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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1일 수요일

Evgeny Kissin - Live in Seoul (28 October 2018)


피아니스트 에프게니 키신이 오는 10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네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와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를 연주한다.

키신은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피아니스트로 여겨지고 있다. 12세에 모스크바 공연으로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16세에 유럽 무대에 올랐고, 18세에는 카네기홀 데뷔에서 관객과 평단을 충격으로 몰고 간 공연을 선사한다. 객석에서 이 공연을 지켜본 유명 피아니스트가 “나오는 건 웃음 밖에 없었다”고 허탈하게 얘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키신의 내한 공연은 항상 화제를 몰고 왔다. 2006년 리사이틀은 공연 한 달 전, 2009년은 티켓 판매 개시 5시간, 2014년은 일주일 만에 매진되었고, 세 공연 모두 그 해 예술의전당 최다 관객 동원을 기록하였다. 공연장은 언제나 로비에서라도 그의 연주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긴 사인회 줄로 예술의전당 로비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번 공연의 전반부에서는 베토벤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를 연주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뿐만 아니라 이 장르의 곡을 모두 통틀어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여겨지는 곡이다. 이처럼 스케일이 거대하고, 기교적이고, 지적이고, 해설적인 곡을 연주하려면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도 쉽지 않다고 할 정도이다. 40대에 들면서 베토벤 후기 소나타로 특히 극찬을 받아온 키신이기에 너무나도 반가운 선곡이 아닐 수 없다.

후반부는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로 채워진다. 뉴욕 타임스가 “극강의 테크닉과 풍부한 예술성의 완벽한 조화”, 텔레그래프가 “아름답게 반짝이는 명징함”이라 극찬했던 그의 연주가 러시아 감성과 만나 폭발할 프로그램이다.

Program
Beethoven Sonata No. 29 in Bb, Op. 106 "Hammerklavier" / 베토벤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I. Allegro
II. Scherzo. Assai vivace
III. Adagio sostenuto
IV. Introduzione. Largo - Fuga. Allegro risoluto

Chopin Nocturne No. 15 in f, Op. 55 No. 1 / 쇼팽 녹턴 15번

Chopin Nocturne No. 18 in E, Op. 62 No. 2 / 쇼팽 녹턴 18번

Schumann Sonata No. 3 in f, Op. 14 / 슈만 소나타 3번
I. Allegro brillante
II. Scherzo
III. Quasi variazioni
IV. Prestissimo possibile

Intermission

Rachmaninov 10 Preludes, Op. 23 / 라흐마니노프 10개의 전주곡 작품 23 중에서 발췌
No. 1 in f#
No. 2 in Bb
No. 3 in d
No. 4 in D
No. 5 in g
No. 6 in Eb
No. 7 in c

Rachmaninov 13 Preludes, Op. 32 / 라흐마니노프 13개의 전주곡 작품 32 중에서 발췌
No. 10 in b
No. 12 in g#
No. 13 in Db

Encores
Schumann Kinderszenen, Op. 15: VII. Träumerei / 슈만 트로이메라이
Kissin: Dodecaphonie Tango / 키신 <12음주의 탱고>
Chopin Polonaise No. 6 in Ab, Op. 53 "Heroic" / 쇼팽 폴로네즈 6번 <영웅>
Chopin Waltz in Db, Op. 64 No. 1 "Minuet" / 쇼팽 <강아지 왈츠>
Scriabin Etude in c#, Op. 2 No. 1 / 스크리아빈 연습곡 작품 2-1
Brahms Waltz in Ab, Op. 39 No. 15 / 브람스 왈츠 15번
Tchaikovsky 6 Pieces Op. 51 No. 4 Natha Valse / 차이코프스키 6개의 소품 작품 51-4 <나타 왈츠>
Rachmaninov Prelude in c#, Op. 3 No. 2 "The Bell of Moscow" /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모스크바의 종>


지난 10월 28일 일요일 17시에 열리는 에프게니 키신의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키신의 리사이틀에 가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우리나라에 키신이 리사이틀을 연 것은 네 번째.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지... 10월 중으로 유료회원이 만료되었는데 다음에 키신이 온다면 난 또 주책바가지가 되겠지... 하필 오후에 비가 오는 바람에 우산을 들고 외출했다. 지하철 출구에서 사람들이 붐벼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키신을 보려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비가 와서 우산 좀 펴느라고? 만원인 버스도 가까스로 탔는데 예술의전당 역시 사람들로 붐볐다. 전 같으면 티켓을 받을 때 이름이랑 전화번호 끝 4자리만 불러도 될 텐데 이번에는 신분증을 조회했다.

몇 주 전에 프로그램 변경 공지가 있었지만 취소하지 않았다. 키신이라면 프로그램이 뭐든지 무조건 가니까. 건반이 안 보이는 자리였지만 연주자의 표정을 볼 수 있는 위치에서 봤다. 일단 예매할 때에는 건반이 보이는 쪽을 고르긴 하지만, 연주회를 자주 다니다 보니 치열한 티켓팅에서는 건반 보이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환절기라 사람들의 기침이 심했는데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늘어나니깐 사람들 사이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키신이 등장하는데 박수 소리가 조성진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슈퍼스타! 내가 조성진 공연을 올해에 한 번이라도 안 가서 그런지 조성진이 등장할 당시에 얼마나 컸는지 감을 잃었다. 쇼팽의 녹턴 15번으로 시작하는데 옛날에 TV에서 눈사람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나와서 그런 건지 겨울이 생각나게 한다.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연주였다.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녹턴 18번도 이런저런 생각이 나게 하고... 역시 키신은 내 마음을 움직이나봐... 나는 어쩔 수 없는 키신의 포로인가봐...

슈만 소나타 3번은 예습을 안 해서 1악장 말고는 몇 번 들어야 익숙해지는 곡이다. 슈만의 특징은 곡 하나에 다중인격이 있다고도 하는데 이런저런 캐릭터들을 표현해야 하나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녹여낸 느낌이었다.

라흐마니노프 전주곡은 본의 아니게 전날에 예습했는데 음반 정리하면서 듣게 된 것. 환절기라 사람들의 기침 소리가 심했는데 전주곡 1번이 끝나고 역시 기침 소리가 났지만 잠시 후 키신이 거대한 파도를 몰고 왔다. 2번이야말로 내가 키신 버전을 무지 좋아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sTN5NluSitM

전주곡 4번은 서정적인 곡. 장조이지만 어딘지 슬픈 느낌이랄까? 전에는 들어도 눈물을 짜내는 곡은 아니었는데 이 곡에서 눈물이 핑그르르 돌 줄이야... 이어지는 5번도 중간의 서정적인 부분에서 파도가 넘실거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mxnL7UrkmY4

6번도 슬픔에 잠기게 하고... 7번은 루간스키 버전으로 좋아하는 곡. 중간에서 나도 모르게 숨겨진 종소리 효과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오른손의 아르페지오에서도 파도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전주곡은 이제 2부가 끝나간다는 것을 행진곡처럼 장식하는 것 같았다. 전주곡들을 들은 느낌은 사이사이에 파도가 넘실대는 가운데 전주곡이라기보다는 회화적 연습곡을 듣는 것 같았다. 2부가 끝나가는 게 아쉬웠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3부는 앙코르 타임! 키신이 인사를 여유 있게 했기 때문에 나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청중에게 본인을 찍을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 같았다. 매번 합창석으로 뒤돌아서 인사도 해줬다.

앙코르곡으로 슈만의 꿈을 연주하니 마치 이 곡 하나만 연주하고 땡인가 싶기도 했다. 두 번째로 들려준 곡은 스트라빈스키 탱고, 쇼스타코비치, 키신의 자작곡에 무게를 뒀는데 역시나 자작곡이었다. 키신의 어린 시절 앨범을 보면 자작곡들이 몇 개 보이는데 요즘도 작곡을 하는지?

이어서 연주한 영웅 폴로네즈는 4년 전에도 들었던 곡. 키신이야 그렇다 치고 몇몇 해외 연주자들에 대해서 느낀 점이... 우리나라에서 조성진의 인기를 의식해서인지 영웅 폴로네즈를 앙코르로 선사한다는 느낌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키신의 쇼팽도 한때 좋아했지...

스크리아빈 에튀드는 마음이 숙연해지는 느낌이었다. 연주가 끝난 후의 박수소리도 그런 느낌이었다.

강아지 왈츠는 건반 위에서 나비처럼 사뿐하게 손가락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소리가 하늘하늘했다.

브람스 왈츠를 연주할 때 여기가 마지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키신이 나를 적어도 8시까지 붙들길 바랐다.

다음으로 연주한 앙코르는 메트너, 멘델스존,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에 무게를 뒀는데 차이코프스키 당첨! 분명히 옛날에 음반 정리하면서 들은 곡인데 제목이 뭔지 모르니...

라흐마니노프 전주곡은 정말 마지막 앙코르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키신의 프로그램에 있었기 때문에 이 곡이 프로그램에 있을 거라 착각했는데 없었다. 이 곡을 앙코르에 넣은 모양. 내가 이 곡 때문에도 키신을 보러 온 건데... <모스크바의 종>은 라-솔#-도# 이렇게 시작하는데 도#음에서 페달을 지속하여 종소리의 여운을 유지한 다음 연주한다. 이 곡을 들으면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아사다 마오가 떠오르곤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딱히 생각나진 않는다. 그러다가 곡의 막바지에서 종소리가 절망적으로 들리니깐 아사다 마오의 절규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렇게 8시 8분에 연주가 끝났고 키신이 몇 번 인사한 후에 공연이 8시 24분에 끝났다. 사람들이 계속 박수를 쳤는데(나도 여태까지의 공연을 통틀어 가장 많이 박수쳤는데) 앵콜~앵콜~ 하는 외침은 없었다.




앙코르곡을 8곡이나 선사해줬는데 키신은 앙코르에 관대하니까!!! 사인은 전에 받았기 때문에 또 받지 않고 귀가했다. 11월에 열리는 키신과 얀손스의 협연에는 다행히 미련이 없다. 다음에 또 만나요!!!!!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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