가 있다. 이언 홉슨은 1975년 마이애미 쇼팽 콩쿠르에서 공동 1위였고 바르샤바 쇼팽 콩쿠르에서는 2차 탈락. 보통 쇼팽 콩쿠르는 입상하면 또 나오지 않는다. 5년에 한 번이니 나 같아도 입상하면 또 안 나왔을 것. 순위권 안에 들면 멈추는데 에릭 루는 그동안 재수생에게 우승이 주어지지 않았던 쇼팽 콩쿠르의 불문율(?)을 깼다. 당 타이 손 이후 윤디 리까지 20년 거리고 이후 조성진까지 15년 걸렸다. 빈센트 옹은 스타성 때문에도 결국 우승하지 못했나? 여기에서 아시아 국적이 10년 만에 우승하기란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에릭 루도 스타성은 잘 모르겠다. 조성진, 브루스 샤오위 리우, 에릭 루까지 아시아계가 3연패!!!
에릭 루를 처음 본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5 쇼팽 콩쿠르 입상자 갈라 콘서트였다. 당시 오케스트라와 함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를 연주했다. 보통 3위까지만 협연이 주어지는데 메달권에 가까운 4위로서 협주곡은 아니지만 그래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을 연주했다. 재수생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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