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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일 토요일

Snowman's Warsaw Diary Day 1 (28 September 2021)



From Incheon to Warsaw

드디어 바르샤바 직항편 비행기로 가는 날이 다가왔다. 지하철로 3시간 걸려서 가려다가 고민 끝에 택시 타고 1시간 30분 만에 갔다. 떠나기 전에 부모님이 배웅해줬다. 새벽 5시에 출발하여 6시 30분 1고속터미널 도착. 7시에 환전소에 갔는데 전날 현금 내고 50유로 바꾼 걸 즈워티로 바꾸자니 반은 깨지게 생겨서 오히려 손해였고 차라리 현지로 가서 환전하라고 했다. 우리나라 돈이 1도 없었고 안전하게 체크카드는 두고 오고 신용카드를 가져왔다. 폴란드는 카드 결제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해서 조금만 가져가기로 했다. 해외로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 외국 분이 그동안 해외로 가지 않았던 이유를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학원에서 일하느라 여의치 않았다고 대답했다. 2018년에 레슨을 그만 두고 나서 제주도행 비행기 한 번 타본 게 전부였다. 2019년에 쇼팽 콩쿠르 티켓팅 성공하고 나서 2020년에 여권을 만들었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아 결국 2021년으로 연기되었다.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 화이자 2차 접종까지 가까스로 완료! 딱 2주일 된 시점인 9월 28일에 출국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한산했다. 폴란드행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 중에는 단체여행객도 있고 강아지 데리고 온 외국인도 있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눈치. 로밍센터가 여기저기 있었는데 114로 전화해서 해외 데이터 차단해달라고 하면서 날짜를 정해서 일시 정지도 했다. 가방이 24인치라서 수하물로 맡겼는데 안내 방송이 나와서 벨을 누르고 들어갔다. 샤오미 충전기가 있어서 빼라고 했다. 폰 보면서 딴 짓 하다가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9시 50분에 서둘러서 선착장으로 갔다. 비행기는 10시 55분에 출발했는데 점점 고지대로 가면서 귀가 몽몽해졌다.


동생이 준 여행 책자에서 폴란드에 대한 것들을 발췌해서 읽었는데, 옛날에 바르와 샤바라고 하는 어부 부부가 인어를 낚은 후 이곳에 정착했다는 전설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의 공격으로 바르샤바의 80%가 파괴되어서 대부분 재건립되었다. 쇼팽의 나라이면서 다른 유명한 인물로는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했던 화학자로 노벨상 2회 수상자인 퀴리 부인, 지동설을 갈릴레이보다 먼저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가 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그 어떤 기념품도 쇼팽을 능가할 수 없다고 했다. 시내 환전소 주변에는 싸게 흥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폴란드에서 오래 산 외국인들도 속인다고 했다. 관광지를 경유하는 버스와 야간 기차에는 도둑이 많고. 2019년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폴란드도 소매치기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폴란드로 가기 전에 떠올랐던 곡이 하나 있다면 헝가리 작곡가 리게티의 에튀드 중 하나인 <바르샤뱌의 가을>이라 며칠 전에 유튜브로 찾아서 들어봤다.



노트북을 가방째 넣어서 자리 차지한 것 때문에 패딩 넣을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날씨가 선선한데도 할 수 없이 패딩을 입었다. 비행기로 들어가서는 짐칸에다가 넣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가운데가 비었다. 내가 배정된 좌석은 복도 쪽. 창문 쪽에 앉은 사람은 영어가 유창했다. 해외여행을 몇 번 다닌 사람 같았다. 나를 몇 번 도와줬다. 폰은 비행기 모드로 바꿨다. 창문으로 보이는 인천 풍경을 찍었는데 건너편에 앉은 사람과 찍고 싶은 타이밍이 일치했다.



나는 일반석이었는데 좋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는 주스를 제공해줬다. 11시 45분에 기내식을 제공했는데 점심은 비프와 치킨 중 고르는 것이었다. 나는 치킨을 선택했고 (아침을 먹지 않았으므로) 맹물로 달라고 했다. 먼저 쿠킹호일에 있는 걸 먹고 두 번째로 샐러드, 세 번째로 빵을 먹었고 가장 나중에 녹차 케이크를 먹었다. 점심은 배고픈데도 맛있지 않아서 빨리 넘어가지 않았다. 나름대로 폴란드와 가까워지려고 했으나 음식에서 틀어졌다.


기내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보고 싶지 않아서 게임을 하려고 했으나 리모컨이 말을 듣지 않았다. 화면으로 경로를 살펴보니 몽골 울란바토르를 거쳐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와 모스크바, 핀란드 헬싱키 근처를 거쳐서 폴란드로 향하는 것이었다.



모스크바를 지나갈 때는 러시아가 참 넓구나 이런 생각. 이번에도 사진 찍고 싶은 타이밍이 일치했는데 창가에 앉은 사람이 찍을 수 있게 배려해줬다. 러시아를 지나가는 것 자체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피곤했으므로 잠깐씩 졸았다.



7시 30분에는 저녁 기내식. 선택사항 없이 공통이었다. 납작한 면에 미니당근 2개, 브로콜리 2개, 미트볼. 빵은 점심과 같았다. 후식으로는 초코 케이크를 먹었다. 저녁에는 사과주스로 달라고 했는데 싱거웠다. 펩시콜라도 보였는데 레드나 화이트 와인, 맥주도 있었다. 저녁은 배고파서 빨리 먹었다. 맛도 점심보다 나았고.



폴란드라는 이름의 유래는 평지의 백성이라고 만화책에서 봤다. 이번에도 찍고 싶은 타이밍이 일치했다. 창문 밖으로 논과 집이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쇼팽 공항에 내려서 입국심사대에 여권과 화이자 예방 접종 완료 증명서를 제출하고 통과했다. 안내판을 따라 계속 걸어가니 가방을 찾는 곳이 나왔다. 혹시 같은 모양의 가방이 나올까봐 악마오리 마우스패드를 붙여서 표시했다. 카카오 매장에서 샀던 튜브 캐릭터 상품. 즈워티로 환전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은 194 조금 넘었는데 현지에서 해보니 185.50으로 대충 10 가까이 손해봤다. 나머지는 수수료려니... 공항에 있는 환전소에서 유로화 내미니깐 해줬는데 100즈워티 지폐가 있어서 더 작은 돈 있냐고 사정했으나 더는 없다면서 50즈워티 2장으로 바꿔줬다. 팁 문화가 폴란드에도 있는데 택시비를 낼 때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고 고맙다면서 받아먹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택시는 혹시 바가지 쓸까봐 앞의 가족이 어떤 택시를 타는지 살펴보고 이어서 같은 종류로 탔다. 행선지를 머큐어 바르샤바 그랜드 호텔(Mercure Warszawa Grand Hotel)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정확히 메르쿠레라고 해야 안다. 첸트룸(Centrum)인지 물어봐서 머큐어 바르샤바 첸트룸 호텔이 아니라고 했다. 쇼팽 공항에서 호텔까지 한 20분 걸렸나? 39.50즈워티가 나왔다. 가족이 탈 수 있는 택시는 약간 크다. 다행히 만 원 조금 넘게 나왔다. 쇼팽 공항도 한산했다.


May I check in? I made a single-room reservation.


호텔에 도착하여 여권을 보여주고 체크인했는데 인터넷 채팅으로 익힌 영어라 많이 서툴렀다. 심지어는 발음도 안 좋아서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중요한 사항들은 볼펜으로 종이에 적어서 말했다. 확실히 하기 위한 것도 있었고. 그런데 직원이 내가 조식 신청하지 않은 걸 언급했다. 매일 못 먹을 것 같아서 방만 예약했던 것. 그래서 10월 20일까지만 먹겠다고 말했다. 10월 21일은 갈라 콘서트 첫째 날인데 티켓을 못 구하면 새벽에 가서 줄 설 수도 있으니까. 그런 변수 때문에 일단 그렇게 말했다. 선불해도 되는데 후불로 했다. 조식은 하루에 55즈워티라 대충 16,500원. 인터넷 채팅으로는 영작이 몇 초 만에 나오는데 실제 대화에서는 리스닝도 약하고 스피킹도 약하다. 사실 글로 써도 지적인 대화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단어를 좀 안다고 해도 말하는 건 생활영어 수준. 청소는 무료니까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했다. 여기에서 많이 잘못 쓰는 단어를 캐치했다. for free → for nothing. 후자가 정답이다.


해외로 나가는 게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는데 준비물을 미리 적어서 체크해도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호텔에서 묵는 것도 이번이 처음. 슬리퍼도 생각했는데 금방 잊었다. 숙소로 갔더니 화장실에 슬리퍼가 없어서 하나 달라고 했는데 천으로 된 거실용 슬리퍼. 2박 3일이면 참겠는데 첫날부터 엄청 불편해서 다음 날 쇼팽 박물관에 가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폴란드도 영국처럼 1층을 0층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배정된 곳은 6층이었는데 7층이나 마찬가지. 운동화를 여벌로 가져올 게 아니라 슬리퍼를 챙겼어야... 계속 신지 않아서 묵고 있었던 새로운 운동화를 신었는데 깔창을 넣었다.


유심칩 빼는 방법을 검색하지 않았으므로 도착 시간이 다가오면서 갈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숙소에서 노트북 연결해서 방법을 알아냈다. 폴란드에서 몇 볼트를 사용하는지 미리 알아내서 갔던 건데 220V인 건 맞는데 콘센트에 튀어나온 게 있어서 노트북 플러그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직원에게 요청했더니 브리지를 하나 줘서 가까스로 꽂았다. 헤어드라이어는 다행히 빈틈이 있어서 맞았다. 노트북 안 들고 왔으면 지루할 뻔했다. TV가 있었지만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준비물을 챙기면서 <뭉쳐야 찬다> 시즌 1을 60회까지 설렁설렁 봤는데 다 보지 못해서 나머지를 노트북에 옮겼다. 와이파이가 무료라서 그런 점은 좋았다. 불을 켤 때는 카드를 꽂아야 한다. 빼면 불이 몇 초 이내에 꺼지는 시스템.



물 두 병은 기본으로 제공해주는데 배고파서 처음에 마신 물은 그냥 물이었지만, 나중에 마신 물은 스파클링 음료수처럼 처음에 살짝 톡 쏜다. 순간 탄산음료수인 줄 알고 병뚜껑 열 때 소파에 튄 걸 걱정했다. 침대 옆에는 미니바가 있는데 돈 내고 먹어야 하는 것들. 배고파서 미니바에서 초코바 꺼내먹고 병따개로 펩시 음료수도 따서 먹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마시던 것과는 맛이 좀 다르다. 초코바는 생각보다 맛있지 않았다. 창문 너머로 사이렌 소리가 한 3번 넘게 들렸다. 미니바 냉장고에는 보드카와 위스키도 미니병에 있었다. 첫째 날에는 시차 적응할 겸 한국 시간으로 새벽 5시 넘어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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