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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3일 일요일

Snowman's Warsaw Diary Day 4 (1 October 2021)


Chopin Museum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 김광균 <추일 서정>


조식 먹고 9시 넘어서 쇼팽 박물관으로 드디어 출발! 안개 낀 쌀쌀한 날씨였다. 길거리에 있는 낙엽이 정겨운 이유는 뭘까? 계속 걷다 보니 낙엽이 자꾸 보였다. 이번에는 샤오미, 충전기 코드까지 다 챙겼다. 18분이면 가는 걸 또 길치라 헤맸다. 하루 쉬고 똥개 훈련 도로 시작! 도착하니 10시 30분. 알고 보니 입장 시간은 어차피 11시부터였다. 주변에는 쇼팽 협회 건물과 쇼팽 음대도 있었다. 쇼팽을 연습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혹시 이번 대회 참가자들? 벨을 누르면 쇼팽의 음악이 나오는 벤치를 발견했는데 눌러보니 발라드 4번이 나왔다. 폴란드에는 이런 벤치들이 주요한 장소들에 있다고 했다.


일요일에는 무료인데 그날은 성당을 가야 하므로 평일에 갔더니 입장료가 23즈워티. 쇼팽 박물관에서는 양손에 파란 특수 비닐장갑을 끼고 관람해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쇼팽이 그린 악보의 연필 자국이 지워질까봐 그런 것 같다. 쇼팽이 좋아했던 플레이엘 피아노도 보였는데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건반을 덮어서 누르지 못하게 막았다. 쇼팽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쇼팽의 데드 마스크와 머리카락도 봤다. 12시 되기 전에 나왔다. 어떤 아가씨가 웨딩 화보를 찍어서 할 수 없이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고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 커다란 개 3마리가 주인과 함께 지나가는데 무서웠다.


기자회견에서 어떤 성이 먼저 연주할 건지 추첨했는데 M 나왔다는 정보가 구글 메일로도 왔다. 지난 대회에서는 B가 먼저 했는데 C로 시작하는 조성진이 우승. 이번 대회 우승 후보는 N으로 시작. 2005년에는 참가번호 5번, 2010년에는 3번, 2015년에는 10번이 우승했다. 결선에서 가장 앞선 번호이면서 10번 이내에서 우승자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10번 이내인 사람 중 우승 후보가 없다. 내가 노력해서 또는 우연히 알아낸 것들이 이번에는 별로 소용없다. 우승 후보인 폴란드 참가자가 첫째 날부터 연주할 것 같은데 지난 대회 1라운드에서 심사위원들이 생각하는 우승자가 첫째 날에 정해졌다. 조성진이 1라운드에서 8번째로 연주. 이미 거기서 정해지고 나머지는 다 밑이었다. 2005년과 2010년에는 연주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조성진한테 결선에서 10점 만점에 1점 줬던 프랑스 심사위원 필리프 앙트르몽은 1라운드에서 조성진한테 투표한 것 딱 하나 도와줬다. 이후 계속 투표하지 않았는데 우승은 못 막았어도 협주곡 특별상을 저지했다. 내가 볼 때 1라운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투표에 점수가 1위인 사람이 우승할 것 같다. 2010년 우승자는 1라운드에서 점수는 2위인데 만장일치 투표라 전체 1위로 통과. 조성진은 점수까지 1위로 깨끗하게 통과. 일본 만화책에서는 주인공한테 1라운드에서 투표하지 않는 심사위원도 나오는데 실제로는 안 그럴 것 같다.

















Warsaw Royal Palace

쇼팽 박물관을 검색하다가 바르샤바 왕궁까지 걸어서 20분 걸린다는 정보를 보고 나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마침 15시 30분에 열려고 했다. 여기에도 단체로 관람하러 온 학생들이 보였다. 설명해주는 사람들도 보였고. Normal Ticket 구입했는데 결제할 때 즈워티인지 달러인지 물어봐서 현지 화폐로 계산했다. 쇼팽 콩쿠르 티켓 예매할 때도 그랬는데 이럴 땐 현지 돈으로 해야 수수료가 덜 나간다고 들었다. 바르샤바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있다. 지나가면서 고풍스런 건물들을 구경했다. 왕궁 외관만 구경하고 갈까 망설였는데 그래도 기왕 왔으니 내부를 둘러봤다. 어떤 남자가 말을 걸어서 내가 길을 잘못 튼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손목시계 제스처를 취하면서 시간을 물어봐서 휴대폰을 보여줬다.















하루 동안 두 군데를 관람했는데 크게 볼 것이 없었다. 내가 폴란드의 역사나 문화에 관심이 없고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사실 폴란드로 오기 전에 언어는커녕 문화도 별로 익히지 않았다. 언어를 배우기 전에 문화를 먼저 배우는 거라고 들었거든. 4시가 넘어가서 와지엔키 공원은 내일로 미뤘다. 거기까지 가려면 40분을 걸어야 하고 날이 저물 때 말고 맑을 때 보고 싶었으니까. 올 때는 일부러 공연장을 거쳐서 왔다. 지리를 한 번 더 익혀야 하니까. 폴란드는 정말 관광 쪽으로는 볼거리가 별로 없는 나라가 맞나보다. 두 번 다 크게 볼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예상은 했다. (그래도 내가 아는 것에 한해 말하자면 쇼팽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쇼팽 박물관을 가보는 게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않으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 결국 돈 내고 봤다.


집으로 돌아와서 시몬 네링의 연주 순서를 확인해보니 5번째이고 에튀드는 예상대로 1번과 10번을 연주한다. 순서를 착각해서 가족들한테 6번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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