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다음 조식 비용을 카드로 지불했다. 10월 21일은 쇼팽 콩쿠르 갈라 콘서트라는 변수 때문에 제외해달라고 했다. 왠지 독촉하는 눈치라 식사 이후 방으로 가서 카드를 가져왔다. 매번 아침마다 체크해주기 귀찮았던 모양. 10월 15일 갈라 콘서트 티켓팅 날짜가 지나면 그날 먹을지 여부를 말하고 마저 지불하겠다고 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잠시 쉬는데 9시가 넘어도 청소하러 안 온다. 기다리면서 유튜브로 2라운드 결과를 봤다. 지나고 나서 보는 거지만 떨렸다. 네링이 불릴 차례가 다가오면서 초조해졌다. 나한테 이번 대회의 쇼팽다움은 네링 말고 없다. 연주 중에 블로그 댓글이 와서 보내지 말아달라고 개인적으로 부탁하곤 했는데 이제 댓글 알림 기능을 막아놓으니 진동도 울리지 않는다. 그것에 대해서 동생한테 얘기하니 그건 내가 알아서 대처해야 하는 거고 보내는 타이밍은 그 사람 맘이라고 하더라고. 홀 안에서는 카카오톡 말고는 다른 걸 하기가 불편하다. 예당에서도 공연장 안에서는 인터넷 하기가 불편하다. 청소는 10시 30분부터 시작했다. 침대를 제외하고 화장실, 욕실, 방바닥만 청소해달라고 부탁했다. 30분 동안 청소하고 나니 물을 2병 줬다. 왠지 줄 것 같았다. 히히히~ 청소 때문에 외출을 계속 하지 못했다. 어차피 추워서 오전에는 나가기가 그래서 점심 전후로 갈 거였고. 2라운드 후기까지 다 썼다고 몸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감기약도 폴란드 떠날 때까지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세탁 문의하니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하신다. 나 음료수 더 이상 안 먹어도 되는데 2병 치우고 새로 갖다 준다. 나중에 호텔 나올 때 미니바 냉장고에서 초코바 1개 먹은 거랑 음료수 2병 마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빨래해달라고 호텔 프런트에서 신청하고 나서 2시 넘어서 외출했는데 이미 늦은 시각. 아리랑 레스토랑에 가서 순두부찌개를 먹었는데 반찬이랑 밥의 양이 적다. 현지의 음식을 맛보는 게 더 나은 건가보다. 우리나라 음식을 외국에서 맛보니 아주 맛있진 않았다. 와지엔키 궁전 가려면 걸어서 20분이고 저녁 6시에 마감하므로 결국 호텔로 돌아왔다. 전날 그렇게 우산이 사고 싶더니만 비가 왔다. 바르샤바에서 지내면서 날씨가 쌀쌀해서 조심해야 하는데, 치안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마치 내가 사는 곳과 몇 분 거리로 떨어진 어딘가에 있는 대도시에 놀러온 것 같다.
XVIII Chopin Competition Stage II Results
01 Mr Piotr Alexewicz (Poland) / 표트르 알렉세비치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02 Ms Leonora Armellini (Italy) / 레오노라 아르멜리니 (이탈리아) - Fazioli F278
03 Mr J J Jun Li Bui (Canada) / J J 준 리 부이 (캐나다) - Kawai Shigeru EX
04 Ms Michelle Candotti (Italy) / 미쉘 칸도티 (이탈리아) - Steinway & Sons 479
05 Ms Yasuko Furumi (Japan) / 야스코 후루미 (일본) - Steinway & Sons 479
06 Mr Alexander Gadjiev (Italy/Slovenia) / 알렉산더 가지예프 (이탈리아/슬로베니아) - Kawai Shigeru EX
07 Ms Avery Gagliano (USA) / 에이버리 갈리아노 (미국) - Steinway & Sons 300
08 Mr Martín García García (Spain) / 마르틴 가르시아 가르시아 (스페인) - Fazioli F278
09 Ms Eva Gevorgyan (Russia/Armenia) / 에바 게보르기안 (러시아/아르메니아) - Steinway & Sons 479
10 Mr Nikolay Khozyainov (Russia) / 니콜라이 호지아이노프 (러시아) - Steinway & Sons 479
11 Ms Su Yeon Kim (South Korea) / 김수연 (대한민국) - Steinway & Sons 479
12 Ms Aimi Kobayashi (Japan) / 아이미 고바야시 (일본) - Steinway & Sons 479
13 Mr Mateusz Krzyżowski (Poland) / 마테우쉬 크지조프스키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14 Mr Jakub Kuszlik (Poland) / 야쿠브 쿠쉴리크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15 Mr Hyuk Lee (South Korea) / 이혁 (대한민국) - Kawai Shigeru EX
16 Mr Bruce Xiaoyu Liu (Canada) / 브루스 샤오위 류 (캐나다) - Fazioli F278
17 Mr Szymon Nehring (Poland) / 시몬 네링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18 Mr Kamil Pacholec (Poland) / 카밀 파홀레츠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19 Mr Hao Rao (China) / 하오 라오 (중국) - Steinway & Sons 479
20 Ms Miyu Shindo (Japan) / 미유 신도 (일본) - Steinway & Sons 479
21 Mr Kyohei Sorita (Japan) / 교헤이 소리타 (일본) - Steinway & Sons 479
22 Mr Hayato Sumino (Japan) / 하야토 스미노 (일본) - Steinway & Sons 300
23 Mr Andrzej Wierciński (Poland) / 안제이 비에르친스키 (폴란드) - Steinway & Sons 300
스타인웨이 17명, 파치올리 3명, 가와이 3명이 진출했다. 야마하는 하나도 없다. 폴란드 6, 이탈리아 3, 캐나다 2, 일본 5, 미국 1, 스페인 1, 러시아 2, 한국 2, 중국 1명이 진출했다. 중국이 결선에서 두 자리 차지할 거라 예상했는데 3라운드부터 한 명으로 버티게 생겼다. 스무 명 조금 넘게 뽑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더 많이 뽑아줬다. 결선에서도 10명이 아닌 12명을 뽑을지 궁금해진다. 지난 대회 파이널리스트 4명 중 3명이 진출했다. 어떻게 보면 그래도 연주를 가장 많이 봤으니 이번 대회를 보러 온 게 행운일지도 모른다.
아르세니 문이 떨어지면서 시몬 네링이 결선도 아닌 준결선에서 가장 먼저 연주하게 되었다. T.T 도모하루 우시다와 게오르기스 오소킨스는 예상대로 2차에서 떨어졌고. 난 지난 대회에서 조성진이 놓여 있었던 상황 말고 믿는 게 없다. 지난 3개 대회에서는 참가 번호가 10번 이내이면서 결선에서 가장 앞선 번호가 우승했다. 2015년에 추첨 방식이 바뀌었는데 어떤 성이 먼저 연주할 것인지 추첨하니 B가 나왔고 C인 조성진이 우승했다. 물론 참가 번호 1~9번은 결선이 되기 전에 모두 떨어져나갔다. 21세기 3개 대회 우승자들의 공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삼수생 안수정은 희생양(?)이 되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M이 먼저 연주해서 N인 시몬 네링이 첫째 날에 연주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난 뭔가 운명을 느꼈다. 조성진은 매 라운드 첫째 날에 연주했고 심사위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우승 후보가 1라운드 첫째 날에 결정되었다. 어차피 이번 대회 참가 번호 1~10번 중에 입상 후보는 몰라도 우승 후보는 없다. 조성진은 내가 생각하는 우승자들의 공식에 있어 분기점이다. 네링은 지난 3개 대회 우승자들의 레퍼토리와 에튀드 10번 하나 일치한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네링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을 것 같은데? 가지예프가 가와이 선택했을 때 네링한테 절호의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네링이 스타인웨이 중에서도 어떤 모델을 선택했는지 세심히 봐야만 했다. 그래서 300 고른 사람들은 대부분 별로라는 걸 간파했다. 흐흐흐~ 네링이 미스터치 문제가 좀 있다지만 1라운드보다 2라운드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협주곡 특별상은 몰라도 나머지 3개(폴로네즈, 마주르카, 소나타)를 네링이 탔으면 좋겠다. 가지예프는 이중 국적에다가 어떻게든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받아내지 못한 게 치명타. 게다가 이탈리아는 우승해본 나라. 하마마쓰 콩쿠르 1위라도 한 계단 아래로 순위를 내려서 생각할 수도 있다. 참가자들을 보니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사람들이 꽤 되는데 나한테는 쇼팽다움이 오로지 시몬 네링 하나뿐이다. 지난 대회에서 쇼팽다움을 봐서 응원했던 건데 결국 입상하지 못하자 쥐구멍 말고 떠오르는 게 없었다.
2005년 라파우 블레하치, 2010년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2015년 조성진의 연주를 보면서 우승 후보라는 것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는데 나한테는 압도적으로 들리지 않았다는 느낌을 믿어야 할까?
Chopin 3 Mazurkas, Op. 56
Alexander Gadjiev (Italy/Slovenia) / 알렉산더 가지예프 (이탈리아/슬로베니아) - Kawai Shigeru EX
Avery Gagliano (USA) / 에이버리 갈리아노 (미국) - Steinway & Sons 300
Mateusz Krzyżowski (Poland) / 마테우쉬 크지조프스키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Szymon Nehring (Poland) / 시몬 네링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Kyohei Sorita (Japan) / 교헤이 소리타 (일본) - Steinway & Sons 479
결선에 올라갈 만한 사람이 네링과 가지예프 말고 없는데? 물론 가지예프도 가와이 선택했으면 결선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2010년과 2015년 대회에서 가와이 고른 사람들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Chopin Concerto No. 2
Piotr Alexewicz (Poland) / 표트르 알렉세비치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Alexander Gadjiev (Italy/Slovenia) / 알렉산더 가지예프 (이탈리아/슬로베니아) - Kawai Shigeru EX
Martín García García (Spain) / 마르틴 가르시아 가르시아 (스페인) - Fazioli F278
Su Yeon Kim (South Korea) / 김수연 (대한민국) - Steinway & Sons 479
Mateusz Krzyżowski (Poland) / 마테우쉬 크지조프스키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Hyuk Lee (South Korea) / 이혁 (대한민국) - Kawai Shigeru EX
Szymon Nehring (Poland) / 시몬 네링 (폴란드) - Steinway & Sons 479
여기에서도 입상할 만한 사람이 가지예프랑 네링 말고 없다시피 하다. 이번에는 입상 경력 투톱이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그런데 가지예프는 이 곡을 몇 년 전에 익힌 걸로 알고 있다. 네링은 어렸을 때부터 익혔을 것 같은데? 2005년에는 2명, 2010년에는 2명, 2015년에는 1명이 결선에서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던 경우는 1990년과 1995년이 유이하다.
2005년에는 폴란드가 30년 만에 우승하면서 모든 특별상을 휩쓸었다. 2010년에는 45년 만에 여성 우승자가 나왔고 러시아가 야마하 피아노로 우승했다. 2015년에는 우승해보지 못한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가 우승했다. 2021년에는 이미 우승해본 나라인 폴란드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새로운 나라가 아닌 대신에 다신 보기 힘든 재수생 우승자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고 바르샤바로 날아왔다. 21세기 초도 20세기와 다르지 않다. 폴란드 아니면 러시아에서 우승이 나올 확률이 높다. 그동안 재수생에게 우승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누누이 말해왔던 쇼팽 콩쿠르에서 어떤 새로운 역사를 보게 될까?
3라운드 참가 증서를 확보하신 23명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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