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0일 금요일
Melodiya / Evgeny Kissin - Russian Piano School, Vol. 10
러시아 피아노 스쿨이 낳은 최고의 히트 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키신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그가 신동 피아니스트로 소련 인민들의 사랑을 받던 시절에 남겼던 귀한 연주를 담았다. 키신이 13세와 15세가 되던 해에 가졌던 두 실황을 엮은 것. 애초에 음반을 목적으로 기록된 음원이 아닌 관계로 1980년대 중반 녹음임에도 모노라는 황당한 오디오 포맷이나, 키신이 만들어내는 또랑또랑한 터치를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음향 해상도다. 음반 말미에 수록된 키신의 자작곡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신동 피아니스트의 키신의 어린 시절 녹음! 2세에 피아노 연주 시작, 12세 쇼팽 협주곡 연주, 16세 카라얀과의 협연 등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그는 콩쿠르와 명 스승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만으로 당당하게 정상에 오른 경력의 소유자이다. 어린 시절 13세와 15세 때의 연주 실황 녹음. 소년 시절 풋풋하면서도 번득이는 재기의 연주를 만날 수 있다. 거침없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연습곡과 풍부한 감성의 스크리아빈 전주곡에서 감탄을 금할 수 없으며 바흐를 연상시키는 자작곡의 인벤션은 그가 천재 음악가임을 새삼 확인시킨다.
신세대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선두주자인 에프게니 키신은 콩쿠르 경력이 전혀 없이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대열에 합류한 아주 드문 경우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비상한 재능을 나타냈기 때문에 콩쿠르란 의례적인 검증을 새롭게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 뛰어난 천재 중의 하나로 간주된 것이다. 아마도 메뉴인이나 장영주(사라 장)의 경우와 유사한 케이스라고 하겠다. 그러나 그의 피아니즘은 그네신 음악학교에서 받은 교육과 또 풍토에 의해서 어떻게든 러시아 피아노 음악의 전통과 결부되고 있다. 키신은 1971년 10월 10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그의 비범한 재질에 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만 18개월경에 이미 그의 어머니나 누나가 연주하는 바흐의 푸가 테마를 흉내 내기 시작했고, 세 살 때부터는 즉흥 연주와 작곡을 시작했다. 그는 두 살 때 어린이 음악학교의 피아노 교사였던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최초의 피아노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6살 때는 모스크바의 유명한 그네신 음악학교에 입학하여 안나 파블로프나 칸토르 밑에서 배웠다. 그리고 바로 그 해에 최초로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11살이 되던 1982년에는 최초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었다. 또 13살이 되던 1984년에는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의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여 큰 주목을 끌었는데, 멜로디야에서 제작한 이 녹음은 그의 기량과 명성을 전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 성공을 계기로 키신은 1985년 동유럽을 연주 여행했고, 그 이듬해인 1986년에는 일본을 방문 연주하여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또 그 해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초대되어 개막연주회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이 리사이틀 실황은 녹음되어 소련 내에서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키신의 서유럽 데뷔는 1987년의 베를린 페스티발에서 이루어졌고, 그 이후로 그는 유럽, 북아메리카, 일본 등지에서 세계의 주도급 오케스트라 및 그 지휘자들과 공연했다. 또 1990년에는 카네기홀의 개막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하여 리사이틀을 가졌으며, 1992년에는 그래미상 시상식에 참가하여 전 세계의 10억 TV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했다.
라흐마니노프는 흔히 세 가지 촛불에 불을 밝혔던 음악가로 묘사되고 있다. 그것은 그가 러시아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와 피아니스트, 또 그 지휘자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바흐와 쇼팽의 음악 정신을 계승한 전주곡의 작곡을 완료한 후 라흐마니노프는 이번에는 리스트의 연습곡에서 그 영향을 받은 연습곡 작곡에 강렬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근본적으로 독창적인 독특한 그의 곡에 “그림 연습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첫 번째 연습곡집인 Op. 33의 8곡을 1911년에, 그리고 계속되는 Op. 39의 9곡을 그가 러시아로부터 망명하던 1917년에 작곡했다. 그러나 이 기간 내에 그는 두 동료 작곡가와 그의 부친을 잃은 후유증으로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여 있었는데, 마침내 그 자신의 종말에 대한 생각마저 그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운명의 불확실함은 그를 더욱 괴롭혔고, 그래서인지 Op. 39의 첫 번째 연습곡은 바다의 신비로부터, 아니 더욱 독특하게도, 당시 중류 계급의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유명한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의 그림 “죽음의 섬”에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문제의 그 그림은 “파도속의 유희”라는 제목이 붙어있는데, 작곡가의 정신적인 상태는 작품 전체에 스며있는, 운명을 적재한 중세의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의 시퀀스의 동기 사용을 통해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 “죽음의 섬”은 나중에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파가니니 광시곡, 또 교향적 무곡에도 인용된다. 이 동요가 심한 음화(音畫)에 이어서 비가의 분위기를 지닌 제2곡이 나타나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데, 거의 죽은 듯한 렌토의 이 곡은 디에스 이레로 짜인 극히 절제된 선율로 이루어져 있다.
제4곡은 동요가 심한 토카타인데, 이 곡의 주된 모티브는 매우 음악적인 착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레퀴엠의 시퀀스는 이 곡에서도 예시되고 있지만 이 연습곡집의 중간곡인 내림E단조의 제5곡에 더욱 현저하게 나타난다. 제5번의 풍부한 구성과 비극적인 장면들은 그 무렵에 타계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원 동창생이었던 스크리아빈의 D#단조의 연습곡(Op. 8-12)을 회상하고 있다. 결국 이 두 곡은 같은 조의 전조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라흐마니노프는 앙코르에서 자주 그의 친구의 작품을 현란하고 장중하게 연주하곤 했다.
작곡가 자신이 기계적인 재생을 위해서 1922년 페이퍼 롤에 제6번 A단조를 녹음했을 때, 그는 이 곡이 동화 “작고 붉은 승마용 두건과 늑대”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암시했다. 그 모든 암시를 위해 절박한 위험에 대한 감각과 그것이 유발하는 인간의 고뇌에 대한 표현이 주어졌던 것이다.
9개의 “그림 연습곡” 중의 마지막 곡은 1916년 소설가 마리에타 샤기냔이 음악화하기를 권했던 안데르센의 동화 “천국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동방풍의 행진곡이다. 이것은 “모든 종이 울릴 때까지 내가 도자기로 된 탑 주위를 돌면서 춤추었던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동풍”이라는 한 에피소드와 관련되어 있다. 누구든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특히 그의 피아노곡과 친숙해진 사람은 여기에 이국취향으로 꾸며진 그의 교회 종소리에 대한 정열을 느낄 것이다.
라흐마니노프의 24개의 전주곡은 바흐나 또 쇼팽과 스크리아빈의 그것처럼 반음계적 상승이나 5도씩 도약하여 순환하는 배열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장음계와 단음계의 단순한 교차를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또 통상의 경우처럼 하나 또는 두 개의 작품 번호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Op. 3(1892)과 Op. 23(10곡, 1903), Op. 32(13곡, 1910)에 분산되어 있다. Op. 23의 제10번은 최초에 사용된 으뜸음으로 끝맺게 되는데, 널리 알려진 서정적인 분위기와 감미로운 음색에 반해 명 첼리스트 아나톨리 브란두코프가 첼로를 위한 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그와는 정반대로 Op. 32의 제8번은 보다 거칠고 음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단조와 장조 사이를 기묘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피아노를 위한 노래로 가장 성공적인 것은 리스트의 야상곡 “사랑의 꿈”과 페트라르카 소네트이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의 “라일락”이라는 곡을 몹시 좋아했다. 이것은 자연의 혼과 행복에 대한 누를 길 없는 욕망을 결합했던 에카테리나 베케토바의 시를 음악화한 것으로 현란한 장식과 카덴차는 앙코르곡으로써 이 작품의 성공을 보장해주었다.
라흐마니노프보다 1년 먼저 태어난 스크리아빈은 피아노 독주곡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최초의 러시아인이었다. 그의 전주곡은, 라흐마니노프가 시간이 날 때마다 그때그때 작곡했던 것과는 달리 그의 창조적인 생애 전체를 통해 꾸준히 창작된 극히 의미심장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로코피에프는 그의 20곡으로 된 피아노 소곡집 “덧없는 환영”의 첫머리에 “모든 덧없는 영상으로부터 나는 무지개의 다채로운 조화로 가득 찬 세계를 본다.”라고 써놓았다. 이 작품은 상징주의 시인 콘스탄틴 발몬트의 시로부터 영감을 얻어 음악화된 것이었다. 이 곡의 덧없는 환영이나 인상들은 위대한 하모니와 다양한 텍스트의 정교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친 낭만주의와 명확함에 대한 사려 깊은 감각, 또 때로는 소란한 리듬의 준동 사이를 오르내리며 젊은 작곡가의 전통타파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준다.
Track
01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1 in c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1
02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2 in a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2
03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4 in b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4
04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5 in e flat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5
05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6 in a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6 <빨간 망토와 늑대>
06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9 in D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9 <동양풍 행진곡>
07 Rachmaninov Prelude in Gb, Op. 23 No. 10 /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작품 23-10
08 Rachmaninov Prelude in a, Op. 32 No. 8 /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작품 32-8
09 Rachmaninov Lilacs, Op. 21 No. 5 (author's transcription) / 라흐마니노프 가곡 <라일락> 편곡
10 Scriabin Preludes, Op. 27 No. 1 in g (Patetico) / 스크리아빈 프렐류드 작품 27-1
11 Scriabin Preludes, Op. 27 No. 2 in B (Andante) / 스크리아빈 프렐류드 작품 27-2
12 Scriabin Pieces, Op. 51 No. 1 Fragilite / 스크리아빈 4개의 소품 중 <연약함> 작품 15-1
13 Scriabin Pieces, Op. 51 No. 2 Prelude / 스크리아빈 4개의 소품 중 <프렐류드> 작품 51-2
14 Scriabin Pieces, Op. 51 No. 3 Poeme alie / 스크리아빈 4개의 소품 중 <가벼운 시> 작품 51-3
15 Scriabin Pieces, Op. 51 No. 4 Danse languide / 스크리아빈 4개의 소품 중 <나른한 춤> 작품 51-4
16 Scriabin Preludes, Op. 37 No. 1 in b flat / 스크리아빈 프렐류드 작품 37-1
17 Scriabin Preludes, Op. 37 No. 2 in F# / 스크리아빈 프렐류드 작품 37-2
18 Scriabin Preludes, Op. 37 No. 3 in B / 스크리아빈 프렐류드 작품 37-3
19 Scriabin Preludes, Op. 37 No. 4 in g / 스크리아빈 프렐류드 작품 37-4
20 Scriabin Etude in c#, Op. 42 No. 5 / 스크리아빈 에튀드 작품 42-5
21 Prokoviev Visions fugitives, Op. 22 No. 16 Dolente / 프로코피에프 <덧없는 환영> 16, 11, 17, 10번
22 Prokoviev Visions fugitives, Op. 22 No. 11 Con vivacita
23 Prokoviev Visions fugitives, Op. 22 No. 17 Poetico
24 Prokoviev Visions fugitives, Op. 22 No. 10 Ridicolosamente
25 Prokoviev Dance in f#, Op. 32 No. 1 / 프로코피에프 <춤> 작품 32-1
26 Kissin 2 Inventions / 키신 2개의 인벤션
Evgeny Igorevitch Kissin (born 1971) / 에프게니 이고레비치 키신
Evgeny Kissin, born in Moscow on 10 October 1971, is the youngest star included in our galaxy of Russian pianists. Having begun to play the piano when he was two years old, he entered the prestigious Gnessin Institute in Moscow at the age of ten to study with Anna Pavlovna Kantor. Aged 10, he appeared with an orchestra for the first time. In 1982 he gave his first piano recital. Aged 13, he attracted considerable attention by playing the two Chopin concertos with the Moscow Philharmonic. Kissin went on to tour eastern Europe in 1985 and Japan the following year. His West European debut came in 1987 with an appearance at the Berlin Festival. Ever since he has performed with the world's leading orchestras and conductors in North America, Europe and Japan. In 1990 he gave a piano recital to open the 100th season of Carnegie Hall. A television audience of one billion looked on when he appeared as a soloist during the Grammy Award ceremony in 1992.
1971년 10월 10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에프게니 키신은 러시아 피아노 스쿨 음반에서 가장 어린 스타이다. 2세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6세에는 모스크바의 유명한 그네신 음악학교에 입학하여 안나 파블로프나 칸토르 밑에서 배웠다. 10세에는 최초로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982년에는 최초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었다. 13세에는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의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여 큰 주목을 끌었다. 키신은 1985년 동유럽을 연주 여행했고, 그 이듬해인 1986년에는 일본을 방문 연주했다. 그의 서유럽 데뷔는 1987년의 베를린 페스티발에서 이루어졌다. 그 이후로 그는 북아메리카, 유럽, 일본 등지에서 세계의 주요 오케스트라 및 지휘자들과 공연했다. 1990년에는 카네기홀의 개막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하여 리사이틀을 가졌으며, 1992년에는 그래미상 시상식에 참가하여 전 세계의 10억 TV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했다.
Sergei Rachmaninov was described as a man "burning his candle at three ends" early this century because he was active as a pianist, composer and conductor. Apart from composing preludes for the keyboard (drawing on Bach and Chopin), he evinced a keen interest in the etude (drawing on Liszt), ultimately creating a specific version which he called "etudes-tableaux" in 1911. The first set of eight pieces, Op. 33, was followed by another set of nine items, Op. 39, written in 1917, the year he emigrated from Russia. The whole period was overshadowed by the death of two fellow composers and of his father. Rachmaninov began to reflect on his own end, plagued by the uncertainty of fate. Thus the first etude was inspired by the mystery of the sea, or more specifically, by a painting of the then famous artist Arnold Böcklin (his "Isle of the Dead", which graced many middle-class homes, was chosen as the theme of symphonic poems by Max Reger in 1913 and Rachmaninov six years earlier). The picture in question was entitled "At Play in the Waves" (which Reger had included in his four-part Böcklin Suite). The composer's psychological state can be gauged from the use of a motive which permeates his entire output, the doom-laden medieval "Dies irae" sequence ("Day of Wrath" from the requiem "Mass of the Roman Catholic Church"). This had occurred already in "The Isle of the Dead" and would be quoted later in the Piano Concerto No.4, the "Paganini Rhapsody" and the "Symphonic Dances".
라흐마니노프는 20세기 초에 “세 가지 촛불에 불을 밝혔던 음악가”로 묘사되었는데, 작곡가와 피아니스트, 지휘자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바흐와 쇼팽의 음악 정신을 계승한 전주곡의 작곡을 완료한 후 라흐마니노프는 이번에는 리스트의 연습곡에서 그 영향을 받은 연습곡 작곡에 강렬한 관심을 보였던 그는 근본적으로 독창적인 독특한 그의 곡에 <회화적 연습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첫 번째 연습곡집인 Op. 33의 8곡에 이어서 Op. 39의 9곡을 그가 러시아로부터 망명하던 1917년에 작곡했다. 이 기간 내에 그는 두 동료 작곡가와 그의 부친을 잃은 후유증으로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여 있었다. 라흐마니노프는 마침내 그 자신의 종말에 대한 생각마저 그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The picture in question was entitled "At Play in the Waves" (which Reger had included in his four-part Böcklin Suite). The composer's psychological state can be gauged from the use of a motive which permeates his entire output, the doom-laden medieval "Dies irae" sequence ("Day of Wrath" from the requiem "Mass of the Roman Catholic Church"). This had occurred already in "The Isle of the Dead" and would be quoted later in the Piano Concerto No.4, the "Paganini Rhapsody" and the "Symphonic Dances".
Op. 39의 첫 번째 연습곡은 바다의 신비로부터, 아니 더욱 독특하게도, 유명한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의 그림 <죽음의 섬>에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당시 중류 계급의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그림 <죽음의 섬>은 1913년 막스 레거의 교향시의 주제로 선택되었는데 라흐마니노프는 그보다 6년 일찍 작곡했다.) 문제의 그 그림은 (레거가 4곡으로 구성된 뵈클린 모음곡에 포함시켰던) <파도속의 유희>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작곡가의 정신적인 상태는 작품 전체에 스며있는, 운명을 적재한 중세의 “디에스 이레”(레퀴엠 <로마 카톨릭 교회 미사> 중에서 “진노의 날”)의 시퀀스의 동기 사용을 통해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죽음의 섬>은 나중에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파가니니 광시곡, 교향적 무곡에도 인용된다.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1 in c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1 (개인적으로 왼손이 디에스 이레 선율로 생각된다.)
After this agitated tonal painting, the elegiac mood of No.2 provides a strong contrast, its quasi-lifeless Lento featuring a dispassionate melody into which the "Dies Irae" is woven. The dominant feature here is an ostinato figure staggering along without any impetus of its own and evoking associations with an immeasurable expanse of water, its surface ever-changing and ever-constant, static and dynamic at the same time.
이 동요가 심한 음화(音畫)에 이어서 비가의 분위기를 지닌 제2곡이 나타나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데, 거의 죽은 듯한 렌토(느리게)의 이 곡은 “디에스 이레”로 짜인 극히 절제된 선율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지배적인 특징은 그 자체의 자극 없이 비틀거리는 오스티나토(고집스럽게 반복되는 음형) 연주와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한 물과의 교류를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물의 표면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끊임없이 정적이며 동시에 동적이다.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2 in a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2에 나오는 왼손의 오스티나토 선율
No.4 is a restless Toccata, its head motive setting the tone for the whole musical design (anapaestic rhythms, fourfold repetition of notes, descending minor-key scale). The requiem sequence is adumbrated here, but figures more prominently in the central item of the collection, the etude-tableau in E flat minor (No.5), a rich-textured, tragic scene-painting partly reminiscent of the D sharp minor etude, Op. 8 (No. 12) by Alexander Scriabin, a fellow student at the Conservatory who had died recently. After all, the keys of the two pieces are enharmonic equivalents (Rachmaninov often playing the bravura piece of his friend as an encore).
제4곡은 동요가 심한 토카타인데, 이 곡의 주된 모티브는 매우 음악적인 착상(약약강[단단장]격 리듬, 같은 음의 4번 반복, 하강하는 단조 스케일)으로 이루어져 있다. 레퀴엠의 시퀀스는 이 곡에서도 예시되고 있지만 이 연습곡집의 중간곡인 내림E단조의 제5곡에 더욱 현저하게 나타나는데, 제5번의 풍부한 구성과 비극적인 장면들은 그 무렵에 타계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원 동창생이었던 스크리아빈의 D#단조의 연습곡(Op. 8-12)을 회상하고 있다. 결국 이 두 곡은 같은 조의 전조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라흐마니노프는 앙코르에서 자주 그의 친구의 작품을 현란하고 장중하게 연주하곤 했다.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4 in b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4
Rachmaninov Etudes-Tableaux, Op. 39 No. 5 in e flat /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작품 39-5
When the composer recorded No.6, in A minor, on a paper roll for mechanical reproduction in 1922, he hinted that the work had been inspired by the fairy-tale of "Little Red Ridinghood and the wolf". Eight years later he confirmed this "secret explanation". But the piece is closer in spirit to Kubin (an Austrian painter) than to Disney, conjuring up a nightmarish atmosphere rather than the world of the Brothers Grimm. For all its allusiveness, it gives expression to the sense of impending danger and to the human anguish this causes.
작곡가 자신이 기계적인 재생을 위해서 1922년 페이퍼 롤에 제6번 A단조를 녹음했을 때, 그는 이 곡이 동화 <작고 붉은 승마용 두건과 늑대>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암시했다. 8년 후 그는 이 “비밀스러운 설명”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곡은 그림 형제의 세계가 나오는 디즈니 만화보다는 악몽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알프레드 쿠빈(오스트리아 화가)의 그림에 더 가깝다. 그 모든 암시를 위해 절박한 위험에 대한 감각과 그것이 유발하는 인간의 고뇌에 대한 표현이 주어졌던 것이다.
The last of the nine etudes-tableaux is an oriental march, probably inspired by Hans-Christian Andersen's fairy-tale "The Garden of Paradise", which the novelist Marietta Shaginyan had recommended for musical treatment in 1916. One episode concerns the "Eastwind", which has "come from China where I danced round the porcelain tower till all the bells jingled". Anyone familiar with Rachmaninov's oeuvre and especially his piano writing will be aware of his passion for the chiming of bells, presented here in exotic guise.
9개의 “그림 연습곡” 중의 마지막 곡은 1916년 소설가 마리에타 샤기냔이 음악화하기를 권했던 한스-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천국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동방풍의 행진곡이다. 이것은 “모든 종이 울릴 때까지 내가 도자기로 된 탑 주위를 돌면서 춤추었던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동풍”이라는 한 에피소드와 관련되어 있다. 누구든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특히 그의 피아노곡과 친숙해진 사람은 여기에 이국취향으로 꾸며진 그의 교회 종소리에 대한 정열을 느낄 것이다.
Rachmaninov's 24 Preludes are not arranged chromatically or according to the circle of fifths along the lines of Bach, Chopin and Scriabin, but are based on a simple alternation of major and minor keys. Rather than form a complete set (as in the case of the composers mentioned) or two books (as with Debussy somewhat later), they are spread over several opus numbers: Op. 3 (1892), which includes the all too familiar Prelude in C sharp minor, Op. 23 (10 pieces written in 1903), and Op. 32 (13 pieces written in 1910). The G flat major Prelude, Op. 23, No. 10, concludes the first set on the keynote with which it began. The prevailing lyrical mood and mellow tone prompted the virtuoso Anatoli Brandukov to adapt it for his own instrument, the cello. By contrast, No. 8 from Op. 32 (Vivo) is more violent and sombre in mood, strangely fluctuating between minor and major.
라흐마니노프의 24개의 전주곡은 바흐나 또 쇼팽과 스크리아빈의 전주곡처럼 반음계적 상승이나 5도씩 도약하여 순환하는 배열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장음계와 단음계의 단순한 교차를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또 통상의 경우처럼 하나 또는 두 개의 작품 번호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Op. 3(1892)과 Op. 23(10곡, 1903), Op. 32(13곡, 1910)에 분산되어 있다. Op. 23의 제10번은 최초에 사용된 으뜸음으로 끝맺게 되는데, 널리 알려진 서정적인 분위기와 감미로운 음색에 반해 명 첼리스트 아나톨리 브란두코프가 첼로를 위한 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그와는 정반대로 Op. 32의 제8번은 보다 거칠고 음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단조와 장조 사이를 기묘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The practice of adapting successful songs for piano alone was initiated by Liszt, e. g. in his “Liebestroume” and “Petrarch Sonnets”. Rachmaninov was so fond of his song "Lilacs", Op. 21, No.5 (a setting of a poem by Ekaterina Beketova which combines evocation of nature with an unquenchable yearning for happiness) that he turned it into a piano piece, providing it with embellishments and cadenzas which ensured its success as an encore piece.
피아노를 위한 노래로 가장 성공적인 것은 리스트의 야상곡 <사랑의 꿈>과 <페트라르카 소네트>이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의 <라일락>이라는 곡을 몹시 좋아했다. 이것은 자연의 혼과 행복에 대한 누를 길 없는 욕망을 결합했던 에카테리나 베케토바의 시를 음악화한 것으로 현란한 장식과 카덴차는 앙코르곡으로써 이 작품의 성공을 보장해주었다.
Rachmaninov - The Lilacs (Text by Ekaterina Beketova & Translation by Anton Bespalov) / 라흐마니노프 - 라일락 (에카테리나 베케토바의 시, 안톤 베스팔로프 번역)
In the morning, at daybreak, / 아침, 새벽에,
over the dewy grass, / 이슬 맺힌 풀 위에,
I will go to breathe in the crisp dawn; / 나는 상쾌한 새벽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and in the fragrant shades, / 그리고 향기로운 그늘에서,
where the lilacs crowd, / 라일락 속에서,
I will go to seek my happiness... / 나는 내 행복을 추구할 것이다...
In life, only one happiness / 인생에서, 단 하나의 행복은
was fated for me to discover, / 내가 발견한 운명이었다,
and that happiness lives in the lilacs; / 그리고 행복은 라일락에 산다.
on the green boughs, / 푸른 가지에서,
on the fragrant bunches, / 향기로운 다발에서,
my poor happiness blossoms... / 내 불쌍한 행복의 꽃들...
While the prelude, as a form of piano music, occupied Rachmaninov only from time to time, it accompanied Alexander Scriabin (born a year earlier) throughout his creative life. Arguably Russia's most original keyboard composer of the early 20th century, he chose the following words as his motto "I want to tell people that they are strong and powerful!". They are particularly appropriate for No.1 from Op. 27 (1900), which marked the transition to the tonal ambiguity of his late harmonic idiom. The emphatically impassioned mood is offset and supplemented by the lyrical Andante piece.
라흐마니노프보다 1년 먼저 태어난 스크리아빈은 피아노 독주곡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최초의 러시아인이었다. 그의 전주곡은, 라흐마니노프가 시간이 날 때마다 그때그때 작곡했던 것과는 달리 그의 창조적인 생애 전체를 통해 꾸준히 창작된 극히 의미심장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자신의 모토로 선택했다. “나는 내 작품들이 강하고 강력하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곡들은 특히 그의 후기 화성법의 모호한 음색으로의 전환을 나타냈던 Op. 27 No. 1(1900)에 적합하다. 힘차게 열정적인 분위기는 서정적인 안단테(느리게)의 Op. 27 No. 2에 의해 상쇄되고 보완된다.
While keys and key relationships are still clearly discernible here, the harmonies in his "Four Pieces", Op. 51, seem to revolve around themselves. From now on Scriabin's style is based on "tonal centres" which are fixed anew at least for every piece, but often transposed several times within a piece. The ensuing fusion of melody and harmony, of simultaneous and successive developments creates a strangely drawn-out sense of time. The first item, "Fragilite", is almost tender and caressing while No.2, called "Prelude", might also be described as a "Poeme" like the third piece. It is, however, in a more pensive, brooding vein while the "Poeme aile" creates unusual kinetic effects in its depiction of fluttering, buzzing, whirling and gambolling motions. The "Danse languide" is suffused with music of transcendent sensuality and thus exemplifies another thematic or motivic group of Scriabin's mature style, which is particularly associated with his two orchestral poems, the "Poeme d'extase" and the "Poeme du feu" ("Promethee").
여기에서 조성과 관계조가 여전히 명확하게 식별될 수 있지만, 그의 <4개의 소품> Op. 51은 곡들 주변을 순환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 스크리아빈의 스타일은 최소한 모든 곡에 대해 새로 고쳐지지만 종종 한 곡 내에서 여러 번 바뀌는 “음색 중심”을 기반으로 한다. 계속되는 멜로디와 조화의 조합, 동시적이고 연속적인 전개는 기묘하게 그려진 박자 감각을 만든다. 1곡 <연약함>은 거의 부드럽게 어루만지지만, 2곡 <프렐류드>는 3곡처럼 “시”로 표현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수심어린 음울한 기분으로 3곡 <가벼운 시>는 펄럭이고, 윙윙거리고, 소용돌이 치고, 뛰어다니는 움직임들의 묘사에서 특이한 동적인 효과를 만든다. 4곡 <나른한 춤>은 탁월한 감각의 음악으로 가득 차 있어서 특히 스크리아빈의 두 개의 관현악시 <법열의 시>와 <불의 시>(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성숙한 스타일의 또 다른 테마 또는 모티브를 보여준다.
The four "Preludes", Op. 37, which date from the transitional period, form a homogeneous group. They are notable for the sequence of keys: minor-major + major-minor, each of the pairs being a major third apart.
전환기에 작곡된 4개의 프렐류드 Op. 37은 동질 집단을 형성한다. 이 곡들은 조성의 반복(각각 장3도 간격의 단조-장조 + 장조-단조)으로 주목할 만하다.
Scriabin Prelude in b flat, Op. 37 No. 1 (B flat minor) / 스크리아빈 프렐류드 작품 37-1 첫 페이지에서 내림B단조로 시작하는 부분
Scriabin Prelude in b flat, Op. 37 No. 1 (G flat major) / 스크리아빈 프렐류드 작품 37-1 첫 페이지에서 내림G장조로 바뀌는 부분
In 1903 Scriabin married his second wife. During this period of unalloyed happiness he produced his set of etudes, Op. 42. The fifth of the eight pieces is fairly long, resembling a sonata without a development section. It has much in common with the awesome, triumphant D sharp minor etude from Op. 8, sharing the same level of excitement (Affanato) and the same metrical pattern (12/8). Both works are in a key at the bottom of the circle of fifths and marked by a perpetual rapid motion (semiquavers or triplets), which assumes near-thematic significance in the piece recorded here.
1903년 스크리아빈은 두 번째 아내와 결혼했다. 이 진정으로 행복한 기간 동안 그는 에튀드 Op. 42를 작곡했다. 8곡 중 5번은 상당히 긴데, 발전부가 없는 소나타와 유사하다. 이 곡은 굉장한 성공을 거둔 그의 에튀드 Op. 8 No. 12와 매우 흡사한데, 같은 흥분의 정도(숨을 헐떡이며)와 같은 12/8박자를 공유한다. 두 곡 모두 5도권 순환을 토대로 한 조성이고 여기에 녹음된 곡에서 주제와 가깝게 관련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가정하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빠른 움직임(16음표나 셋잇단음표)으로 표시된다.
Scriabin Etude in c#, Op. 42 No. 5 / 스크리아빈 에튀드 작품 42-5에서 c#음과 완전5도 간격인 g#음으로 시작하는 오른손(파란 동그라미)과 16분음표로 진행하는 왼손(빨간 네모)
Scriabin Etude in d#, Op. 8 No. 12 / 스크리아빈 에튀드 작품 8-12에서 d#음과 완전5도 간격인 a#음으로 시작하는 오른손(파란 동그라미)과 셋잇단음표로 진행하는 왼손(빨간 네모)
"In every fleeting vision I see worlds replete with the colourful play of the rainbow" runs the motto which Prokofiev placed at the head of his "Visions fugitives". It was taken from a work of the Symbolist poet, Konstantin Balmont. Compared with the deliberately provocative "Sarcasms" (1912-14), the 20 brief pieces (1915-17) were couched in a relatively moderate idiom. It seemed that the "young rebel" had been tamed even though the shocking "Scythian Suite" was written during the same period. Apparently, Prokofiev was longing for the expression of "soulful lyricism", as is "painfully" confirmed by No. 16 (marked "dolente" and looking ahead to the next piano cycle, "Tales of the Old Grandmother"). In No. 11, we hear one of the composer's characteristic grotesque marches, which moves along at a bouncing and even lolloping gait and encloses a soaring Russian-flavoured melody. Prokofiev, the iconoclast turned lyricist, brings even greater delicacy to No. 17, designated "poetico", the dynamic markings ranging from pianissimo to the rare mezzo-piano. No. 10 is a rather weird piece even though the composer describes it as "ridicolosamente". The sliding onset of the bizarre melody may indeed strike the listener as funny, but in the closing pages the ostinato ticking sound takes on a terrible sense of inexorability (recalling the death scene of Andrei in Prokofiev's opera "War and Peace").
프로코피에프는 그의 20곡으로 된 피아노 소곡집 “덧없는 환영”의 첫머리에 “모든 덧없는 영상으로부터 나는 무지개의 다채로운 조화로 가득 찬 세계를 본다”고 써놓았다. 이 작품은 상징주의 시인 콘스탄틴 발몬트의 시로부터 영감을 얻어 음악화된 것이었다. 고의로 도발적인 <풍자>(1912~14)와 비교되는 20개의 짧은 곡들(1915~17)은 상대적으로 적당한 관용구로 표현되었다. 충격적인 <스키타이 모음곡>이 같은 시기 동안 쓰였지만, “젊은 반항아”가 길들여진 것처럼 보였다. 보아하니 프로코피에프는 (“슬프게”로 표시되고 다음 피아노곡 <할머니의 이야기>까지 내다보고 있는) 16번에 의해 확인된 것처럼, “감정이 풍부한 서정주의”의 표현을 갈망하고 있었다. 11번에서 우리는 작곡가의 특색 있는 그로테스크한 행진곡들 중의 하나를 듣는데, 이 곡은 빨리 뛰고 느릿느릿 걷는 것을 따라가며 심지어는 급상승하는 러시아 풍 멜로디를 둘러싼다. 전통타파주의자에서 서정주의자로 변한 프로코피에프는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에서 보기 드문 메조피아노(조금 여리게)에 이르는 다이내믹 표시인 “시적으로”로 지정된 17번에 보다 좋은 섬세함을 가져온다. 10번은 작곡가가 “익살맞게”로 표현하더라도 다소 이상한 곡이다. 기괴한 멜로디의 미끄러짐은 실제로 청취자를 재미있게 할 수 있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오스티나토(고집스럽게 반복되는 음형)의 똑딱거리는 소리가 끔찍한 (프로코피에프의 오페라 <전쟁과 평화>에서 안드레이가 죽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냉혹한 감각을 띤다.
Prokoviev Visions fugitives, Op. 22 No. 10 Ridicolosamente (ostinato ticking sound) / 프로코피에프 <덧없는 환영> 10번에서 똑딱거리는 소리의 오스티나토
After his "Tales of the Old Grandmother", Op. 31, the composer produced "Four Pieces", Op. 32. partly in imitation of old dances. The robust, march-like No, 1 featured on this CD is followed by a minuet, a gavotte and a waltz.
4개의 <할머니의 이야기> Op. 31 이후 작곡가는 부분적으로 옛 춤곡들을 모방하는 <4개의 소품> Op. 32를 만들었다. 이 음반에 수록된 탄탄한 행진곡 같은 1번(춤)은 미뉴에트(2번), 가보트(3번), 왈츠(4번)로 이어진다.
The fact that their country did not go through the figured-bass era and adopted polyphony much later than other countries and in roundabout ways is responsible for Russian composers' slight or strong penchant for the old masters: from Rimsky-Korsakov, who even composed a waltz and a berceuse on the theme B-A-C-H, through Prokofiev's "Classical Symphony" and Shostakovich's "Preludes and Fugues", to the young Russian virtuoso heard on this CD. "Invention" was the name given by Bach to two-part or three-part exercises in polyphonic writing, imitation and counterpoint. To round off the programme, Kissin plays two such pieces (in two parts) from his own pen. The first of these two perfect stylistic copies recalls Bach's "duets" while the second carries the listener along with its breathtaking onward sweep.
그들의 나라가 통주저음 시대를 거치지 않고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나중에 그리고 다방면에 걸쳐 폴리포니(다성음악)을 채택했다는 사실은 옛 거장들에 대한 러시아 작곡가들의 약하거나 강한 기호에 원인이 있다. - <바흐 주제에 의한 왈츠와 자장가>를 작곡하기까지 했던 림스키코르사코프부터, 프로코피에프의 <고전적 교향곡>을 거쳐 이 음반에서 젊은 러시아 거장(키신)이 들었던 쇼스타코비치의 <프렐류드와 푸가>까지. <인벤션>은 바흐가 다성적인 작곡법, 모방, 대위법에서 2성부와 3성부 연습곡으로 지정한 이름이다.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기 위해 키신은 그런 2개의 (2성부로 된) 자작곡을 연주한다. 이 2개의 완벽한 양식 중 첫 곡은 바흐의 “듀엣”을 연상시키지만 두 번째 곡은 청취자를 숨 막히게 사로잡으면서 감복시킨다.
https://www.youtube.com/watch?v=NCCivVL6W2Q
https://www.youtube.com/watch?v=c78fBl41OLc
영어 정보에 10세에 그네신 음악학교에 입학하여 안나 칸토르를 사사했다고 나와 있어서 영어까지도 고쳤다. 라흐마니노프가 몇 번 사용했던 “진노의 날” 선율이 뭔가 해서 찾아보니 유튜브에 있었다. 그걸 들으니까 이 선율이구나 하는 게 이해가 갔다. 러시아 피아노 스쿨은 무슨 말인지 해석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이게 뭔가 하는 의문을 만들어서 찾게 만든다. 페이퍼 롤은 옛날 녹음 방식인데, 종이에 새긴 바늘구멍에 의해 곡이 연주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페이퍼 롤”이라는 이름이 붙은 옛날 음반들을 접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디즈니 만화 <빨간 망토>는 오래된 만화인데 만화책으로도 있고 버전이 몇 개 더 있다. 스크리아빈 에튀드는 5도권을 어떻게 악보에 표시해야 할지가 난감해서 원래의 조에서 완전5도 위에 있는 음으로 표시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음들이 곡에서 무게중심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르놀트 뵈클린의 그림 <죽음의 섬>
남편을 잃은 마리 베르나의 주문으로 그린 연작 중 하나로, 흡인력 있는 상징적인 이미지는 다양한 작품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 그림은 화가가 피렌체에 머물던 시기 젊은 미망인이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주문 제작한 작품이었다. 그리는 도중 스스로 이미지에 매료되어 한 점을 더 제작하고 이후 세 점을 추가로 그려 다섯 점(현재는 네 점이 남아있음)을 남겼다. ‘죽음의 섬’을 그리기 전까지 뵈클린은 세련미가 없는 투박하고 야성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 정도였다. 그러나 이 작품 이후 일약 유명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복제품과 판화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독일인이라면 복제그림 하나 정도는 소지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그중 하나는 악명 높은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한동안 소장하기도 했다. 라흐마니노프가 흑백 복제화를 보고 ‘죽음의 섬’이란 교향시를 작곡하고, 1차 세계대전 때 병사들이 가장 선호한 엽서그림이며, 히틀러는 아예 뵈클린의 열광적 팬이 되어 그의 작품을 소장(세 번째 작품을 소유했었다)하는데 열을 올렸다는 일화들은 꾸며낸 것이 아니다. 실제 많은 화가가 영감을 받고,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독특한 공포영화 제작자로 이름 높은 미국의 발 루튼은 1945년 영화 ‘죽음의 섬(죽은 이들의 섬)’을 제작했다. 이 영화는 어느 고립된 섬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전염병으로 죽어가면서 광기와 미신에 사로잡혀 가는 내용으로, 뵈클린의 그림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이 섬의 전경이 뵈클린의 그림과 거의 비슷하다.
May 1880 – Oil on canvas; 111 x 155 cm; Öffentliche Kunstsammlung, Kunstmuseum, Basel / 바젤 버전
June 1880 – Oil on board; 74 x 122 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Reisinger Fund, New York / 뉴욕 버전
883 – Oil on board; 80 x 150 cm; Alte Nationalgalerie, Staatliche Museen zu Berlin / 제3버전
1884 – Oil on copper; 81 x 151 cm; destroyed in Berlin during World War II / 제4버전 (흑백 복제화)
1886 – Oil on board; 80 x 150 cm; Museum der bildenden Künste, Leipzig / 제5버전
The English Cemetery in Florence, Italy, where the first three versions were painted / 첫 세 가지 버전을 그렸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영국인 묘지. 사이프러스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로 무덤가에 심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전통이 계속 이어져 남유럽 묘지에는 대개 사이프러스가 있다고 하는데, 고흐의 후기 그림에도 사이프러스 나무가 자주 나온다. 고흐의 꽃이 해바라기라면 고흐의 나무는 삼나무라고 했다.
Greek island Pontikonisi, near Corfu, was probably the inspiration for the painting / 그림에 대한 영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 코르푸(케르키라 섬) 근처의 폰티코니시 섬
Isle of Life, 1888 / 위키페디아에서 찾아보니 <생명의 섬>도 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시 <죽음의 섬>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죽음의 섬>만큼 화려한 어둠을 지닌 교향곡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곡은 스위스 화가 아놀드 뵈클린이 그린 동명의 작품에 대한 라흐마니노프의 응답이었다. 뵈클린의 작품은 배에 실린 채 공동묘지가 있는 기괴한 섬에 도착해 수의를 입은 한 영혼을 그린 그림이다. 라흐마니노프는 사실 이 그림의 흑백 복제화를 접했고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더욱 풍부한 관현악적 색채를 탄생시켰는지도 모른다. <죽음의 섬>은 매우 감동적이지만 침울한 음악은 아니다. 아마도 이것은 죽음과 맞서는 라흐마니노프의 용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라흐마니노프는 중세 장송 미사곡의 일부인 <분노의 날>을 그만의 독창적인 변주로 이끌어나간다. 이것은 그가 죽는 날까지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Disney: Little Red Riding Hood, Three Little Pigs and the Wolf 1934 / 디즈니 만화 <빨간 망토와 아기돼지 삼형제와 늑대>
Alfred Kubin: Wolf 1920 / 알프레드 쿠빈이 그린 늑대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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