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6일 20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Seong-Jin Cho, piano / 조성진, 피아노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 서울시립교향악단
Lionel Bringuier, conductor (replaced Myung-Whun Chung) / 리오넬 브랑기에 지휘 (정명훈 대체)
조성진과 함께 하는 DG120 콘서트
현존 음반사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래식 레이블이자 세계적인 거장들의 카탈로그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이 올해로 120주년을 맞는다. 이를 위해 2018년 10월 7일 상하이를 시작으로, 베이징, 베를린, 함부르크, 하노버, 홍콩, 런던, 서울, 상하이, 타이베이, 도쿄에서 DG 12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가 펼쳐진다.
프랑스 출신 지휘자 리오넬 브랑기에는 파리 음악원에서 첼로와 지휘를 공부한 후 14살에 지휘자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2007년, 21살의 최연소 나이로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LA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선발되었다. 그는 또한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지휘한 최연소 지휘자 기록도 가지고 있다. LA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보여준 뛰어난 관계와 찬사에 힘입어 2011년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끄는 이 교향악단의 부지휘자로 재임명되었으며, 2011년에는 상주 지휘자가 되었다. 2012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겸 음악 감독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다. 취리히 ‘크리에이티브 체어 이니셔티브’의 첫 시즌 시작 후 작곡가 브렛 딘과 협업했다.
그가 지휘한 오케스트라로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런던 심포니, 뮌헨 필하모닉 등이 있으며 버나드 랜즈의 ‘잉글리시 호른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살로넨의 ‘순례자들’, 카이야 사리아호의 ‘하프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트랜스’을 포함한 여러 곡들의 초연을 지휘했다. 협연한 솔리스트들로는 피아니스트 유자 왕, 넬손 프레이레, 랑랑,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쉬빌리, 르노 카퓌송, 길 샤함, 레이 첸,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 등이 있다.
2017/2018 시즌에는 리옹 국립 오케스트라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하였으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몬트리올 심포니,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스웨덴 라디오 심포니, 예테보리 심포니, 카스티야 이 레온 신포니아, 말레이시아 필하모니 등을 지휘했다. 2017년 7월 시카고 심포니와 데뷔 무대를 가졌고, 2018년 3월 LA 필하모니를 다시 지휘했다.
2018/2019 시즌 그는 스웨덴 왕립 오페라에서 새로운 프로덕션 리골레토를 지휘하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에서 유자 왕과 협연한 후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유럽 투어에 오른다. 2019년 봄에는 미국으로 돌아가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애틀랜타 심포니 및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예정이다.
리오넬 브랑기에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2개의 라벨 모음곡집을 발매한 바 있다. 그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슈발리에 기사 훈장을 받았으며 모나코 레니에 3세 아카데미 골드 메달과 니스 시에서 수여하는 황금 메달을 수상했다.
Program
Mozart Piano Concerto No. 20 in d, K. 466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I. Allegro
II. Romance
III. Allegro assai
Mozart Fantasy in d, K. 397 (encore 1) / 모차르트 환상곡 K. 397
Happy Birthday + Beethoven Moonlight Sonata (encore 2) / 생일 축하 노래 +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
Intermission
Tchaikovsky Symphony No. 6 in b, Op. 74 "Pathétique"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I. Adagio - Allegro non troppo
II. Allegro con grazia
III. Allegro molto vivace
IV. Adagio lamentoso
Encore
Ravel Suite "Ma mère l'Oye": V. Le jardin féerique. Lent et grave / 라벨 <어미 거위> 모음곡 중 5번 <요정의 정원>
올해에 계속 조성진의 공연을 안 가고 있었다. 안 가게 된 계기는 작년의 베를린 필 협연. 정말 내 귀가 호강했음에도 다음에도 조성진의 공연을 또 가고 싶다가 아닌, 이제 별로 안 가도 괜찮다는 걸로 오히려 바뀌고 말았다. 그래도 DG120 콘서트 딱 하나 가려고 했는데 결국 티켓팅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앞서 다른 공연을 먼저 가게 되면서 이 공연은 두 번째가 되었다. 그래도 이 공연만큼은 나한테 간절했다. 통영에 다녀오고 나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정명훈 선생님이 건강 문제로 지휘를 취소하고 다른 지휘자로 대체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기획사를 욕하는 얘기들과 함께 예매 취소 러시가 이어졌다. 나한테는 기회가 온 것이라도 가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했다. 하지만 전전날까지 표가 풀리지 않았다. 바로 전날에 90표 가까이 풀렸지만 무통장 입금은 안 되고 신용카드나 폰으로 입금해야만 했다. 8만 원짜리가 딱 하나 보였는데 겨우 집었으나 폰으로 입금하면 얼마가 나가는지 가족이랑 얘기하다가 8천 원 더 나온다는 소리에 할 수 없이 예매 직전에 취소... 그러다가 그 표는 딴 사람이 집어가서 결국 신용카드로 12만 원 입금했다. 3층에서 8만 원에 볼 수 있었는데 내 자리가 아니었나보다. 2층에서 더 좋은 자리로 본다고 생각하려고 애썼다. 건반이 보이긴 하니까.
예당에는 6시 25분에 도착했다. 6시 30분부터 표를 발급받았는데 신분증을 조회했다. 프로그램북은 공짜인데 티켓을 보여주고 나서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음반 가게를 둘러보았다. 평소에 베스트 판매 음반 같은 건 자세히 안 봤는데 한 번 봤다. 그랬더니 내가 모르는 음반들이 몇 장 나왔다. 하지만 올해 유료회원 덕 좀 보겠다고 공연을 많이 가서 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찾아보기로 하고 폰으로 메모했다. 결국 다음날 구글링으로 갖고 싶은 음반 4장 중에서 3장 구했지롱!
막상 공연장에 들어가니 빈자리가 잘 안 보였다. 모차르트에서 연주할 때 단원들 의자가 몇 개 비어 있었다. 수업 시간에 배웠는데 모차르트 협주곡은 실내악단이 반주해도 된다고 했다. 전에 모차르트 협주곡에 대해서 조금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영어 번역을 한 것에 의하면 “19세기에 대단한 인기를 얻은, 악마처럼 으르렁거리는 이 곡은 대중을 오히려 짜증나게 했다”고 한다. 내가 모차르트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는지 조성진의 연주는 그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내가 1악장이랑 3악장에서 너무 어두운 소리를 원했나봐... 2악장에서는 주제 선율이 또 다시 나올 때에는 오른손 단선율에 화음까지 넣어서 연주했다. 지난달에 음반을 샀다지만 계속 안 듣다가 연주회에서 처음 들었다.
첫 번째 앙코르는 모차르트 환상곡인데 전날 뉴스룸에서 본 것으로 이번에도 음들을 살짝 추가해서 오른손에서 반음계로 하강. 그렇게 해서 괜찮게 들리게 하려면 곡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 악보를 뚫어지게 쳐다봐도 나올까말까라고 생각한다. 악보에 없는 꾸밈음 넣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하려면 마찬가지.
두 번째 앙코르는 무대에 등장하고 나서 바로 연주했는데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베토벤 본인은 이 곡을 단지 <환상곡 풍의 소나타>라고 불렀을 뿐, <월광>이란 이름은 비평가 렐슈타프가 이 작품의 제1악장이 “스위스의 루체른 호반에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 같다”고 비유한데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베토벤은 실제로 루체른 호수에 가본 적도 없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성진의 연주를 들으면서 루체른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느끼고 있었다. 그게 생일 축하 노래로 변할 걸 알면서도 잔잔한 루체른 호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니깐 계속 이어졌으면 했다. 생일 축하 노래라는 걸 알고 있어서 조용히 감상하고 싶었는데 생일 축하 멜로디가 나오니깐 사람들이 웃었다. 뭐 예상된 반응이긴 했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은 다른 교향곡들과 달리 4악장이 예외적으로 느린 곡. 그래서 3악장과 4악장이 뒤바뀐 느낌이었다. 3악장이 발랄하면서도 화려해서 꼭 피날레를 장식할 것만 같았다. 슬프고 어두운 4악장은 여운을 남기고 끝났다.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하니깐 사람들이 박수쳤다. 영어로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데(자기 소개할 겸 자랑도 하는 시간~) LA 필 얘기도 나오고 그랬다. 이렇게 연주자의 설명이 끝나고 마지막 앙코르가 시작되었다.
평소에 공연 중에는 주의해서 폰을 끄는데 프로그램이 끝나면 폰을 진동으로 해놓고 켠다. 그런데 이어폰이 꽂혀 있다고 소리가 밖으로 안 나갈 거라 생각하고 진동 상태가 아니었다. 앙코르가 10초만 늦게 시작했으면 좋았으련만... 공연 중에 문자가 온 것을 폰을 켜고 나서 10시에 인식한 것이었다. 그렇게 열시 정각을 알리는 알람처럼 울려버렸다. 모차르트 1악장에서는 기침 소리가 초반에 계속 났고 환상곡 연주할 때는 후반에 폰 소리가 났는데 나까지 그런 대열에 합류한 게 부끄럽고 본의 아니게 다른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생각에 신경 쓰였다. 그래서 마지막 앙코르는 집중이 안 되어서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듣다가 마지막 부분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날 아침에 꿈이 이상해서 낮에 조심조심하고 다녔는데 공연장에서 일이 터졌다. 벨소리가 나서 황급히 진동으로 했는데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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