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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Sarah Chang Violin Recital at Seoul Arts Center Concert Hall (29 December 2019)


Sarah Chang, violin / 사라 장, 바이올린
Julio Elizalde, piano / 훌리오 엘리살데, 피아노

“사라 장은 경이롭다. 그녀의 풍부하고 아름다운 소리와 흠잡을 데 없는 연주, 절도 있는 표현은 그녀의 음악을 완벽하게 한다. 한 곡으로 모든 것을 들을 수 있고, 그 모든 것은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 뉴욕 타임스

“사라 장은 내가 들어본 가장 뛰어나고 완벽한, 최고의 이상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다.” - 故 예후디 메뉴힌

사라 장, 7년 만에 전국투어 리사이틀로 돌아오다!
슈퍼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2019년 12월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갖는다. 작년에도 한국 무대를 찾은 바 있지만 현악 연주자들과 함께 한 앙상블 공연으로, 독주회는 2012년 이후 7년 만이다.

대한민국에서 사라 장(장영주)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1990년, 만 여덟 살의 나이에 거장 주빈 메타와 뉴욕 필과의 협연으로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듬해 1991년 EMI 레이블과 계약하며 세계 최연소로 레코딩을 했고, 1994년 13세의 나이로 베를린 필 데뷔무대를 가졌으며, 베를린 필과 3번의 레코딩 작업을 한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하다. 또한 뉴욕 타임스는 그녀에 대한 특집기사를 다루었고, PBS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으며, 1995년에는 최연소 나이로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뿐 안리ㅏ 전 세계 음악계에 화제를 일으켰다.

‘신동의 아이콘’이었던 장영주는 어느덧 ‘거장 사라 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는 대가로 성장했다. 2018 Classic FM이 선정한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25’에도 선정되며, 여전히 세계적인 명성을 증명하고 있다. 30대인 그녀가 세계무대에 데뷔한지도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다.

연간 100회가 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30여 년간 세계무대에서 활약해 온 사라 장은 유독 리사이틀이 많지 않은 연주자 중 하나다. 본인 스스로도 연주의 99% 이상이 협연 무대라고 이야기하는 만큼 이번 리사이틀 전국 투어 소식은 그녀의 독주회를 기다려온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라 장은 이번 한국 투어 프로그램을 1부는 버르토크 루마니아 민속 무곡,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2부에서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 바치니 고블린의 춤, 드보르작 로망스, 라벨 치간느 등으로 화려하고 정교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사라 장의 연주 실력이 십분 발휘될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렇게 공연 전반에는 소나타를, 후반에는 소품들을 배치하는 것은 크라이슬러나 밀스타인 또는 이차크 펄만 같은 거장들이 즐겨 사용한 방식으로, 관객들과 호흡하고 즐기기 위함이 크다.

리사이틀 무대에서 청중들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사라 장, 이번 투어는 그녀의 리사이틀을 기다려온 한국 관객들의 오랜 목마름이 해소되는 시간이자, 12월 연말 연주자와 함께 즐기는 선물 같은 무대가 될 것이다.


지난 12월 29일 일요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라 장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송년음악회 기념인 건지 피아노 뒤에 꽃다발을 모은 커다란 꽃병이 있었다. 학생 시절에 감상문 제출 때문에 합창단 공연을 몇 번 간 적은 있었는데 바이올린 리사이틀은 처음이다. 전에 사라 장이 협연하는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보고 싶었는데 너무 늦게 알아서 표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이렇게 보러 왔는데 프로그램을 보고 결정한 것이다. 대놓고 피아노 음악을 편식하는 내 기준에서 대부분 아는 곡들인 걸 보면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들을 선곡한 것 같다. 지하철 타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유이하게 모르는 드보르작이랑 바치니를 예습했다.

예당 유료회원 시절에 잡지에서 읽었는데 사라 장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는 단원들 퇴근 시간을 배려해서 앙코르를 안 한다고 했다. 옛날에 방송에서 콩쿠르를 거치지 않은 신동이라고 했는데 인터뷰에서 보니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서 나가지 않았던 거라고... 내가 어렸을 때에는 계속 장영주로 알고 있었다. 사라 장이란 이름은 무릎팍 도사 나왔을 즈음에 알았다. 어렸을 때에는 피아노로 시작했는데 본인 말에 의하면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악기가 하고 싶었다고 했다. 연습은 하루에 세 시간만!

사라 장이 1부에서 청록색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등장할 때 청중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합창석도 휙 둘러봐줬다. 드레스 때문인지 무릎을 살짝 굽히면서 조신하게 인사.


Program
Bartók 6 Romanian Folk Dances, Sz. 56, BB 68 / 버르토크 <루마니아 춤곡>
I. Joc cu bâtǎ. Allegro moderato / 막대기 춤
II. Brâul. Allegro / 허리띠 춤
III. Pê-loc. Andante / 제자리걸음 춤
IV. Buciumeana. Moderato / 부슘의 춤
V. Poargǎ româneascǎ. Allegro / 루마니아 폴카
VI. Mǎrunţel. Allegro / 빠른 춤곡

루마니아 춤곡은 첼로 버전과 피아노 버전으로도 있다. 귀에 익숙한 선율. 6개의 짤막한 곡들이라 금방 끝났다. 반주자는 페이지 터너 없이 아이패드를 보면서 연주했는데 연주가 끝나고 실수로 다른 음을 누르면서 일어난 채로 인사.

Franck Violin Sonata in A, FWV 8 /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I. Allegretto ben moderato
II. Allegro
III. Recitativo - Fantasia. Ben moderato
IV. Allegretto poco mosso

프랑크 연주할 때는 피아노가 도입부를 연주할 때 사라 장이 몸을 흔들면서 춤추는 것처럼 보였는데 연주할 준비를 하면서 리듬을 타는 것 같았다. 2악장이 끝나고 박수가 크게 터져 나왔다. 나도 순간 연주가 끝난 줄... 이 곡은 프랑크가 이자이에게 결혼 선물로 준 곡인데 레슨 시간에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건 쉽다고 들었다. 실제로 보니 3층이라 그런지 드라마틱한 게 약해서 아쉬웠다.

Intermission

Dvořák Romance in f, Op. 11 / 드보르작 로망스 작품 11

2부에서는 빨간 드레스로 갈아입고 나왔다. 드보르작의 로망스는 서정적인데 나한테 익숙하진 않은 곡이라서 들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Bazzini: The Dance of the Goblins (La Ronde des Lutins), Scherzo fantastique, Op. 25 / 바치니 <고블린의 춤> (요정의 론도)

이 곡은 예습하면서 들어보니 이미 들어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았다. 흥겨움이 넘치는 곡. 기교 때문인지 청중이 열광했다.

Elgar: Salut d'Amour, Op. 12 / 엘가 <사랑의 인사>

이 곡은 원래 피아노곡인데 바이올린 소품으로 애용된다. 뭣 사실 피아노 독주곡을 바이올린이나 첼로로 편곡해서 연주되는 곡들이 꽤 된다.

Ravel Tzigane, M. 76 / 라벨 <집시의 노래>

마지막은 라벨의 치간느. 사라 장의 진면목을 여기서 봤다고나 할까? 난 내 취향에 따라 곡을 보고 바이올린 음반을 모으는 편이고 연주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논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바이올린은 악기가 좋아야 유리하다. 아마 사라 장이 과르네리 바이올린으로 연주했을 듯. 젊었을 때에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좋지만 나이가 들으면 과르네리를 좋아하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

Encores
Carlos Gardel/Simon Hale: Por Una Caveza / 카를로스 카르델 <포르 우나 카베사> (사이먼 헤일 편곡)
Vivaldi Violin Concerto No. 4 in f, RV. 297 'Winter': II. Largo / 비발디 사계 중 겨울 2악장
Vivaldi Violin Concerto No. 2 in g, RV. 315 'Summer': III. L'orage (Presto) /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
Bach: Air on the G string / 바흐 G선상의 아리아

첫 번째 앙코르는 도입부에서는 몰랐는데 눈먼 알 파치노가 나와서 춤추는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히히히~ 사라 장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론도 KV 373에서 멜로디를 일부 따서 만든 곡이다. 곡명의 의미를 찾아보니 ‘머리 하나 차이로’라는 뜻을 가진 경마 용어. 다만 가사의 내용은 경마에 대한 것은 아니고 사랑의 밀고 당김에 관한 미묘한 감정과 사랑에 실패한 후에도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경마에 비유하여 표현한 노래라고 위키 백과에서 정보를 찾았다. 반주자가 화려한 글리산도도 선사했다.

두 번째 앙코르에서는 반주자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하면서 곡명을 영어로 알려준다. 잔잔한 겨울 2악장... 반주는 아무래도 간소했다.

세 번째에는 반주자가 머리 위로 두 손을 올려 하트를 만들면서 사랑해요를 외친 다음 곡명을 영어로 말한다. 앙코르로 비발디 사계를 들으면서 사라 장한테 맞는 옷이 바로크 시대구나 하는 걸 느꼈다. 프로그램에서 연주한 낭만파와 근현대 작품들보다 더 좋았다. 그렇게 사계 공연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내가 비발디 사계에서 좋아하는 여름 3악장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네 번째에는 여러분 너무 사랑해요를 외치는데 한국에 대한 공부 좀 했나? 앙코르를 하나 더 바랐지만 아쉽게도 바흐가 끝이었다. 피아졸라 사계 중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겨울도 들려줬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욕심! 히히히~~~ 연주를 보면서 사라 장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인회 줄이 길어서 지하 2층까지 내려갔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반주자에게도 사인을 받았는데 연주자 두 분이 일일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말씀을... 이렇게 사라 장 리사이틀은 2019년에 마지막으로 간 공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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