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Dong-Hyek Lim Recital in Yeoju (15 December 2019)
젊은 비르투오소 임동혁, 슈베르트를 마주하다
독주회에서도, 협연에서도, 그 어느 무대에서도 찬사를 받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클래식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슈베르트 즉흥곡’으로 여주를 찾습니다.
임동혁이 여주 시민들을 위해 선곡한 ‘슈베르트 즉흥곡’은 그에게 조금 특별한 곡입니다. 슈베르트 즉흥곡을 담은 데뷔 앨범이 2002년에 발매되어 황금 디아파종 상을 수상하였으며 뛰어난 표현력을 지닌 임동혁에게 아름답고도 청초하며 영롱한, 또 사색에 잠기게 만드는 멜로디의 슈베르트 즉흥곡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선곡입니다.
슈베르트 음악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슈베르트 음악의 구심점, ‘슈베르트 즉흥곡’을 마주하는 임동혁의 풍성한 무대로 깊어가는 가을, 클래식의 정수를 만끽하세요.
피아니스트 임동혁
임동혁은 7세의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하여 10세 때 러시아로 이주, 그곳의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에서 수학하였다. 임동혁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면서부터였다. 형인 임동민은 1위에, 임동혁은 2위 나란히 입상하면서 두 형제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임동혁은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에 입학하여 가브릴로프, 부닌 등을 길러낸 명교수 레프 나우모프를 사사하였고, 그는 “임동혁은 황금 손을 가졌다”라고 극찬할 정도로 임동혁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였다.
2000년, 부조니 콩쿠르와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이듬해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 수상과 더불어 솔로 리사이틀 상, 오케스트라 상, 프랑스 작곡가 해석 상, 파리 음악원 학생 상, 마담 가비 파스키에 상 등 5개 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편파 판정에 불복, 수상을 거부하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클래식계에 핫 이슈를 몰고 왔지만, 2005년 제15회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하며 그에 관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또한 2007년 6월, 제13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위 없는 공동 4위를 수상하며 세계 3대 콩쿠르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EMI 클래식은 아르헤리치의 의견을 받아들여 파격적인 조건으로 그의 데뷔 음반을 출시하였고, 임동혁은 이 음반으로 ‘황금 디아파종 상’을 수상하며 EMI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보였다. 이후 ‘젊은 피아니스트’ 시리즈의 4명의 연주자 중 임동혁만이 유일하게 2집을 출시하였으며, 이 음반 역시 프랑스의 ‘쇼크 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2008년에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3집을 발표했다.
임동혁은 뉴욕 링컨 센터, 런던 위그모어 홀, 파리 살 플레이엘,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도쿄 산토리 홀 등 전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였으며,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NHK 오케스트라, 정명훈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르지 벨로흘라베크 지휘의 BBC 심포니 등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도 협연해오고 있다.
임동혁은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Program Note
Franz Schubert: Impromptus Nos. 1-4, Op. 90 (D. 899)
‘즉흥곡’은 본래 정해진 악보 없이 자유롭게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이율배반적이게도 고정된 악보에 이 명칭을 인쇄한 첫 작곡가는 체코 출신으로서 빈에서 활동했던 얀 바츨라프 보르지셰크(Jan Václav Voříšek: 1791-1825)로, 그의 한 소품이 출판사의 제안으로 1822년에 ‘즉흥곡’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이후 여러 작곡가들이 ‘즉흥곡’을 곡의 이름으로 사용하면서, ‘즉흥곡’은 고전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곡한 음악도 뜻하게 되었다. 그런 만큼 이 곡에는 순수한 진정성이 진실하게 담겨있다.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도 비슷한 시기에 ‘즉흥곡’이라고 명명된 작품들을 작곡했다. “그라츠에서의 삶은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빈에서 다시 살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군요.” 1827년 9월 마리 레오폴디네 파흘러(Frau Marie Leopoldine Pachler)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이, 슈베르트는 빈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그라츠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행복한 마음을 담아 행진곡, 스케르초, 변주곡, 론도 등 다양한 피아노 소품들을 작곡했다. 이 중 두 곡이 그해 12월에 ‘작품 90’으로 출판되었지만, ‘즉흥곡’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것은 슈베르트 사후 1853년에 두 곡이 추가되면서였다.
가사가 없는 기악 음악임에도 ‘가곡의 왕’답게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리고 그 안에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있는 듯한 진솔한 멜로디로 노래한다. 이 곡이 출판된 것은 하즐링어 출판사가 상업적인 이유로 ‘지나치게 어렵지 않고 쉬운 조성을 갖는 짧은 소품’을 요청한 것과 관계가 있지만, 당시 피아노 음악의 대세였던 소나타에서 벗어나 19세기 음악의 새로운 길(과 먹거리)을 제시했다는 역사적 중요성이 있다. 슈만, 쇼팽, 멘델스존, 리스트 등이 그 길을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1곡 다단조 ‘빠르게, 매우 절제하여’ : 특이하게도 이 곡의 조성인 다 단조의 딸림음인 G음이 강하고 길게 연주된 후, 무반주로 조용히 주제가 제시된다.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의 시작을 소박하게 패러디한 것으로도 보이며, ‘운명’을 상징하는 다 단조를 사용한 것을 더하면 영웅의 비극을 노래한 서사시로 유추할 수 있다. 이 주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반복되고 변주되며, ‘예전에 이러한 영웅이 있었다’라고 마무리 멘트를 하듯 주제가 멀리서 들리는 메아리와 같이 연주되면서 마친다.
2곡 내림 마장조 ‘빠르게’ : 무궁동 스타일로 쉼 없이 연주하며 기교적인 면을 부각한다. 그럼에도 선율적으로 들리게 하는 것은 슈베르트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훗날 쇼팽의 연습곡을 예견한다. 가운데 부분에서 나 단조로 바뀌어 리듬을 강조한 비장한 춤곡이 등장하고, 첫 주제와 번갈아가며 진행한다.
3곡 내림 사장조 ‘느리게’ :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시인의 사랑’ 등 슈만의 가곡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그트는 “1, 2번이 절망을 노래했다면, 3번은 천국에 이른 무감각한 환상을 그렸다”고 표현했다.
4곡 내림 가장조 ‘조금 빠르게’ : 빠른 연습곡 스타일의 선율과 왈츠 선율로 구성된 주제는 어린아이와 같은 밝은 분위기를 이끈다. 하지만 중간 부분에서 올림 다단조로 바뀌면서 극적으로 우울한 감정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힘찬 기분으로 마무리한다.
Franz Schubert: Impromptus Nos. 1-3, Op. 142 (D. 935)
사실 슈베르트가 스스로 ‘즉흥곡’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곡은 ‘작품 142’였다. 그는 1827년에 출판했던 ‘작품 90’과 같은 시기에 작곡한 소품 중 네 곡을 골라, 이듬해 마인츠의 쇼트 출판사로 ‘즉흥곡’이라는 제목과 함께 보냈다. 쇼트는 이 작품들을 ‘바가텔’(본래 ‘하찮다’는 의미이다.)이라는 장르로 생각하고, 파리 지부로 이 곡의 출판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파리에서는 이러한 답변을 보내왔다. “바가텔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인기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덜 복잡하면서도, 더 가벼운 조성으로 화려하게 돋보이도록 작곡해야 합니다.” 당시 파리에서는 연주하기 쉬우면서도 갈채 받기 좋은 살롱용 음악이 인기를 얻고 있었고, 이러한 곡이 상업적으로 유통될 수 있었다. 쇼트는 파리 지부의 부정적인 의견에 따라 이 네 곡과 다른 성악곡을 포함하여 60플로린의 저렴한 금액을 제안했는데, 슈베르트는 각 곡당 60플로린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쇼트는 이 곡을 출판하지 않았고, 슈베르트는 그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곡이 빛을 본 것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86) 덕분이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음악에 열광했던 리스트는 그의 곡을 연주할 뿐만 아니라 편곡하기도 하고, 또한 출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쇼트로부터 거절당했던 네 곡은 10년 후인 1838년에 디아벨리 출판사에서 <즉흥곡, Op. 142>로 출판되었으며, 디아벨리는 이 곡을 리스트에 헌정했다. 오늘은 이 네 곡 중 마지막 곡을 제외한 세 곡이 연주된다.
1곡 바단조 ‘적절히 빠른 속도로’ : 첫 곡은 이 작품 전체가 하나의 소나타처럼 간주될 수 있을 만큼, 베토벤의 영향을 받은 서사적이고 영웅적인 주제로 시작한다. 하지만 곧 슈베르트 특유의 절제되고 내면적인 특징으로 돌아오며, 형식도 발전부가 없는 소나타 형식 혹은 두 개의 주제로 구성된 론도 형식 등 간소화된 구성을 하고 있다. 물이 일렁이는 듯한 반주에 저음과 고음의 단편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선율은 가장 주목받는 부분으로, 남다른 정감을 느끼게 한다.
2곡 내림 가장조 ‘조금 빠르게’ : 매우 단순한 화음과 미뉴에트 리듬 위에 흐르는 조용하고 단출한 첫 주제에는 슈베르트 특유의 외로움을 달관하는 정서가 깊게 스며있다. 이 선율은 같은 조성을 갖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2번>의 첫 주제, 그리고 <피아노 3중주, Op. 70 No. 2>의 3악장 첫 주제와도 유사하다. 트리오 부분(중간 부분)은 내림 라장조로 유연하게 진행하는 삼연음(셋잇단) 리듬이 등장하며, 대단원에 이르러 보다 격정적인 순간을 맞는다.
Schubert Impromptus, Op. 142 (D. 935) No. 2 in Ab - Opening
Beethoven Piano Sonata No. 12 in Ab, Op. 26 Mov. 1
Beethoven Piano Trio in Eb, Op. 70 No. 2 Mov. 3
Schubert Impromptus, Op. 142 (D. 935) No. 2 in Ab - Trio
Schubert Impromptus, Op. 142 (D. 935) No. 2 in Ab - Climax
3곡 내림 나장조 ‘느리게’ : 자신의 연극 음악 <로자문데>(1823) 전주곡 3번을 인용한 주제(이 주제는 1824년에 작곡된 <현악4중주 13번> 2악장에도 사용되었다.)가 제시된 후, 다양한 표정을 짓는 다섯 개의 변주곡이 이어진다. 이 변주곡들의 주요 변주 요소는 베토벤이 많이 사용했던 장식과 전조로, 숨길 수 없는 거인의 영향이 깃들어있다. 1변주는 붓점 리듬이 기분을 가볍게 하며, 2변주는 화려한 장식을 더한 고음 선율과 당김음 리듬으로 한층 밝아진다. 3변주는 단조로 바뀐 선율이 삼연음(셋잇단) 리듬 반주를 타고 방랑의 길을 떠난다. 4변주는 창의적인 리듬이 돋보이며, 5변주는 2변주의 화려한 고음 선율이 재현된다. 그리고 주제가 엄숙하게 연주되며 마친다.
Maurice Ravel: La Valse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의 근대 음악에서 중요한 작곡가로 손꼽히는 모리스 라벨(1875-1937). 라벨이 <라 발스>를 작곡한 직접적인 계기는 ‘러시아 발레단’(Ballets russes)의 리더였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ilev)로부터의 발레곡 위촉이었다. ‘관현악을 위한 무용시’라는 부제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 발스>는 작곡된 해인 1920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초연되었고, 발레 공연으로서의 초연은 1926년에 이루어졌다. 이 곡은 조용히 불분명하게 시작한다. 점차 악기가 합세하면서 선율의 단편들을 선보이고 음향이 구축되어간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바이올린의 리드로 주요 왈츠 주제가 폭죽이 터지듯 화려하게 연주되며, 관현악의 여러 악기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선율을 이어간다. 이러한 진행의 의미는 악보의 서문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소용돌이치는 구름 사이로 왈츠를 추는 커플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구름은 점차 흩어지고, 연습기호 A에서 회전하는 군중으로 붐비는 거대한 홀이 보인다. 장면은 점점 환해진다. 연습기호 B의 포르티시모에서 샹들리에의 불빛은 강렬하게 비춘다. 무대는 1855년 즈음 황제의 궁궐이다.” 즉, <라 발스>는 고풍스러운 빈 왈츠에 대한 라벨의 환상적인 화답이다. <라 발스>는 관현악과 피아노 2중주, 피아노 독주 등 여러 버전이 있으며, 오늘은 그 중 피아노 독주 버전으로 연주된다.
음악 칼럼니스트 송주호 글
11월 9일은 임동혁의 리사이틀을 가려고 했던 날이었다. 그런데 11월 7일에 문자가 왔다. 임동혁이 급성 고열 및 심약 증세로 치료 중이라 건강상의 문제로 우리나라 투어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전부터 내가 가고자 하는 조성진의 공연 날짜랑 겹쳐서 고민이 있었다. 전화가 왔는데 임동혁 예매를 취소하지 않았다. 덕분에 11월 9일에는 조성진의 공연을 잘 다녀왔다. 임동혁의 쾌유를 빌면서 12월 15일 오후 5시로 연기된 공연을 기다렸다. 맨 뒷자리였는데 온풍기 돌리는 소리가 잘 들려서 공연 중에는 껐으면 했는데 다행히 10분 전에 꺼졌다. 프로그램북은 공짜! (그 덕분에 감상문 쓸 때 악보 발췌하느라 약간 고생했다. 다행히 어떤 부분을 얘기하는 건지 어렵지 않게 발췌했다.)
Program
Schubert Impromptus, Op. 90 (D. 899) /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 90
No. 1 in c
No. 2 in Eb
No. 3 in Gb
No. 4 in Ab
Intermission
Schubert Impromptus, Op. 142 (D. 935) /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 142
No. 1 in f
No. 2 in Ab
No. 3 in Bb
Ravel: La Valse / 라벨 <라 발스>
Encores
Tchaikovsky: The Seasons, Op. 37a No. 10 October. Autumn Song /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10월 <가을 노래>
Scriabin Etude in d#, Op. 8 No. 12 / 스크리아빈 연습곡 작품 8-12
Schubert Moment Musical in f, D. 780 No. 3 / 슈베르트 <악흥의 한때> 3번
“슈베르트 음악은 슬픔과 기쁨이 경계선에 있으면서도 한 프레이징 안에서 변하면서도 잘 어우러져요. 마치 계절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이 세상처럼요. 그래서 슈베르트 음악이 좋아요. 진짜 인생 같아서요.”
연주회를 가기 전에 임동혁이 슈베르트에 대해서 말했던 것을 생각했다. 첫 곡에서는 손이 덜 풀린 건지 바들바들 떠는 것 같았다. 보는 나도 긴장했다. 임동혁이 음반으로 낸 즉흥곡은 1부에서 연주한 곡들이다. 마지막 즉흥곡은 앙코르곡으로 선사하려고 프로그램에서 뺀 건지? 임동혁이 피아노로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는데 입으로 흥얼거리는 게 들렸다. 즉흥곡 2번의 조성이 바뀐 중간 부분에서는 꾸밈음처럼 셋잇단 리듬을 표현했다. 마치 미끄러지듯이. 즉흥곡 4번에선 왼손이 노래였나? 왼손을 부각시켜서 소리 내더라고...
2부에서 들려준 마지막 즉흥곡에서는 감정이 폭발했는데 그동안 쌓여있었던 모든 것들을 분출했다. 여기까지 임동혁의 슈베르트를 들어보니 계절이 수시로 변하는 것 같았다. 고된 겨울이 지나면 화창한 봄날이 오고... 나도 모르게 정말 온갖 감정도 어우러지고 있었다.
임동혁의 라 발스를 실제로 보긴 처음인데 10대, 20대에 이어 30대에도 치는구나... 내 또래라서 고2 때부터인가 알고 있는 연주자. 워낙 화려한 곡을 쳐서 그런지 사람들의 환호성이 컸다.
연주가 끝나고 마이크 잡고 얘기하는데 라 발스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지친 기색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인터뷰는 응하지 않는다면서 연주가 지연된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다신 마이크 잡을 일 없다면서 무슨 반성문 쓰는 것 같다고 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느린 곡과 빠른 곡 중에서 어떤 걸 들려드릴까요?” 하니까 “둘 다!”를 외치는 사람도 나왔다. 결국 느린 것 먼저 시작했다. 뜻하지 않았던 사계를 여기서 듣게 될 줄은... 그런데 가을 노래가 좀 뻑뻑하게 들렸다. 학생 시절에 이 곡을 임동혁의 연주로 들으면서 좋아하게 되었지... 첫 번째 앙코르가 끝나고 무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대로 피아노에 앉아있었고 몇 초 동안 정적이 흘렀다. 두 번째로 스크리아빈 에튀드를 연주하는데 이 곡을 들으면서 러시아 유학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러시아의 채취가 묻어나는 것 같았는데 우리나라 연주자들에게서 러시아적이라고 느낀다는 건 개인적으로 갖기 쉽지 않은 느낌이다. 러시아의 추위도 느껴지고... 여기까지 보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악흥의 한때 3번을 연주했다. 120석 남짓이라 줄을 오래 설 것도 없는데... 이렇게 슈베르트로 시작해서 슈베르트로 마무리했다.
난 오로지 앙코르곡에 대해서 마지막 즉흥곡만 생각했다. 히히히~ (프로그램에 넣지 않지 않고) 아껴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혹시 차기 앨범 수록곡? 임동혁의 연주를 보는 건 세 번째인데 리사이틀을 보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돈 때문에 멀리서 보다시피 했는데 이번에는 가까이에서 봤다. 사인 받을 때 드디어 코앞에서 봤는데 겨우 눈맞춤했다. (조성진한테 사인 받을 때는 눈맞춤을 제대로 못했다.) 여기까지 후기 하나 쓰기를 뭔 고생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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