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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조프스키 10일 피아노독주회
30세의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그의 손끝에서는 태풍과 미풍이 동시에 뿜어져 나온다.
1997년 5월 첫 내한 연주회에서 때로는 폭발적인 볼륨으로, 때로는 극도의 섬세함으로 객석을 압도했던 그가 두 번째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10일 오후 7시 반.
베레조프스키의 이름이 처음 서방에 알려진 것은 1988년 런던 위그모어 홀에서 가진 서방 데뷔 공연에서였다. 2년 뒤 고향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그의 이름은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의 특기는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음량. 그러나 큰 음량 속에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을 갖추고 있기에 그의 연주는 더욱 눈길을 끈다. 1997년 내한 공연을 들었던 피아니스트 김주영은 “독주회였지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마치 관현악연주회처럼 큰 소리로 꽉 찼다”면서 “그러나 강한 포르티시모에서도 그의 소리는 납작하지 않고 둥글게 솟아올랐다”고 회상했다.
피아노는 현악기의 지판(指版)이나 활도 없고 관악기의 취구(吹口)도 물론 없다. 피아니스트는 오로지 손가락 터치와 음을 이어주는 페달만으로 둥근 음색을 빚어내는 신비로운 솜씨를 발휘한다.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까?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레핀 등 친구들과 협연할 때마다 그들의 악기에 질투 섞인 칭찬을 잊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2년 전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선보였던 베레조프스키. 이번에는 △연습곡집 작품 10 △발라드 2, 4번 △스케르초 1, 3번 등 쇼팽 작품만으로 무대를 꾸민다. 연습곡집 작품 10은 전속 음반사 텔덱이 발매한 CD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작품. 2만∼5만 원.
- 1999년 7월 7일 동아일보
‘건반 위의 사자’ 베레조프스키 내한
러시아의 젊은 피아니스트 베레조프스키 내한 연주회가 1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997년에 이은 두 번째 내한 공연.
2년 전 그와 만남을 가졌던 음악팬들이라면 손꼽아 그의 연주회를 기다렸을 만큼 관심을 모으는 공연이다.
30세인 베레조프스키지만 그에게는 거장이라는 칭호가 과장되지 않다. 1990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 BBC 방송교향악단, 모스크바 필하모닉 등 세계 요수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며 가장 앞서가는 젊은 피아니스트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열정적이고 다이내믹한 연주에 대해 그라모폰지는 그에게 ‘건반 위의 젊은 사자’라는 애칭을 부여했다.
첫 번째 내한공연에서 건반이 부서질 듯한 터치와 연주 홀을 쩌렁쩌렁 울렸던 포르테는 객석의 숨소리마저 잠재우며 그의 애칭이 허명(실속 없는 헛된 명성)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의 연주는 강하면서도 날카롭지 않고 세부적인 것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을 보듬고 있어 완벽함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쇼팽의 해를 기념해 열리는 이번 독주회에는 쇼팽의 곡들로만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에튀드 작품 10번 전곡(12곡)과 발라드 2번 작품 38 그리고 스케르초 3번 작품 39로 국내 팬들을 만난다.
- 1999년 7월 9일 매일경제
All Chopin Program
12 Etudes, Op. 10 / 12개 연습곡 작품 10
No. 1 in C
No. 2 in a
No. 3 in E
No. 4 in c#
No. 5 in Gb / 흑건
No. 6 in e flat
No. 7 in C
No. 8 in F
No. 9 in f
No. 10 in Ab
No. 11 in Eb
No. 12 in c / 혁명
Scherzo No. 2 in b flat, Op. 31 / 스케르초 2번
Intermission
Ballade No. 2 in F, Op. 38 / 발라드 2번
Ballade No. 4 in f, Op. 52 / 발라드 4번
Scherzo No. 1 in b, Op. 30 / 스케르초 1번
Scherzo No. 3 Op. 39 / 스케르초 3번
Encores
Schumann Toccata in C, Op. 7 / 슈만 토카타
Liadov Prelude in d, Op. 40 No. 3 / 리아도프 전주곡 작품 40-3
Scriabin Etude in d#, Op. 8 No. 12 / 스크리아빈 연습곡 작품 8-12
Review
베레조프스키 연주회 - 기교 ⦁ 서정 조화된 맛깔스런 음의 성찬
그의 무대는 맛깔스런 잔칫상과도 같았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베레조프스키의 두 번째 내한 독주회(10일 예술의 전당)는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즐긴 ‘러시아 피아니즘’의 깔끔한 성찬이었다. 연주자는 노련한 요리사처럼 정열적인 제스처와 세심한 강약의 안배를 통해 자신의 기교를 즐기듯 ‘조리’했고, 관객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쇼팽의 피아노 화음을 편안하게 ‘포식’했다.
짜임새와 서정미 돋보이는 쇼팽 곡 특선이 이날 무대를 장식했다. 첫 곡인 <연습곡(에튀드) 10번>은 까다로운 기교가 요구되는 학구적 성격의 레퍼토리였지만 그는 기대 이상의 기교를 바탕으로 오히려 쉽고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우려냈다. 밑바닥에 깔린 쇼팽의 격정적인 정서를 발라내듯 분석한 세심함에는 쇼팽 마니아였던 스승 엘리소 비르살라제한테서 전수받은 내공의 흔적이 역력하다. 힘의 안배가 돋보이는 타건과 음의 정밀한 세공에서 드러나는 청아한 음색, 왼손으로 저음 베이스라인을 장악하고, 오른손으로 여유 있게 가락을 다잡는 연주스타일은 “연습곡도 이렇게 쉽게 칠 수 있다”는 찬탄을 일으켰다. 특히 네 옥타브를 오르내리며 화려한 음역 변화를 보여주는 “8번 바장조”에서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굴리며 깃털처럼 가벼운 이미지를 전달한 것은 백미였다.
<발라드 2, 4번>은 쇼팽의 시적 악상을 명쾌하면서도 날랜 악구 사이의 연결로 소화했고, 화려하고 경쾌한 스케르초(익살곡) 3, 1번에서는 남성적 활기를 끄집어내는 기교와 섬세한 서정의 조화를 빚어냈다. 음표들을 가루처럼 뿌리고 쓸어담는 듯한 현란한 손 맵시 또한 환상적인 음색과 잘 어울렸다. 그러나 촛불이 흔들거리듯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요구되는 ‘템포 루바토’ 부분이 기교에 묻혀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것은 ‘옥에 티’로 남았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등록상표인 ‘도끼 타건’은 앙코르 무대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강한 포르티시모로 폭발적인 도약을 보여준 슈만의 토카타와 스크리아빈의 에튀드 등 앙코르 3곡으로 열광 속에 무대는 갈무리됐다. 프로답게 끝까지 관객에 대한 서비스를 잊지 않은 셈이라고나 할까.
- 1999년 7월 14일 한겨레
화질이 많이 구리다. 오래 된 기사를 복사하지 못하게 해놔서 일일이 타이핑했다. 날짜나 연도가 나와 있지 않아서 프로그램에 있는 레퍼토리로 검색해서 알아냈다. 어쩌다 보니 우리나라 공연까지 구해졌다. 관련 기사들 찾으면서 한 달 전에 뒷북치던 경험도 떠오르고... 의도치 않은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저렇게 공부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연결된다. 기사에는 스케르초 3, 4번이라고 나와 있는 것을 내가 수정했는데 찾은 기사들마다 그렇게 나와 있었다. 아마도 프로그램이 변경되었거나 4번을 1번으로 잘못 적은 것일 수도...
https://cloud.mail.ru/public/4Ww6/4Kup7nQ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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