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VIII Chopin Competition Stage III Day 2
식당에서 실수로 사과 주스를 두 잔 떴다. 나중에 약 먹을 때 같이 먹으니 싱거웠다. 아마 내가 사과 주스를 따를 때 원액이 바닥났나보다. 물맛에 가까웠다. 폴란드 시간으로 12시면 갈라 콘서트 첫째 날 예매하는 순간! 동생에게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공연장으로 향했다. 1층에서 코로나19 예방 접종 완료 증명서와 티켓을 검사하고 들어가는데 2층 화장실 문턱에서 표를 흘린 줄 알았다. 그래서 내 표를 검사한 사람한테 티켓을 잃어버렸다고 하면서 이동 동선을 알려줬다. 그분이 같이 찾아줬는데 다행히 내가 표 뭉치를 넣어둔 비닐에 있었다. 3층 홀 앞에서 또 검사하니까.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니깐 좋은 하루 보내라고 했다. 이게 나한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에 대한 암시였나 보다. 거의 매일 다니던 시내에서 트램과 버스를 보곤 했는데 며칠 후면 더 이상 보지 않게 되니 사진으로 담았다.
Session 1
10:00
09 Leonora Armellini (Italy) / 레오노라 아르멜리니 (이탈리아) - Fazioli F278
1992년 6월 25일 → 29세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 환상 폴로네즈
4 Mazurkas, Op. 41 / 4개의 마주르카 작품 41
No. 1 in E minor
No. 2 in B major
No. 3 in A flat major
No. 4 in C sharp minor
Sonata No. 2 in B flat minor, Op. 35 / 소나타 2번
I. Grave - Doppio moviment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Marche funèbre
IV. Finale
결선에 가도 나이가 있고 1등 아니면 안 되는 유형이라 파이널리스트로 남을 것 같다. 소나타 2번 3악장 <장송 행진곡>에서는 중간에 서정적인 선율이 나오는데 우리가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지 하면서 쇼팽이 회상하는 내용. 이후 죽음의 그림자가 더 크게 다가온다.
11:00
10 J J Jun Li Bui (Canada) / J J 준 리 부이 (캐나다) - Kawai Shigeru EX
2004년 6월 10일 → 17세
Ballade No. 2 in F major, Op. 38 / 발라드 2번
4 Mazurkas, Op. 24 / 4개의 마주르카 작품 24
No. 1 in G minor
No. 2 in C major
No. 3 in A flat major
No. 4 in B flat minor
Rondo à la mazur in F major, Op. 5 / 마주르 풍의 론도
Sonata No. 3 in B minor, Op. 58 / 소나타 3번
I. Allegro maestos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Largo
IV. Finale. Presto non tanto - Agitato
심사위원 당 타이 손의 제자. 가와이로 결선 가려나? 난 결선에서 가와이 피아노 보는 걸 굳이 바라지도 않는데... 여기까지 보든지 아니면 준 리 부이 나오기 전에 어떻게든 쇼팽 박물관으로 가야 했다.
12:00 Intermission
점심에 매장에서 텀블러, 에코백, 하얀 쇼팽 티셔츠를 샀다. 내가 선물에 정신 팔렸나보다. 동생에게서 10분 동안 먹통이라는 소식을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받았다. 매진이라면서 한국 시간으로 저녁 7시 1분부터 박물관 매표소 가서 문의하라고 뜬다는 것이다.
12:20
11 Michelle Candotti (Italy) / 미쉘 칸도티 (이탈리아) - Steinway & Sons 479
1996년 5월 18일 → 25세
Ballade No. 2 in F major, Op. 38 / 발라드 2번
Scherzo No. 2 in B flat minor, Op. 31 / 스케르초 2번
Sonata No. 2 in B flat minor, Op. 35 / 소나타 2번
I. Grave - Doppio moviment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Marche funèbre
IV. Finale
3 Mazurkas, Op. 59 / 3개의 마주르카 작품 59
No. 1 in A minor
No. 2 in A flat major
No. 3 in F sharp minor
심사위원 드미트리 알렉세예프의 제자. 발라드 2번에서 이미 결선이 어려울 것 같았다. 괜히 봤다고 생각하면서 여기까지 보고 나갔다. 안 될 걸 알면서도 10분 걸려서 쇼팽 박물관으로 걸어갔으나 2분 만에 매진이라고 했다. 아침부터 줄을 서든지 아니면 첫 번째 참가자만 보고 나가든지 하는 게 정답이었다. 결선보다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사실 콩쿠르 전체 티켓 집는 것도 PC방에서 한 10분 넘게 걸렸는데... 이왕 이렇게 된 것 직관이 네링한테 달렸다. 내가 욕심이 과했나보다. 조성진 오프닝 콘서트부터 시상식까지 보려는 욕심이 지나쳤다. 사실 네링의 결선 진출 여부를 떠나서 오페라 극장에서 다신 보기 힘들 피아노 공연이라 가보려고 했던 것. 2010년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입상자 갈라 콘서트에서 파란 배경의 무대가 예뻤거든. 새벽부터 오페라 극장 매표소 앞에서 줄 서야 하나? 그날 조식 신청은 안 했다. 10월 15일에 갈라 콘서트 티켓팅이 있으니 되면 먹겠다고 했다. 호텔로 가서 잠시 쉬면서 유튜브로 스케르초 2번부터 봤다. 동생한테 2분 만에 매진이었다고 얘기하면서 폴란드가 이번에 네링을 우승시키려고 밥상 차려주는 거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3라운드 연주가 유튜브로도 불안했다면서 네링이 밥상 엎게 생겼다고 말했다. 동생이 그래도 콩쿠르 다 보는 게 어디냐고 위로해줬다. 나만큼 본 사람이 몇이나 되냐고 하면서. 새벽에 우버 택시 신청해서 나가야 하나 싶기도 하고... 네링의 연주는 나한테 마력이 있나보다. 콩쿠르 밖에서는 아쉽지만... 그래서 지난 대회에서 끌렸던 건데 이번 대회에서도 쥐구멍을 찾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사실 갈라 콘서트는 연주에 좀 맥이 빠질 수도 있다. 콩쿠르 같은 긴장감이 풀리니까. 칸도티의 연주를 유튜브로 보니 소나타 2번 1악장에서도 결선은 아니란 게 보인다. 새벽부터 줄 서고 있었으면 차라리 앞에 두 명 놓치고 뒤에 두 명을 볼 수 있었다. 크게 중요한 참가자들도 아닌데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려는 욕심이 지나쳤다. 난 지난 대회에서 먼저 연주할 성을 추첨했을 때 B가 나왔고 C인 조성진이 우승해서 이번에는 M이 먼저 연주하고 N인 네링이 우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고는 기댈 데가 없다. 홀에서 물건 사면서 받았던 진저브레드 2개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찰떡파이 느낌? 벤치에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먹다가 호텔로 가서 못 본 연주를 마저 보면서 잠시 쉬었다. 호텔로 가보니 빨래 부탁한 것이 방에 놓여 있었다.
13:20
12 Yasuko Furumi (Japan) / 야스코 후루미 (일본) - Steinway & Sons 479
1998년 2월 5일 → 23세
Rondo in E flat major, Op. 16 / 론도 작품 16
3 Mazurkas, Op. 59 / 3개의 마주르카 작품 59
No. 1 in A minor
No. 2 in A flat major
No. 3 in F sharp minor
Sonata No. 3 in B minor, Op. 58 / 소나타 3번
I. Allegro maestos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Largo
IV. Finale. Presto non tanto - Agitato
도쿄 아시아 쇼팽 콩쿠르 파견 부문 입상자라 믿고 거른다. 지난 대회에서는 1차. 어차피 2차에서 안 될 것 같았으나 3차까지 올라왔고 여기가 끝일 것 같다. 호텔에서 노트북 켜놓고 유튜브로 봤다. 론도를 들어보니 폴란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곡을 표현하는 게 한편으로는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쇼팽의 작풍이 무르익은 프랑스 시절을 더 사랑하지만.
14:20 Intermission
호텔에서 못 본 참가자 두 명을 마저 보고 4시 10분이 지나 프런트에서 빨래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장으로 걸어갔다. 비용이 646즈워티로 20만 원 가까이 나왔다. 이래서 빨래 세제 사서 손빨래를 한다든지 근처에 있는 빨래방을 알아보라고 하는 건가보다. 어쩐지 빨래가 너무 깨끗하게 배달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내 발음 못 알아듣더니 이날은 직원이 엄청 잘 알아듣고 거액을 긁었다. 옷은 다섯 벌 정도밖에 안 되는데 속옷과 양말 포함해서 양이 늘어나 있었다. 속옷과 양말의 개수를 세어보고 중간에 할 걸 그랬나보다. 하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2라운드 끝나고 겨우 요청했다. 4시 30분에 홀에 도착하여 들어가기 전에 일본 참가자 소고 사와다를 봤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왜소한 체구이기도 해서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이후 3층 홀에서도 봤다. 오페라 극장 갈라 콘서트에서 가장 비싼 티켓이 600즈워티인데 결국 나는 이 돈을 빨래 비용으로 쓴 셈이 되었다.
Session 2
17:00
13 Alexander Gadjiev (Italy/Slovenia) / 알렉산더 가지예프 (이탈리아/슬로베니아) - Kawai Shigeru EX
1994년 12월 23일 → 26세
Polonaise-Fantasy in A flat major, Op. 61 / 환상 폴로네즈
3 Mazurkas, Op. 56 / 3개의 마주르카 작품 56
No. 1 in B major
No. 2 in C major
No. 3 in C minor
Sonata No. 2 in B flat minor, Op. 35 / 소나타 2번
I. Grave - Doppio moviment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Marche funèbre
IV. Finale
환상 폴로네즈는 네링보다 잘 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주르카에서 아니다 싶었다. 소나타 2번도 거칠고 자의적인 해석. 가와이 고를 때부터 알아봤다. 조성진이 지난 대회에서 우승한 것 때문에 이번에도 하마마쓰 콩쿠르 1위에게 연속으로 우승을 내주지 않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어차피 네링 때문에 2위까지만 편들 수 있었다. 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3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쇼팽 콩쿠르 우승이 어렵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거든. 그 반대로 봐도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열음이 러시아 편향인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해도 냉정하게 우승에 대해서는 다닐 트리포노프를 편든다. 하마마쓰 콩쿠르보다 당연히 루빈스타인 콩쿠르가 우위. 난 가지예프가 3차에서 탈락해도 전혀 놀랄 게 없다. 내가 볼 때 가지예프한테 쇼팽 콩쿠르는 한 번 거쳐 가는 것이지 종착역이 아니다. 이중 국적은 큰 대회 우승으로 이어지기 힘든 것도 있고. 네링은 준 리 부이도 가와이고 가지예프도 가와이인데 왜 본인한테 유리한 위치를 불안하게 만드니? 처음에는 후기에 그냥 스타인웨이라고 적었다가 네링 때문에 어떤 모델인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가지예프가 환상 폴로네즈 연주하는 걸 보면서 전날의 네링에 대해 속 터졌다. 네링은 이 곡을 2라운드에서 연주했지만. 네링한테 나 쥐구멍 좀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사정해야 될 판이다.
전에 쇼팽 콩쿠르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동급으로 보기도 해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니... 둘 다 나간 사람들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둘 중의 하나라도 말아먹으면 다른 하나는 우승할 수 없다. 그래서 가지예프가 아무리 하마마쓰 콩쿠르 1위라고 해도 쇼팽 콩쿠르 우승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2015년에는 오디션에서 탈락하여 1차에 못 나오고 2019년에는 재도전하였으나 2차에서 탈락하여 결선에 못 나왔다. 네링은 2015년부터, 가지예프는 2016년부터 챙기고 있었다.
내가 우리나라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위주로 관심이 있었다면, 난 오히려 콩쿠르에 대해서 어떤지 잘 몰랐을 것 같다. 그러면 후기도 우리나라 위주로 대충 쓰고 다른 나라는 설렁설렁 쓰고 말았겠지... 해외 연주자 팬질이 든든한 내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고 나한테 클래식 음악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걸 알게 해줬다. 그래서 본인 맘이지만 조성진만 팬질하지 말고 다른 해외 연주자를 한 명이라도 선정해서 팬질을 같이 해보라는 것. 내가 조성진 팬이라면 맨날 조성진만 찾는다고 떡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 일은 알 수 없어서 새옹지마! 방구석 1열에서 쇼팽 콩쿠르 후기를 달릴 줄 알았더니 직관하고 있다. 어차피 쇼팽 콩쿠르를 예매하기 전에 어떤 참가자들이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대회에서 조성진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고 갔던 사람들이 조성진이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봤듯이 나는 이번 대회에서 네링의 참가 여부를 알 수 없었지만 네링을 보러 날아가서 응원하고 있다.
18:00
14 Avery Gagliano (USA) / 에이버리 갈리아노 (미국) - Steinway & Sons 300
2001년 7월 15일 → 20세
Sonata No. 2 in B flat minor, Op. 35 / 소나타 2번
I. Grave - Doppio moviment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Marche funèbre
IV. Finale
3 Mazurkas, Op. 56 / 3개의 마주르카 작품 56
No. 1 in B major
No. 2 in C major
No. 3 in C minor
Scherzo No. 2 in B flat minor, Op. 31 / 스케르초 2번
1차에서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으나 3차까지 올라왔다. 2020 마이애미 쇼팽 콩쿠르 우승자에 대한 예우인 건지? 여기까지 올라온 게 신기할 정도. 어차피 입상 경력이 워낙 없어서 결선까지 생각해주긴 힘들다. 스케르초 2번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
19:00 Intermission
물 좀 잠시 마시려고 2층에 가니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점심이고 저녁이고 홀에서 사먹는 것도 일이다. 그래서 차라리 오전 세션이 끝나면 점심 겸 저녁을 사먹는다. 감기약도 먹어야 하니까.
19:20
15 Martín García García (Spain) / 마르틴 가르시아 가르시아 (스페인) - Fazioli F278
1996년 12월 3일 → 24세
24 Preludes, Op. 28 / 24개 전주곡 발췌
No. 17 in A flat major
No. 19 in E flat major
No. 23 in F major
Sonata No. 3 in B minor, Op. 58 / 소나타 3번
I. Allegro maestos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Largo
IV. Finale. Presto non tanto - Agitato
3 Mazurkas, Op. 50 / 3개의 마주르카 작품 50
No. 1 in G major
No. 2 in A flat major
No. 3 in C sharp minor
Prelude in C sharp minor, Op. 45 / 전주곡 작품 45
Waltz No. 4 in F major, Op. 34 No. 3 / 왈츠 4번 <고양이 왈츠>
G로 시작하는 성에는 흥미로운 참가자들이 있다. 2021 클리블랜드 콩쿠르 우승자로서 자연스럽게 본선을 앞두고 기권하는 수순을 밟을 것 같았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콩쿠르 생활을 연장했다. 다음 라운드 진출과 상관없이 무대를 즐기는 모습. 폴란드를 우승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은 네링보다 낫다. 결선에서도 보고 싶지만 여기까지 우승 기념 리사이틀(?)을 선사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결선에 가면 이 사람이 청중상 받아야 할 듯.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길다. 전날부터 속 터지는 네링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악마오리 모드가 되었다. 입상할 것 같은 사람들이 가와이로 비켜줬잖아! 우승의 기운이 자기한테 모아지는데도 애태운다. 스페인 참가자는 성악가처럼 입으로 노래하면서 연주한다. 프로그램이 지저분한데 서너 가지로 간단한 게 깔끔하니 보기 좋은 것 같다. 전주곡 몇 개 골라서 연주하는 건 오히려 별로라 생각. 그런데 소나타에서 좋아졌다. 네링 구제하려면 결선에 10명이 아닌 12명으로 해야 될 것 같기도 하다.
20:20
16 Eva Gevorgyan (Russia/Armenia) / 에바 게보르기안 (러시아/아르메니아) - Steinway & Sons 479
2004년 4월 15일 → 17세
Fantasy in F minor, Op. 49 / 환상곡
4 Mazurkas, Op. 17 / 4개의 마주르카 작품 17
No. 1 in B flat major
No. 2 in E minor
No. 3 in A flat major
No. 4 in A minor
Sonata No. 2 in B flat minor, Op. 35 / 소나타 2번
I. Grave - Doppio movimento
II. Scherzo. Molto vivace
III. Marche funèbre
IV. Finale
긴 머리를 땋고 등장. 여성 참가자 중에서 입상자가 나온다면 유일할 것 같다. 물론 쇼팽 콩쿠르는 결선에 올라간다고 해서 입상하는 게 아니라서 변수가 있다. 러시아는 쇼팽 콩쿠르에서 결선 단골! 마주르카 작품 17-4는 되게 좋아하는데 17세 소녀가 애처롭게 호소한다. 초기 마주르카를 선택한 건 나이에 맞게?! 소나타 2번은 연주가 시원하고 좋았다. 내가 러시안 쇼팽을 무지 사랑하지... 러시안 피아노 스쿨도 사랑한다. 나한테 러시안 피아니즘에 대해 많은 걸 알게 해줬다.
갈라 콘서트 첫째 날 티켓팅에 실패하고 나니 새벽에 우버 택시 신청해서 나가는 것 말고는 없겠구나 싶다. 그러면 최소 저녁 5시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되든 안 되든 시도는 해봐야 할 것 같다.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쇼팽 박물관에 늦게라도 가봤던 것처럼. 동생이 행운을 빌어줬다. 9시 반이 넘어서 귀가하여 샤워하면서 생각해봤는데 네링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여 나한테 만들어준 좋은 기회를 내가 오히려 걷어찼다. 동생한테 내뱉은 말이 나한테 돌아왔다. 실패하고 나서 느낀 점은 대통령이 우승자에게 시상하는 첫 갈라 콘서트는 정말 가고 싶으면 어떻게든 쇼팽 박물관 매표소 앞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서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조성진 티켓팅과는 다르다. 5년에 한 번이라 어떻게 보면 더 힘들고 오프라인이 가장 안전하다. 오페라 극장은 1,800석인데 1인당 10장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줄선 사람들이 각각 10장씩 사간다고 치면 180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건데, 대신 줄 서주는 도움 받을 사람이 없을 경우 그날 콩쿠르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아침 연주를 몇 명 버려야 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10월 21일 조식을 건너뛰는 게 아니라 10월 15일 조식을 건너뛰어야 하는 거였다. 참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였다. 갈라 콘서트는 결선보다 티켓을 더 구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오전 세션 끝나고 쇼팽 박물관에 가서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누군가가 비켜주지 않는다면 가기 힘들겠지만 방법이라도 알아보려고. 오페라 극장 매표소에서 여분을 파는지도 물어봐야 하고. 시간을 새벽이나 아침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이런 아쉬움이 컸다. 동생이 나와 대화하면서 내가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 챘다. 되든 안 되든 부딪혀보는 타입이랄까? 그래서 영어로 말하는 게 안 되면 인터넷 채팅으로 익힌 영어를 이면지에 볼펜으로 써서라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고 그랬던 것. 16일 12시에는 갈라 콘서트 둘째 날과 셋째 날 티켓을 오프라인으로도 판다. 하지만 그것까진 미련이 없고 첫째 날만 보면 된다. 원래 그 두 개는 내가 전체 티켓 잡을 때 있었던 건데 코로나19 때문에 취소표가 풀린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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